삶과 술

술을 욕보이지 마라!

김원하의 취중진담

 

술을 욕보이지 마라!

 

술은 참으로 좋은 음식이다. 음식으로 뿐만 아니라 잘만 먹으면 약으로도 훌륭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도 한다. 이는 약 중에서 으뜸가는 것이라는 뜻으로, 술의 별칭(別稱)이기도 하다.

이런 술도 양날의 칼처럼 백약지장이 될 수도 있고,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값비싼 보약이라고 무턱대고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듯, 술 또한 그렇다. 그런데 술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한 잔이 두 잔 되고, 석 잔 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술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는 것은 일부 주당들이 술맛도 모르면서 많이 마시는 데 있지는 않을까.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술 잘 마신다는 믿음이 결국에는 술을 이기려고 죽자고 마시다 보면 이성을 잃게 된다.

대검찰청 중앙심리부검센터 자료(2015년)에 의하면 음주와 관련된 사건 사고에서▴음주운전 교통사고 비율 10.5%▴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4621명▴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부상자 35만400명▴살인사건 가해자 중 음주자 비율 34.9%▴강간사건〃30.4%▴방화사건〃45.4%로 나타났다.

이 사회에서 살인사건이나 강간사건 10건 가운데 3건 이상이 술 때문이라면 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방화사건은 절반 가까이 술을 마신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술자리에서 첫 잔은 이른바 ‘원샷’이라며 한 번에 마시도록 강요당한다. 그러다 보면 두 번째 잔도 세 번째 잔도 벌컥벌컥 들이키기 마련이다. 주석에는 이른바 술에 강한 체질의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한국만큼 술 마시기 좋은 나라는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성인이라면 언제 어디서고 술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곤 술 마시는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를테면 공원에서 흡연을 하거나 반려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목줄을 채우지 않으면 5만∼1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렇지만 음주 자엔 단속도 처벌도 하지 않는다. 미성년자에게 술만 안 팔면 된다.

그러다 보니 관광지나 공원에서 술판이 벌어지는 예삿일로 되어 버렸고, 심지어는 병원, 학교, 어린이집에서 술을 마셔도 처벌받지 않는다.

술은 성스러운 것이다. 신들만이 마시던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교를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던 조선 시대의 관혼상제(冠婚喪祭)에서 술은 필수품이었다. 그 만큼 술은 신성하고 귀한 대접을 받았었다.

때문에 집안에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술상부터 내놓아야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전통이 맥을 이어 오고 있다.

요즘도 술은 소통의 매개체로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처음만나거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나 스승을 만나면 술 한 잔 올리는 것이 예의처럼 되고 있다. 이는 술이 갖고 있는 순 기능 때문이다.

종교에서도 술을 금하라고 하지 않고, 너무 가까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술은 절제가 필요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흔히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는 술은 사교의 교량이고 관계정상화의 매개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술이 향기롭다고 과음하지 말고 음식이 맛있다고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바다에 빠져죽은 사람보다 술잔에 빠져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최근 해외 뉴스에 알코올 중독 남편 치료용으로 몽둥이를 나눠준 인도 장관이 화제에 올랐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가도 들지만 술 마시고 주사부리는 사람들에겐 몽둥이찜질보다 더한 것이라도 가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주사(酒邪)파들이 술을 욕보이고 있다. 선량한 주당(酒黨)을 위해서 강력한 퇴출 책이라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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