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주연구소 重陽節 풍류
‘만물의 정은 국화 띄운 잔에’ 시음행사
한국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가 중양절(重陽節:음력 9월9일)을 맞아 ‘내외주가(대표 박차
이날 풍류객들은 전통술방 양온(세상만사), 중원당(대표,김영섭)/청명주, 화양(대표, 이한상)/풍정사계, 좋은술(대표, 이예령)/천비향, 자희자양(노영희)/ 자희향, 친구들의 술(대표, 임숙주)/지란지교를 박양숙(전통음식전문가), 김연지(전통음식전문가), 문원식(조선호텔 세프), 이미영(조선호텔 세프), 박차원(내외주가 대표) 등 전문 요리사들이 재능기부로 만든 요리와 곁들여 시음했다.
박 소장은 이 술에 대해 “조선 초기 세종조에 조선의 화가 안견(安堅)이 세종의 셋째 왕자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듣고 3일 만에 그린 산수화로서, 이를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라고 하는데 안견의 그림, 안평대군의 글씨, 그리고 집현전 문사들의 서예와 시, 문장이 세심히 어우러진 종합 미술품”이라고 말하고, “이를 연상케 하며 빚는 술이 ‘몽유도원주’”라고 했다.
술독에서 떠낸 술을 현장에서 걸러서 마셔보는 멋, 술잔에 작은 소국 하나 띄우니 이런 운치가 또 어디 있으랴.
박록담 소장은 풍류객들에게 시주풍류(詩酒風流)를 읊었다.
만물의 정은 국화 띄운 잔에
하늘빛 물든 건지 가을이 물들인 건지.
天地間 萬物의 精은 국화 띄운 잔에 깃들고
어느 것 어느 곳인들 風流 아닌 자리 있으랴.
재주구멍 열리지 않아 漫行으로 耽樂하고
하늘의 뜻 알 수 없어 濫觴으로 歸一해도
밤이면 紗窓歌客의 蟋蟀詩에 너도 울고 나도 울고.
百草가 꺾여 지고 바람으로 우는 단풍
半空의 활처럼 휘인 달과 동이 술 잔질하다
세상사 잔에 흩어지면 달그림자 되어 돌아가리.
-2017년 10월 28일 내외주가 중양절 풍류에 부쳐
이날 중양절 행사에는 한명숙(전 국무총리), 박성준(길담서원 대표), 한복려(궁중음식 국가문화재), 남태우(중앙대 명예교수), 김종덕(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장), 한복진(전주대학교 교수), 강병인(한글캘리 손글씨 작가), 김상민(클라우드브릿지 대표), 김원하(삶과 술 발행인), 민경헌(시인), 김채옥(시인), 정희창(창아트 대표), 윤태석(문화재위원, 연구소 수석연구원), 김태영(유치원 교사) 등이 초대 되었다.
한복려 씨는 “이제 내외주가에 오는 것이 익수해져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맛있는 술과 요리가 있고, 전통문화를 발전시키려는 노력들이 보여서 참 좋다.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의 보배”라고 했다.
김종덕 회장은 “대한민국 가정에서 조리하지 않으면 농업이 사라진다. 이런 자리는 우리의 농업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면서 “농업은 흙, 종자, 농부가 3대요소인데 농업이 없으면 음식도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슬로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음주문화와 관련한 책을 가장 많이 펴낸 남태우 교수(중앙대 명예교수)는 “중양절은 양의 수 九가 겹쳤다는 뜻으로 중양이라 한다”며 “이 때 국화향이 가장 좋아 각 가정에서는 ‘국화전’을 부쳐 먹기도 해서 ‘국화의 달’이라고도 했다”면서 “이런 절기를 찾아 풍류를 즐기는 세시 풍습이 더욱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변진심(시조창 문화재) 명인이 그의 딸 유진희(대금 명인) 씨의 반주에 맞춰 태평가를 부르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때 맞춰 서예가 김기상 씨가 걸게에 ‘국화꽃 향기 술잔에’를 일필지휘(一筆之揮)로 쓰자 참석자들은 넋을 놓을 만큼 감탄했고, 여기에다가 신규열(문인화가)씨가 노란 국화꽃을 더하자 한폭의 멋진 작품으로 탄생했다.
멋글씨 작가인 강병인 씨는 술이란 주제를 가지고 붓글씨로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 한쪽에는 창아트(대표, 정희창)가 전통옹기로 제작한 화덕에서는 너비아니가 구워지고 있다.
소솔한 가을 날, 전통주가 있고,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겨나니 올해 중양절은 제대로 보낸 듯싶다. 행복한 가을 밤 정취가 꼬리 되어 뒤를 따라온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