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김기호 닥터드럼 대표

문선희가 만난 사람④

 

김기호 닥터드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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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 만남을 이어주는 술과 음식이 있다면 무엇이 부러우랴.

진심 어린 만남과 소통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운치 있는 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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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능력자로 불리는 김기호 닥터드럼 대표는 막걸리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막걸리가 드럼 연주를 하고 재즈 공연을 펼쳐요.”

생막걸리가 발효 중인 항아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마치 드럼 연주소리가 나고, 이 소리는 흥에 겨운 재즈의 즉흥연주(improvisation)처럼 똑같이 연주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김기호 대표는 2000년 국내 최초로 드럼 전문학원인 닥터드럼을 세워 18년째 국내외 드럼 공연을 기획하고 드러머를 양성 중이다. 또한, 회원 수 8만 명의 닥터드럼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5년 MBC <능력자들>이란 방송 프로그램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팔도 막걸리 10종을 모두 맞춰 막걸리 능력자, 요즘말로 막걸리 덕후로 인정받았다.

막걸리 능력자로 불리기까지, 김기호 대표가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맛본 막걸리는 400여 종이 넘는다.

여행 작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덕에 그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김 대표는 예전에는 국내 여행을 다니면서 전국 팔도의 막걸리를 맛봤다면 이제는 새로운 막걸리를 만나고자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러다 낯선 동네 마트에서 처음 본 막걸리를 만났을 땐 마치 금광을 캔 기분이랄까!

 

대한민국 여느 남자들처럼, 소주로 술에 입문했다는 김 대표는 장수 막걸리를 시작으로 전국의 막걸리를 섭렵하며 막걸리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다 만난 송명섭 막걸리.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막걸리가 궁금해졌고 막걸리학교까지 다니게 되었단다.

 

이쯤해서 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막걸리가 궁금해졌다.

그랬더니 어린 아이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를 묻는 질문과 같다며 “다 깨물어도 안 아픈 자식들인데…”하면서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김 대표는 막걸리 맛의 다양함을 강조하며, 만남의 주제와 분위기, 때와 안주에 따라 여러 막걸리를 접해 보길 권했다.

그래도 요즘 자주 맛보는 막걸리가 있을 것 아니냐며 재차 떠오르는 막걸리라도 말해 달랬더니, ‘우렁이쌀 막걸리(DRY)’와 함께, ‘오희’ 탄산 막걸리를 추천하겠단다.

막걸리는 맛은 물론이고, 양조장과 막걸리를 만드는 분의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양촌양조와 문경주조의 공통점은 맛, 양조장, 술을 만드는 사람, 이 세 박자를 다 갖춘 술이라고 했다. 두 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지정받은 찾아가는 양조장이니 여행 삼아 한 번씩 들러보는 것도 권했다.

프리미엄 막걸리 ‘우렁이쌀 막걸리’는 무농약 우렁이농법으로 농사지은 쌀을 주원료로 만들었다. 일반 막걸리보다 3배 정도 긴 기간 동안 저온으로 숙성시킨 힘 때문인지, 숙성된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라면서 남성분들에게 추천했다.

‘오희’는 오미자가 들어간 탄산 막걸리인데, 붉은 빛깔이 매력적이라서 여성분들의 술자리 건배주로 추천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막걸리를 더 열심히 마시면서 좋은 막걸리를 찾아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늘 같은 맛을 내는 희석식 소주와는 다르게, 살아 숨 쉬는 생막걸리는 맛의 다양성이 있다고….

재즈에서 즉흥연주(improvisation)가 있듯이, 막걸리도 즉흥적 요소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어제 마신 막걸리와 오늘의 막걸리가 맛이 다르더라도 이를 막걸리의 단점으로 여기지 않고, 아름다운 재즈 선율을 즐기듯 막걸리 맛의 변화 또한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갖는 분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단다.

 

글·사진 문선희(막걸리학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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