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 (12)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3장 누가 이별을 만남의 서곡이라 했는가?
그대에게 물어보자 동으로 흘러가는 장강의 물결이
그대와 이별하는 마음과 어느 것이 길고 짧은가
◇ 黃鶴樓送孟浩然之廣陵
황학루에서 광릉으로 가는 맹호연을 전송하며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벗이 서편 황학루를 떠나
안개꽃이 자욱한 3월에 양주로 가는구나
외로운 돛단배의 먼 그림자는 창공으로 사라지고
오직 보이는 건 하늘에 맞닿아 흐르는 장강뿐이네
故人西辭黃鶴樓
煙花三月下揚州
孤帆遠影碧空盡
唯見長江天際流
배경
이백이 739년 봄 황학루에서 광릉으로 떠나는 맹호연을 보내며 석별의 정을 아쉬워하면서 부른 노래이다.
어휘
黃鶴樓(황학루): 호북성 무한시에 있는 누각. 옛날에 신선이 노란 귤껍질로 만든 학이 진짜 학이 되어 신선을 태우고 날아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孟浩然(맹호연):성당(盛唐)의 자연파 시인. 이백의 친한 글벗이자 문단 대선배.
之(지):~로 향해 가다.
廣陵(광릉):양주(揚州). 지금의 강소성 양주시.
故人(고인):친한 벗.
煙花(연화):안개나 아지랑이가 자욱한 가운데 피는 꽃.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을 묘사.
孤帆(고범):외롭게 떠 있는 작은 배. 고주(孤舟).
遠影(원영):먼 그림자.
碧空(벽공):푸른 하늘. 창공. 벽천(碧天).
長江(장강):양쯔강의 중국식 명칭.
天際(천제):하늘의 끝. 천말(天末).
해설
단지 풍경 묘사만으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니 과연 이백다운 멋진 시다.
장강 강가에 중국 3대 누각 중 하나로 옛적에 신선이 누런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황학루라는 누각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춘삼월 호시절, 누각 주변 강가에는 온통 봄꽃들이 고운 자태를 서로 뽐내듯 만발하고 있었다. 이백의 글벗이자 문단 대선배인 맹호연이 광릉으로 막 갈 참이다. 황학루에서 광릉까지는 뱃길로만 수만 리 길……. 지금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모르는 길. 그동안 함께 보낸 정을 뿌리치고 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이별이라는 글자는 단 한 글자도 쓰지 않고 단지 풍경만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아쉬움을 절제하여 표현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이 시의 묘미가 있다 하겠다.
강가의 절경들을 뒤로 하고 작은 돛단배 하나가 춘풍에 밀려 순식간에 멀어진다. 거대한 장강의 물결이 하늘에 맞닿아있는… 그 수평선 너머로 돛단배의 긴 그림자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이 젊은 이백의 시선은 대선배의 흔적을 따라가고 있다. 그 긴 그림자가 사라진 후에도… 장강의 물이 맞닿아있는 곳, 그 하늘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렇게 이백은 황학루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고….
이 시가 지어진 이듬해, 맹호연은 마치 황학루에 얽힌 전설처럼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명구(名句)
唯見長江天際流
◇ 金陵酒肆留別
금릉 술집에서 이별을 남기다
바람이 부니 버드나무 꽃향기 주점에 가득하고
오나라 미희들 술을 걸러 손님에게 맛보라고 권하네
금릉의 자제들 찾아와 서로 송별하는데
가려고 하나 가지 못하고 각자 술잔만 비우네
그대에게 물어보자 동으로 흘러가는 장강의 물결이
그대와 이별하는 마음과 어느 것이 길고 짧은지
風吹柳花滿店香
吳姬壓酒勸客嘗
金陵子弟來相送
欲行不行各盡觴
請君試問東流水
別意與之誰短長
배경
726년 봄 이백이 금릉을 떠나 양주로 갈 때 벗들에게 써준 유별시(留別詩)이다.
어휘
金陵(금릉): 지금의 강소성 남경시.
酒肆(주사):방자할 사. 주막. 주점. 술집.
留別(유별):떠나는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하는 이별.
送別(송별):남아있는 사람이 떠나는 사람에게 하는 이별.
吳姬(오희):오나라 지방의 여인(금릉이 옛날 오나라 땅). 여기서는 주막의 주모라고도 함.
壓酒(압주):술을 거를 때 조리로 눌러 뜬 술.
觴(상):잔 상. 술잔.
與之(여지):~와 더불어. 여기서 ‘之’는 대명사로 강물을 뜻함.
해설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 모두 아쉬운 것이 진정한 우정이리라. 그리하여 글벗이며 술벗인 금릉의 친구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며 술집에서 마지막 술판을 벌인다. 왁자지껄하게 때는 바야흐로 버들가지 나부끼는 봄 향기 가득한 계절, 술집 여인네는 새 술의 맛을 보라고 권하고, 그동안 사귀었던 금릉의 젊은이들은 몰려와 이별의 주연을 베풀어주는 정겨운 광경이다.
한 잔 두 잔 권하거니 마시거니 하노라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구나. 이에 어느 정도 취기가 돈 이백은 붓을 들고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시 한 수를 써내려 간다. 저기에 도도히 흘러가는 장강이 있구나. 내 그대들에 한번 물어봅시다. 저 강물과 우리 이별의 정 어느 것이 더 긴지를…. 이렇게 벗들을 떠나는 자신의 슬픔이 장강의 길이보다 더 길다는 것을 절묘하게 표현한 마지막 두 구는 시인다운 착상이라 하겠다.
그래서 옛말에 친구를 사귀는 도리는 ‘처음엔 담담하다가 나중엔 열렬하게, 처음엔 낯설다가 나중엔 친하게, 처음엔 멀었다가 나중엔 가까워지는 것’이라 했던가.
명구(名句)
請君試問東流水 別意與之誰短長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