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좋은 술 너무 아끼면 찌로 된다

김원하의 醉中眞談

 

좋은 술 너무 아끼면 찌로 된다

 

배고픔을 겪었던 세대들은 맛있는 먹거리가 생겨도 자식들 입이 아른거려 먹질 못했다. 그래서 아끼는 것이 미덕인양 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먹거리는 장시간 보관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면 아끼던 것을 막상 먹을 때는 상하게 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너무 아끼다 보면 찌로 된다’는 말들을 했다.

여기서 ‘찌로 된다’는 말은 충청도 일부 지방에서 변(便 똥오줌 변)을 ‘찌’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찌로 된다’는 것은 ‘똥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술도 그렇다. 어쩌다가 귀하고 구하기 어려운 술을 손에 넣었을 때 금방 딸 수도 없어서 다음에 먹자고 해 놓고는 잊는 경우가 있다.

양주나 배갈처럼 고도주일 경우는 별 문제가 없어도 와인이나 약주처럼 도수가 낮은 저 도주들은 보관상태가 나쁘면 상해서 마실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어느 집 거실에 놓여 있는 책장. 책은 별로 없고 책장 속에는 값비싼 갖가지 술병들로 가득 차있다. 물론 와인도 눈에 띈다.

주인이 말했다. “이 와인 적어도 20-30년은 묵은 좋은 와인입니다”

어디서 해묵은 와인이 좋다는 말은 들었던 모양이다. 거실이라면 온도나 습도조절은 애진 작에 기대를 할 수도 없고, 와인 병을 모두 세워놨으니 코르크는 바짝 말라서 공기가 오죽이나 들락거리기가 좋았을까. 그래서 한마디 한다. “그 와인 평생 두고만 보세요, 마시기는 물 건너갔으니까요” “왜요?” 왜요는 일본요가 왜요지….

이렇게 와인을 보관(전시라고 해야 맞겠지만)하는 집이 어디 이 집뿐이랴.

요즘은 온도와 습도까지 조절이 가능하여 와인을 최적의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와인셀러

(Wine Cellar)가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와인셀러는 가격 면에서 호락호락 하지 않아 와인 마니아층이 아니면 선뜻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와인셀러가 없는데 와인을 선물 받았다면 빨리 마시던지 아니면 김치냉장고에라도 넣어두자. 김치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오랜 시간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와인은 외부의 냄새, 즉 페인트, 가스, 기름, 식초, 야채 등의 냄새를 접하면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와인은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햇빛(전등불 등)이 잘 들지 않은 지하 창고 같은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이 때 와인 병은 가급적 코르크가 젖도록 눕혀두는 것이 좋다.

생 약주는 유통기한이 보통 1개월 정도이니 여간 잘 보관하지 않으면 맛 좋은 술을 버릴 수 있다. 소주 맥주도 유통기한이 1년이다.

따라서 주류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습관이 좋다. 도수 높은 양주나 배갈 또는 증류식 소주는 예외일 경우가 많다.

보관은 그렇다 치고 한 번 오픈 한 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빠진 맥주’란 말이 있듯이 병맥주 뚜껑을 따 놓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맥주 맛이 안 난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혼 술이 유행하다보니 혼자서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와인키퍼가 출시되고 있다. 그래도 와인은 공기와 접촉하면 급속히 산화가 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열에 약하다. 열을 받은 와인은 본연의 맛을 변질시키고 상하게 하기 때문에 보관이나 마실 때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술이다.

와인 보관을 잘못해서 마시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요리할 때 사용하거나 목욕할 때 타서 근사한 와인 목욕을 해도 된다. 입으로는 마시지 못해도 몸이 호강(?)을 해도 된다.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는 막걸리 식초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 그렇지만 본연의 술맛은 찾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친구야… 금잔 은잔 필요 없다. 호박잎에 술 따라라 기쁘면 한잔 먹고, 슬프면 두 잔 먹고 달 지도록 먹세 그려.

좋은 술 생기면 아끼다가 찌로 되는 것보다 벗 불러내 세상사 논 하며,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어가며 무진무진 먹세그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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