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나는 지금 물푸레섬으로 간다

                               나는 지금 물푸레섬으로 간다

 

                                                                                         이 영 식

 

물푸레, 그래 물푸레섬―

이름만 굴려 봐도 입가에 푸른 물이 고이는 섬이렷다

연안부두에서 어쩌고 덕적도 저쩌고…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대로 이배저배 갈아타고 반나절, 쉼표처럼 떠 있는 섬 자락에 닿으면

초록물감 한 됫박씩 뒤집어쓴 물푸레나무들이 바람 탄 내 손 잡아주겠지

산보하듯 느리게 섬 한 바퀴 돌다보면 이름도 얻지 못한 몽돌 바닷가 어디쯤 한 여자가 살고 있을 거야

서랍 속에 깊이 묻혀 혼자 낡아가는 첫사랑 편지 같은 여자

세상과는 담 쌓고 남정네와도 담 쌓고

그래, 섬처럼 홀로 닫고 살아왔으니 꼭 품어 안으면 물푸레 수액처럼 축축한 슬픔이 단숨에 내 가슴으로 번져오겠지

새들의 지도에나 올라있을 듯한 섬, 물푸레

그 먼 고도孤島에 가서 물푸레나무 달인 물로 시나 쓰며 며칠 뒹굴다가 물푸레 그늘 같은 여자에게 코가 꿰었으면 좋겠네

물푸레 코뚜레에 동그랗게 갇혀 오도 가도 못했으면 좋겠어

이배저배 갈아타며 나돌아 다니지 않고

그 여자가 끄는 대로 이러구러 끌려 다니다 나도 물푸레나무로나 늙었으면 좋겠네

제 발치의 성긴 그늘이나 깁는 바보, 바보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어야

 

♧사랑시는 느릿느릿 읽어야 제 맛이 나지요. 뒷물방울이 앞물방울의 목을 쳐서 끝내 종유석을 만들듯 고래로 사랑시는 죽어도 또 죽여도 다시 살아납니다. 사랑이라는 부드러움의 힘이 곳곳에 스미고 쟁여져 독자의 혀를 녹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물푸레섬은 워디유? 있기는 있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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