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술 한 잔, 정말 더위를 쫓아줄까?
여름철 음주, 다른 계절에 비해 건강해치기 쉬워 주의 필요
올해 유례없는 폭염과 잠 못 드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위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름철 음주는 다른 계절에 비해 건강을 해치기 쉬워 주의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면 순간적으로 시원해지는 것 같지만 단지 느낌일 뿐 실제론 알코올의 열량에 의해 열이 올라 더 더워진다”며 “더운 날씨에 술을 마시면 더 덥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음주는 더운 날씨로 확장된 혈관을 더욱 확장시켜 다른 계절보다 취기가 빨리 오른다. 전용준 원장은 “혈관이 넓어지면 알코올의 체내 흡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급변하게 된다”며 “늘어난 혈관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의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또한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이라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탈수 현상이 오기 쉽다. 전 원장은 “알코올이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미네랄, 전해질 등과 함께 몸 속 수분을 배출해 탈수 현상뿐 아니라 혈액이 끈끈해져 동맥경화나 급성 심근경색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들기 힘든 열대야를 이겨내려 마시는 술 역시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알코올이 수면 리듬을 파괴하고 잦은 배뇨를 유도해 깊이 잠들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무엇보다 술에 의존해 잠을 청하다보면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결국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취한 상태로 잠들어 장시간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열사병, 일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다. 실제로 최근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 원장은 “어지럽거나 두통, 구토, 헛소리 등 온열질환 증상이 술에 취했을 때와 비슷해 음주 후 온열질환에 걸려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며 “앞으로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 만큼 음주를 삼가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