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철 칼럼
연말을 ‘위하여’
임재철 칼럼니스트
우스갯소리로 남자들 사이에서는 ‘여자 보다 술이 좋은 이유’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첫째 각자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할 수 있다. 둘째 내가 원하면 언제든 내 곁에 있다. 셋째 거짓말을 안 한다. 넷째 배신하지 않는다. 다섯째 내가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있어 준다. 여섯째 함께 있으면 즐겁기도 하다. 일곱째 날 힘들게도 하지만 날 위로해 줄 때가 많다. 아홉째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열 번째는 실컷 울게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다… 등등. 저무는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아쉬움이 어찌 없겠는가마는 비우는 한잔 술에 모든 회한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진 않을 거다. 뿐만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음주문화도 많이 달라졌고 사람들에게 술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술자리가 2, 3차로 이어지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이맘때면 아직 술자리가 잦고 술을 자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 시기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술의 역기능이라 할까. 누구나 술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하면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시게 된다.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서 술을 권하지 않아야 한다. 딱 한잔만 하라는 권유나 유혹도 삼가야 한다.
말하자면 술을 권유하는 음주문화도 잘못이거니와 자신의 주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음주습관도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어”라고 호언장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게 우리 주변의 현실이다.
찬바람 스미는 12월의 길목에서 이어지는 술좌석도 그렇고 우리는 세상을 홀로 살 수 없음을 안다. 누군가와 이리 저리 엉키며 사는 것이다. 저마다 추구하는 삶은 다르지만 서로 부딪치며 산다. 그래서 살만하다고 위한하는지도 모르겠다. 알량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쥐꼬리만 한 권력에 춤추며 이러쿵저러쿵 갈등하며 살아간다. 더욱이 세상 사람들이 물량과 크기에 집착하며 온갖 편법으로 시간을 도모한다 해도 하등 놀라지 않으며 말이다. 이를테면 ‘우리’라는 말처럼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보듬어주며 살아야 하는 세상인 것처럼.
12월이니 새해 또한 멀지 않았다.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물결친다. 세상 또한 급변하며 쉼 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얼마 후면 새 달력 앞에서 세상은 해 뜰 것이다. 모두가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고 또 저마다의 삶의 일기장을 써 내려 갈 것이다.
어쨌든 연말엔 우리 모두 그간 자신을 옥좼던 기억의 기만들을 샅샅이 찾아내 훌훌 떨쳐버렸으면 좋겠다. 또 한 해를 보내며 주변을 돌아보고 우리가 우리에게, 그리고 세상과 자신에게 빠뜨리거나 외면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면 그저,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은 세상을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