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전통주스토리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스토리텔링 溫故知新(50)
왕이 마시고 신하에게 내리는 붉은 진주 ‘내국홍로주’
증류식 소주류 가운데 매우 특별한 술을 꼽을 때 ‘내국홍로주(內局紅露酒)’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내국홍로주’가 궁중의 술 가운데 유일하게 알려지고 있는 증류주란 점에서도 특별하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맛과 향기, 특히 빛깔 때문이다. ‘내국홍로주’가 궁중의 술로 임금이 마시던 술이란 사실은 주품명과 그 독특한 방문에 기인한다. 먼저 ‘내국홍로주’가 궁중 술이라는 근거는 그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대궐의 약국(藥局)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내국(內局)’이 있었다. 따라서 내국은 술을 빚게 된 장소를 암시하고, ‘홍로주(紅露酒)’는 붉은 이슬방울 같은 술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주품명이다.
과거 궁중에서는 임금이 마시는 술(御酒)은 찬간(饌間)이 아닌 ‘양온서(釀醞署)’ 또는 ‘사옹원(司饔院)’ 소속의 ‘내국’에서 빚었던 까닭에 특별히 내국을 주품명 앞에 붙이게 된 것이다. 또 주품 명에 이슬 ‘로(露)’ 자를 붙이게 되면, 증류하여 이슬처럼 받아낸 술이라는 뜻이니, 곧 소주를 가리킨다.
이로써 ‘내국홍로주’는 ‘대궐의 내국에서 빚은 붉은색의 소주’라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내국홍로주’는 증류주이므로 소주를 증류하기 위해서는 먼저 술을 빚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증류주에 있어서는 어떤 술이든 증류하여 소주를 만들고, 이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품 명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내국홍로주’는 특별히 빚은 ‘향온(香醞)’을 원료로 하여 증류를 하게 된다. ‘향온’이라는 주품 명에서 보듯 ‘삼해주’, ‘청명주’, ‘소곡주’ 등 일반 술과는 표기가 다른 것을 알 수가 있다.
‘향온’이라는 명칭에서 가운데 자의 ‘온(醞)’이라는 글자는 내국을 거느리고 있는 궁중의 관청을 지칭한다. 고려시대에는 ‘양온서’이다가 조선시대에는 ‘사온서’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으므로, ‘향온’은 “양온서(내국)에서 술 빚는 법식(法式)대로 빚은 술” 또는 “임금이 마시는 술”이란 뜻을 담고 있다.
기대승의 <고봉선생속집(高峯先生續集)> 1권의 ‘유두일에 호당에서 술을 하사하다(流頭日湖堂 宣醞)’이라는 시에 ‘홍로주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6월 15일을 세속에서 유두라 부르네/ 유두의 뜻은 증빙할 수 없으나, 전해 오는 이야기는 어찌 그리 황당무계한가/ 아름다운 때라 또한 아낄 만하니, 행락이 실로 그 까닭이 있네/ 한 해가 여기에서 절반이 되는 때라, 음양이 서로 어울려 섞여 있네-…중략…-의관을 정제하여 공경히 은사에 절하며, 자리를 펴고 좋은 벗을 모으네 은잔에 ‘홍로’를 따르고, 아로새긴 도마에 진기한 음식을 벌여놓았네/ 취하고 배부름에 만족하여 편안하니, 천지간에 어찌 구할 것이 있겠는가.
이로써 ‘내국홍로주’는 임금이 마시고, 사신 접대나 유두절을 비롯하여 명절에 신하들에게 선온하는 것으로 충성을 언약 받았다고 하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 주방문을 보면, 찹쌀과 멥쌀을 1:10의 비율로 섞어 지은 고두밥에 별도로 빚어둔 부본(腐本)과 녹두를 넣어 만든 특수누룩인 향온곡과 물을 혼합하여 빚은 술이다.
‘향온’은 단양주이면서도 일반 주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방향을 띠어 고급술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 ‘향온’을 원료주로 하여 증류한 소주 역시 특별한 맛과 향을 간직하게 된다.
‘내국홍로주’는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비롯하여 <고사신서(攷事新書)>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해동농서(海東農書)> 등 4권의 한문 기록인 문헌에서 목격된다. 이들 문헌에 수록된 주방문을 보면, 일반적으로 ‘감홍로’나 소주 증류는 원료주를 가마솥에 쏟아 붓고 가열하여 소줏고리로 받아내는데, ‘내국홍로주’는 특별히 ‘향온’을 원료주로 하여 증류하고, 은으로 만든 그릇(銀器)인 솥에 담아 증류를 하고, 증류된 소주가 소줏고리에서 흘러내려 올 때 지초(芝草)라고 하는 붉은 색소를 함유한 약재를 얇게 썰어서 소줏고리의 귀때 밑에 놓음으로써, 소주 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면서 이 지초에 닿게 되고, 순간적으로 홍옥색의 물이 들게 되므로 ‘내국홍로주’라고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내국홍로주’는 ‘향온’을 원료주로 하여 증류한 만큼, 일반 ‘홍로주’나 ‘관서감홍로(關西甘紅露)’와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국홍로주’는 임금이 마시는 술인 만큼, 소주의 원료가 되는 술의 발효 또는 증류 시에 발생될지도 모르는 독성의 생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술을 끓이는 솥이나 증류된 소주를 받아내는 그릇(受器)을 은기(銀器)를 사용함으로써, 독성(毒性)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를 예방하고 있다. ‘향온’이나 이를 증류한 ‘내국홍로주’가 어주(御酒)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색상에 따른 호감도는 매우 좋았으나, 알코올 도수가 지나치게 높은 50~60%로서, 건강을 위해서는 과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명주라도 ‘내국홍로주’처럼 고도주를 과음하게 되면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내국홍로주’의 특징을 부여하는 중요한 재료로 지초는 그 효능이 산삼(山蔘)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홍소주’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였으므로,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
◈ 내국홍로주 <고사신서(攷事新書)>
◇ 술 빚는 법:①누룩은 향온주의 향온곡 제조법으로 디뎌서 띄우고, 그 양은 2말로 한정한다. ②향온주를 빚어(멥쌀 10말과 찹쌀 1말을 한데 섞어 물에 깨끗이 씻은 뒤,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솥에 물 15병을 붓고 끓이다가,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넓은 그릇에 담아놓고, 끓는 물을 고루 붓고, 주걱으로 골고루 헤쳐서 밤재워 놓는다. 고두밥이 물을 다 먹고 차게 식었으면 누룩 2말, 부본 1병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15일가량 발효시킨 뒤) 용수 박아 채주한다. ③ 발효가 끝난 술을 ‘향온주‘라 하며, 이 향온주 3병 2복자를 기준으로 증류한다. ④솥에 불을 지피고, 물 2사발을 붓고 끓이다가, 향온주 2사발을 붓고 끓인다. ⑤향온주 3사발을 솥에 붓고 저어준 뒤, 끓으면 다시 향온주 6사발을 붓는 방법으로 점차 양을 늘려서 안치는 방법으로 술을 다 안친다. ⑥. 솥 위에 소줏고리를 얹고, 소줏고리 위에 냉각수 그릇을 얹는다. 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 그릇의 틈새를 소줏번을 붙여 막는다. ⑦냉각수 그릇에 찬물을 채우고, 소줏고리 귀때 밑에 병(수기)을 놓고, 그 위에 지초 잘게 썰어 병 입구에 밭쳐놓는데, 술 2사발을 내리는데 지초 1냥을 쓴다.
<內局紅露酒> 釀法如香醞而麴則以二斗爲限香醞三甁二鐥燒出一甁承露時以芝草一兩細切置于甁口則紅色濃深內局則淸酒用銀器煮取故與外處燒酒不同.
◈ 내국홍로주 <산림경제(山林經濟)>
◇술 빚는 법:①멥쌀 10말과 찹쌀 1말로 고두밥을 짓고, 끓는 물 물 15병을 섞어 넓은 그릇에 담아놓고, 밤재워 고두밥이 차게 식었으면 누룩 2말, 부본 1병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②발효가 끝난 술을 ‘향온주(香醞酒)’라 하며, 이 향온주 3병 2복자 분량을 기준으로 증류한다.
◇소주 내리기:①솥에 불을 지피고, 물 2사발을 붓고 끓이다가, 향온주 2사발을 붓고 끓인다. ②향온주 4사발을 솥에 붓고 저어준 뒤, 끓으면 다시 향온주 8사발을 붓는 방법으로 다 안친 후, 소줏고리를 얹고, 소줏고리 위에 냉각수 그릇을 얹는다. ③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 그릇의 틈새를 소줏번을 붙여 막는다. ④냉각수 그릇에 찬물을 채우고, 소줏고리 귀때 밑에 수기를 놓고, 그 위에 지초 1냥을 밭쳐놓는다.
<內局紅露酒 釀> 法如香醞 而麪則以二斗爲限 香醞三甁 二鐥燒出 一甁承露時 以芝草一兩細切 置于甁口 則紅色濃深 內局, 則以淸酒 用銀器煮取 故與外處燒酒不同. <聞見方>.
◈내국홍로방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 술 빚는 법:①멥쌀 10말과 찹쌀 1말을 한데 섞어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솥에 물 15병을 붓고 끓이다가,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넓은 그릇에 담아놓고, 끓는 물을 고루 부으면서 주걱으로 골고루 헤쳐서 밤재워 놓는다. ③고두밥이 물을 다 먹고 차게 식었으면 누룩 2말, 부본 1병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15일가량 발효시킨 뒤 채주한다.⑤발효가 끝난 술을 ‘향온주(香醞酒)’라 하며, 이 향온주 3병을 2복자 분량 기준으로 나누어 증류한다.
◇소주 내리기:①은솥에 불을 지피고, 물 2사발을 붓고 끓이다가, 향온주 2사발을 붓고 끓인다. ②향온주 4사발을 은솥에 붓고 저어준 뒤, 끓으면 다시 향온주를 붓는 방법으로 2복자를 다 안친 후 소줏고리를 얹고, 소줏고리 위에 냉각수 그릇을 얹는다. ③은솥과 소줏고리, 소줏고리와 냉각수 그릇의 틈새를 소줏번을 붙여 막는다. ③냉각수 그릇에 찬물을 채우고, 소줏고리 귀때 밑에 수기를 놓고, 그 위에 향온주 2복자당 지초 1냥씩을 밭쳐놓는다.
◇내국(內局):왕궁의 내국(약국)은 술을 빚는 관청으로, 사옹원에 내의원을 두었다.
<內局紅露方> 釀法如香醞而麪則二斗爲限香醞三甁燒出二鐥承露時以紫草一兩細切置于甁口則紅色濃深. 且內局則以淸酒用銀器煮取故與外處燒酒不同. <聞見方>.
◈ 내국홍로주 <해동농서(海東農書)>
◇술 빚는 법:①누룩은 ‘향온주’의 향온곡 제조법으로 디뎌서 띄우고, 그 양은 2말로 한정한다. ②‘향온주’를 빚어(멥쌀 10말과 찹쌀 1말을 한데 섞어 물에 깨끗이 씻은 뒤,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솥에 물 15병을 붓고 끓이다가,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어 넓은 그릇에 담아놓고, 끓는 물을 고루 붓고, 주걱으로 골고루 헤쳐서 밤재워 놓는다. 고두밥이 물을 다 먹고 차게 식었으면 누룩 2말, 부본 1병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5일가량 발효시킨 뒤) 채주한다. ③발효가 끝난 향온주 3병 2복자 분량을 기준으로 증류한다. ④소줏고리 귀때 밑에 병(수기)을 놓고, 그 위에 지초 잘게 썰어 병 입구에 밭쳐놓는데, 술 2사발을 내리는데 지초 1냥을 쓴다. ⑤뽕나무나 밤나무 장작으로 불을 알맞게 조절하여 소주를 받되, 첫술 1컵 정도는 버리거나 다음에 증류할 술에 섞어 사용한다. ⑥냉각수 그릇의 물이 따뜻하면 즉시 퍼내고 다시 찬물을 갈아준다. ⑦소주가 떨어지면서 지초를 통과하는 즉시 진홍색으로 된 ‘소주(홍주)’를 얻는데, 소주 1병이 나온다. * 주방문에 “내국(內局)에서는 청주를 은그릇에 끓여 받는다. 따라서 외지 소주와 같지 않다.”고 하였다.
<內局紅露酒>釀法如香醞而麯則二斗爲限香醞三甁二鐥燒出承露時以芝草一兩細切置于甁口則紅色濃深內局則以淸酒用銀器煮取故與外處燒酒不同(聞見方).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