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차동영 이태백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1)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春思(봄에 그리워하며)

 

연나라 풀은 푸른 실과 같고

진나라 뽕은 푸른 가지가 낮게 드리워있군요

당신이 돌아오실 날이면

저는 애간장이 끊어져 있을 때입니다.

봄바람과는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어이하여 비단 휘장으로 들어오나요

 

燕草如碧絲

秦桑低綠枝

當君懷歸日

是妾斷腸時

春風不相識

何事入羅幃

 

배경:십대 때 국경을 지키거나 전장에 끌려간 뒤에 죽지 않았어도 육십을 넘기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시기에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네의 심정을 그렸다.

어휘

▴燕(연):지금의 허난 성 북부, 요령성 서남부 일대. 당시 변경 지역으로 남편이 군대에 나가있는 곳.

▴秦(진):지금의 산시 성 일대. 당시 여인네가 사는 곳.

▴妾(첩):옛날 부녀들이 스스로 일컫는 칭호.

해설:연나라 땅의 풀이 푸른 실처럼 돋아나면, 진나라 땅의 뽕나무는 푸른 가지가 무성하게 낮게 드리웁니다. 임께서 고향으로 돌아오실 날이면 신첩은 그리움이 사무쳐 이미 애간장이 끊어져 있을 때입니다. 봄바람은 이런 영문도 모르고 어이하여 비단 휘장 젖히고 들어오는지 어이해서….

목숨을 기약할 수 없는 싸움터로 집안의 기둥인 남편을 전쟁터로 내보낸 여인들은 그저 탈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라며 날마다 그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고생할 남편을 생각하니 당장 눈앞에 찾아온 따뜻한 봄날에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남편 대신 낯선 봄바람이 휘장 안으로 들어온 것을 원망하는 여인네의 탄식을 듣는 듯하다. 꽃을 꽃으로 볼 수 없는 슬픈 봄날이 흘러가듯 여인네의 그리움에 사무친 사부곡(思夫曲)이다. 특히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라고 하니… 여인네의 그리움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에게도 사랑한다는 임의 말이 거짓말이라며 오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조선중기 시인 김상용(1561~1637)의「사랑이 거짓말이」라는 평시조가 있다.

“사랑한다는 거짓말이, 임이 나를 사랑한다는 거짓말이/ 꿈에 보인다는 말이 그것이 더욱 거짓말이다/ 나같이 잠이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보이겠는가?”

당신은 꿈속에서 나를 본다지만 나는 그리움에 사무쳐 잠조차 이룰 수가 없는데 어떻게 꿈속에서 당신을 볼 수가 있으리오? 그러니 꿈속에서 나를 본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고 무엇이리오? 얼마나 사무쳤으면 꿈조차 꿀 수가 없는지….

 

명구(名句)當君懷歸日 是妾斷腸時

 

끝없는 사랑 비익조·연리지란?

 

중당(中唐) 시인 백거이가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읊은 장편 서사시「장한가(長恨歌)」에 나온 말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하나 되는 사랑을 말한다.

비익조(比翼鳥)는 전설 속의 새로 눈과 날개가 한 쪽 뿐이어서 다른 쪽의 짝을 만나야만 옆도 볼 수 있고 온전히 날 수 있다는 새이다. 또한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하늘에 있으면 비익조가 되고 / 땅에 있으면 연리지가 되거늘 / 천지는 영원하다 한들 다할 날이 있겠지만 / 우리의 이 슬픈 사랑은 길고도 길어 끓일 때가 없으리라

-장한가」 중에서

 

◇ 怨情(원망의 마음)

 

아름다운 여인이 구슬로 엮은 발을 걷고는

방 안 깊숙이 앉아 고운 눈썹을 찡그리고 있네

다만 눈물에 젖은 흔적만 보일 뿐

마음속으로 누굴 원망하는지 모르겠구나

 

美人捲珠簾

深坐嚬蛾眉

但見淚痕濕

不知心恨誰

 

배경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은 미인을 통해 아름다운 여인네도 근심이 있듯이 인간은 누구나 남모르는 걱정이 있음을 은근히 내포하고 있다.

 

어휘

▴捲(권):말 권. 말다. 감다. 걷다.

▴珠簾(주렴):구슬 주, 주막기 렴. 발. 커튼. 구슬을 꿰어 만든 발.

▴嚬(빈):찡그릴 빈.

▴蛾眉(아미):나방 아, 눈썹 미. (미인의 가늘고 긴)아름다운 눈썹.

▴淚痕(누흔):눈물 루, 흔적 흔. 눈물 자국.

▴濕(습):축축할 습, 습하다. 축축하다. 적시다.

▴恨(한):한스러울 한. 원망하다.

 

해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독수공방하는 여인네의 마음을 읊은 정한시(情恨詩)이다. 사람은 보고 싶을 때 봐야지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보면 마음에 그늘이 진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도 결국 그리운 정에 못 이겨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구나. 여인의 기다림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인(情人)의 무심함에 대한 원망이 읽힌다. 평이한 시어로 여인의 그리운 한을 군살 없이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어 마치 한 폭의 미인도를 보는 것 같다.

 

한편 이와 비슷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한시(情恨詩) 한 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조선중기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峯)의「몽혼(夢魂:꿈속의 넋)」으로 옛날 사대부시절 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잘 표현된 시이다.

 

요사이 안부는 어떠신가요

창가에 달빛 환할 때 제 한은 깊어만 가요

만약 꿈속의 넋이 자취를 남길 수 있다면

문 앞의 돌길은 벌써 모래가 되었을 것을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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