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좋아하세요” 그러면 ‘백곰막걸리’ 가보세요
전국의 프리미엄급 막걸리, 청주, 소주 다 있어요
이런 표현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승훈 대표가 운영하는 압구정로데오거리에 있는 ‘백곰막걸리&양조장’을 찾아보라. 강남 가기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퇴계로 퍼시픽 호텔 부근에 두 달 전 문을 연 2호점인 명동점을 찾아도 같은 느낌 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
기자와 이승훈 대표와의 인연은 그가 한국막걸리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지낼 때부터 이니까 여러해 전이다.
그래도 궁금히 여긴 것이 술집 상호를 ‘백곰’이라 지은 것.
“그거요 제 별명이 ‘백곰’이었거든요, 저를 보면 백곰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자세히 보세요. 제가 백곰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ㅎㅎ”
기자가 보기엔 그저 잘생긴 미남형인데 백곰이라니….
“동물 중에 백곰은 어딘가 모르게 친근감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압구정로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백곰’이라는 캐릭터가 그들에게 어필도 되고요, 손님들은 저를 보고 웃어요. 진짜 백곰 같다고요”
이 대표는 일본 동경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부친이 유학중 출생했기 때문이란다. 4살 때(1979년)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일본서 태어났어도 일본말을 전혀 할 줄 모른다고 했다. 대학은 건국대에서 국제무역학을 공부했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수의학과를 수료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워낙 전통주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전통주와 관련된 잡지를 발행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러 다녔다. 그러던 차에 박성기 씨(한국막걸리협회 초대 회장) 등 막걸리업계에서 한국막걸리협회를 만들어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2013년 6월부터 초대 사무국장으로 1년여 일했다.
2016년 여름 압구정로데오거리에 전통주전문점 ‘백곰막걸리&양조장’이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성공여부를 가름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사업을 해보지도 않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뛰어든 사업, 그저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질 좋은 전통주를 엄선하여 구입하고, 안주도 정성껏 내놓았다.
한번 다녀간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자 ‘수요미식회’ 같은 먹방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는 등 ‘백곰’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에 전통주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 한 것이다.
압구정로데오거리에 있는 본점에서는 250여 가지의 프리미엄급 막걸리 및 청주, 증류식 소주를 선택할 수 있다. 명동점에는 현재 200여 가지의 전통주를 취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여기에도 250여 가지의 술을 취급할 계획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술들 가운데 어떤 술을 골라서 마시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가 아니면 남들이 많이 먹는 술을 고루는 방법이 무난할 것 같다.
이 대표는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를 짜냈다. 이달에 가장 많이 팔린 술을 다음달에 ‘우리술 판매 랭킹’을 발표 하는 식이다. 막걸리, 청주, 소주 별로 10가지씩을 선정해서 이를 현관에 걸어 놓는다. 손님들도 재미있어 하고, 양조장들도 이런 판매방식에 끼어들어 1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좀 더 질 좋은 술을 빚는데 열심이라고 한다.
기자가 찾았을 때(3월 7일) 막걸리 부분에서는 해창, 청주 부분에서는 풍정사계, 소주 부분에서는 이강주가 각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창의 경우 900㎖ 막걸리를 9천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다른 막걸리에 비해 양도 많고, 깔끔하고 시원해서 많이 찾는 모양이다.
이 대표는 막걸리를 취급하다보니 가끔은 맥주를 찾는 손님도 있어 국산 크래프트 맥주도 취급하고 있다.
우리의 음주문화에서 안주는 필수다. 좋은 안주 꺼리를 보면 술 생각이 나는 DNA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백곰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위주로 술안주를 내놓고 있는데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한다.
손님들은 이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로부터 각각 안주에 어울리는 막걸리 종류를 추천 받을 수 도 있다. 돼지고기 수육에는 걸쭉한 밀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 등이다.요즘은 벌교 피꼬막 무침이나 간재미찜 같은 제철 해산물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취재를 하면서 먹어본 가리비찜도 일품이었다. 가리비를 가지고 이런 비주얼로 안주를 내놓는 것은 셰프가 상당한 실력이 없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안주 가격에 비해 양이 푸짐한 것도 백곰이 성공한 비결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 대표는 “자주 찾아 주는 손님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한식, 양식, 주점 등 다양한 경력이 있는 직원을 채용하여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면서 “이런 덕에 안주에 대한 평판이 좋아지면서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곰에 일하는 직원들은 본점 포함해서 18명인데 이들은 전통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겸비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주에 대한 스토리를 꿰고 있어 손님이 원하는 술과 안주를 권한다. 소물리에 역할을 톡톡히 해야 손님들도 믿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초 문을 연 2호점은 그다지 상권이 형성된 지역은 아니다. 이른바 뜨내기손님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가는 문 닫기 십상인 지역이다.
이 대표는 “백곰을 찾아 주시는 손님들은 거의가 한번 이상 오셨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백곰이 새로운 상권을 형성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호점에는 지하에 50석 규모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데 전통주 또는 각종 문화행사를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한다.
명동점은 100여 평 규모로 지하 50석을 포함하여 150석 규모의 주점이다.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이고(라스트오더 11시) 일요일 및 공휴일은 휴무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