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농촌재능나눔 코디마을 활동지원사업


농촌재능나눔 코디마을 활동지원사업

‘우리 마을 술과 멋을 찾아서’ 단양 대대리에서

 

 

지난 주말 8월 12일 오후7시, 충북 단양 가곡면 대대리 마을 저녁은 환히 빛났다. 어둠을 뚫는 한 줄기 희망의 불빛이 타올랐다.

‘우리마을 술과 멋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다. 대대리 원주민과 이곳에 귀농 귀촌한 사람들이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거침없이 얘기하고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출발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한 이번 ‘시주풍류행사’는 ‘농촌재능나눔 코디마을 활동지원사업’의 하나다. 사)한국전통주연구소가 기획하여 각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뛰고 계신 분들의 재능기부로 채워지고 대대리 사람들의 참여로 완성된 행사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촌이 해결하지 못하고 농촌에 제공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 교육, 의료, 문화 등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단양 가곡면 대대리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잡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60이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농사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반면에 개울을 하나 두고 건너편 땅에는 예쁜 한옥마을 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객지 사람들이었다.

한분 한분 찾아뵙고 그 사정을 하나하나 묻지는 못하였지만, 두 달여 사이 몇번 대대리를 찾으면서 왠지 모를 이질감과 서운함 부러운 감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지 저쪽에 보이는 멋들어진 한옥마을이 무척 마음에 들면서도 대대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날 때면 맘껏 그 마음을 다 보여드리지 못하였다.

대대리 이장님을 처음 뵈었던 날, 이곳의 사정과 상황을 묻고 사)한국전통주연구소가 온 이유를 말씀드리던 날에 이렇게 말씀하셨던 일을 기억한다.

“여기,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요. 7월에 전통주 교육하러 오시겠다고, 농사일로 바쁜 철인데… 그래도 6월 보다는 낫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촌의 여러 마을 답사를 통해 일어나는 문제와 필요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사)한국전통주연구소와 단양 대대리 마을을 이어준 것인데, 어째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느낌이 든다. 이여 이장님이 덧붙이시길 “아, 우리가 한옥마을이 있어서 그런가, 한옥마을에 체험이 필요하니까, 전통주 빚기 배우면 좋겠네, 그래 날을 잡아봅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만났다.

사)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님의 ‘전통주와 문화’ 강의로 첫날을 시작했다. 30분도 앉아있기 힘들다는 것을 무려 3시간 동안이나 했으니, 얼마나 몸이 들썩들썩했겠냐마는 그 시간을 참고 견디고 자리를 지켜주셨다. “예전에 술 다 빚어봤어”, “누룩으로 했지” 탁주 한잔, 청주 한잔을 따라 드렸다. 술 못하신다는 할머니도 자꾸 드셔보시라 권하니, 얼굴을 찡끗하면서 드신다. “아구, 독하다. 그래도 맛이 좋네, 오늘은 술 빚기 안하는 모양이야, 오늘 한다고 해서 왔는데…” “네, 내일 오세요! 내일 오시면 진양주 빚기 알려드릴게요”

사)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님과 장은지님, 박규태님, 조태경님, 인턴 김진욱님, 이색 전통주 공방 김정아님 그리고 연구반 졸업생 김영준님, 전문가반 졸업생 김영광님까지 총 여덟이 이곳 단양에서 3일간 전통주를 말하고 빚고 마시며 나누는 일을 했다.

 

대대리 마을 사람들과 진양주와 송순주를 빚고 마셨다. 그리고 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이곳에 와 대망의 막을 연 것이다.

박록담 소장님이 ‘우리 마을 술과 멋을 찾아서’를 천위에 거침없이 써내려 가는 것으로 시작을 알렸다. 휘호를 걸기까지 어느새 자리가 메어졌다. 술 빚을 때 뵈었던 낯익은 얼굴도 보이고 처음 뵙는 얼굴도 보였다. 어림잡아 백여 명이 되는 듯도 하고 넘는 것도 같았다.

무형문화재 이수자 민혜성 선생님께서 단가 ‘사찰가’로 흥을 일으키고 그 제자가 춘향가 ‘이별가’를 부를 때 충청도의 술 ‘청명주’를 맛볼 수 있었다. 시원하고 깨끗한 맛이 ‘청명주’를 빚고 계시는 김영섭 선생님과 닮았다.

옆에 앉는 모르는 얼굴에 대한 두려움과 견제가 서서히 녹아내릴 때 우리는 청주의 풍정사계를 만날 수 있었다. 부끄러운 듯 담백한 인사를 하시는 ‘이한상 선생님’을 뵈니, 풍정사계가 어떻게 이런 향기와 맛을 내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향기 좋은 술과 멋들어진 소리가 이 공간을 채웠다. 풍류의 백미, 음식이 빠질 수가 있는가.

한식 및 병과연구가 박양숙 선생님과 이현아 선생님, 궁중요리연구가 김연지 선생님, 차영기 선생님 그리고 아웃도어 바베큐협회장 차영기 선생님께서 한 걸음에 달려와 솜씨와 정성으로 진수성찬을 준비해주셨다.

마침내, 진양주와 송순주 거를 시간이 왔다.

한 달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빚은 술, 대대리 원주민 한 분과 한옥마을 운영자 한분이 나와 같이 술을 걸렀다. “맛이 좋소!” 술 한 잔 서로 나누며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사랑가를 뒤잇는 진도아리랑을 민혜성 명창 지휘에 맞추어 모두 같이 불렀다. 그리고 손에 손을 맞잡고 웃고 돌고 몸과 마음을 공중에 띄웠다. 서로 어렵고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단양 대대리 사람들 마음에 희망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행사를 다 마치고 모두 떠나간 자리에 할머니 한분이 곁으로 오셔서 내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참 고맙소! 참 즐거웠네, 고생했소! 참 다음에 또 오요. 또 오요…”

바쁘신 와중에도 뜻 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와주신 박양숙 선생님, 이현아 선생님, 김연지 선생님, 김영섭 선생님, 이한상 선생님 그리고 민혜성 선생님과 제자분들, 단양 대대리 김호진 이장님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애쓴 사)한국전통주연구소 직원 장은지님과 박규태님졸업생 김정아 님, 김광영 님, 김영준 님, 김진욱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글·사진 조태경(한국전통주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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