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醉中眞談
이 총리의 ‘막걸리 예찬’이 확산되길 바란다
이 총리가 국회의원 시절이든 도지사 시절이든 그와 막걸리 잔이라도 나누지 못했던 필자는 그저 언론에 난 얘기를 들어서 이 총리가 남달리 막걸리를 좋아하는 것 쯤 짐작할 나름이다.
이 총리의 막걸리 예찬은 대개 4가지로 요약된다.
막걸리는 소주에 비해 도수가 낮아 마시며 수다를 떨기에 알맞고, 술값 또한 저렴하고 몇 잔 들이키면 배도 부르다. 해서 2차를 안가도 된다는 논리다.
때문에 이 총리는 국회의원 때도 도지사 때도 지인들과 막걸리를 자주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막걸리 안주로 고기 대신 야채를 좋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총리가 되기 전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은 거의 한정식 집에서 했다. 채식 주의자는 아니지만 유난히 채소를 좋아해서 찾아낸 해법이 한정식집이란다. 이 총리는 좋아하는 채소만 먹을 수 있어 좋고, 상대는 이 총리 몫까지 고기를 맘껏 먹을 수 있어 좋다는 논리다.
이참에 막걸리에 대해 좀 더 논해보자.
한 마디로 막걸리는 몸에 유익한 유산균 덩어리이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5-7도 안팎으로 맥주 수준에 불과한데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어떤 이들은 과하게만 마시지 않는다면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알코올 성분만 제외하면)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할 정도다.
막걸리는 물이 80%, 나머지 20%중에서 알코올 5-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정도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 B, C와 유산균 효모 등이다.
그러니까 막걸리 페트병 한 병에는 700-800억 개의 유산균이 들어있어 일반 요구르트 100-120병정도와 맞먹는다.
유산균이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은 잘 알려진 진실이다. 또 남성에게 좋은 비타민B2, 콜린, 나아이신, 등이 들어있어 특히 중년남성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증진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다.
조선 시대 중엽 막걸리를 좋아하는 판서 한분이 있었다고 한다. 좋은 소주 와 약주가 있는데 하필이면 막걸리만 드시냐고 자제들이 탓하자, 아무 말 않고 소 쓸개주머니 3개를 구해오라고, 자제들에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빈 쓸개주머니에 하나는 소주를 넣고, 다른 하나에는 약주를 넣고, 나머지 하나에는 막걸리를 담아 며칠 후 열어보니 소주 쓸개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고, 약주 쓸개는 상해서 얇아져 있었으며 막걸리 쓸개는 오히려 두꺼워져 있었다고 한다.
한 항아리에 태어났으면 서도 약주는 쓸개를 해치는데 막걸리는 쓸개를 튼튼하게 함은 어찌된 일일까.
유태종 교수가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 <막걸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막걸리가 같은 농도의 주정을 함유한 다른 술에 비하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것으로 봐서 막걸리는 성인병예방에도 호과가 있다 볼 수 있다.
막걸리는 서민들의 벗이다.‘…문득 혼자라고 느낄 때, 좀체로 삶이 팍팍하다고 느낄 때, 사람과 사람들 사이 내가 한 사발의 막걸리로 놓여… 입가에 묻은 허연 막걸리 자국 훔치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런 편안한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싶다.’(윤성택시인의 ‘막걸 리 한 잔’에서)
막걸리가 여러 이유로 좋다는 것은 이미 자명해졌다. 그런데도 막걸리업계는 울상이다. 첫째는 막걸리를 찾는 이들이 예전만 못해서 이겠지만 정부는 막걸리에 대해 관심조차 없어서다. 전국 미곡 창고에는 쌀이 넘쳐난다. 1년에 관리비로만 6천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렇게 넘쳐나는 쌀을 막걸리업계에 염가로 공급하면 어떨까. 또 청와대를 비롯한 지자체 행사 등에서 만찬주로 전통주나 막걸리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일까.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