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를 이겨낸 포도를 수확하여 아이스와인을 빚는다

1. 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와이너리를 시작하고 나서 혼자서 개발한 술들이다.

고품격 품질을 자랑하는 조흔와이너리 徐光福 대표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 포도를 수확하여 아이스와인을 빚는다

 

고품격 품질을 자랑하는
조흔와이너리 徐光福 대표

 

“수확하지 않고 포도나무에 포도가 달린 채로

겨울을 넘기면 브릭스(Bricks)가 24~25까지

높아져 아이스와인을 빚는데 딱 알맞기 때문”

때는 한겨울이다. 강추위로 여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1월 하순이다. 이런 날씨에 온실도 아닌 노지(露地) 포도밭에 샤인머스캣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한 겨울 국내 와이너리에서 이런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포도송이를 비닐 주머니로 씌우긴 했지만, 이는 보온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포도알이 떨어지는 것을 보관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포도송이가 여름철과 별반 차이가 없을 만큼 생생하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강추위가 여러 날 지났는데 포도송이 상태가 그대로인 것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이 육사의 ‘청포도’처럼 푸르고 탱글탱글한 포도송이는 아니지만, 갈색으로 변한 포도알은 모진 추위를 이겨내면서 수분이 빠져나가 당도는 더 높아져서 달다. 마치 황태 덕장에서 눈비 맞아가며 추운 겨울을 보낸 동태가 황태로 변해서 구수한 맛이 더해진 것처럼 수분이 빠진 포도알은 그야말로 진국만 남아 끈적하면서 달다.

경북영천 소재 조흔와이너리 徐光福(61세) 대표가 가을철에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겨울을 넘겨 포도를 수확하는 것은 독일이나 캐나다처럼 진짜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포도나무에 포도가 달린 상태로 놔두었다가 포도를 수확하는 것은 조흔와이너리가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3천여 평 포도밭에 얼린 포도를 수확하여 아이스와인을 빚으면 대략 6천여 병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徐 대표는 말했다.

1. 조흔와이너리 서광복 대표는 의외로 학구파다. 유명한 와인 전문가로부터 전수 받지 않고
혼자서 와인을 개발하고 연구한다. 그렇게 개발한 술이 28가지. 가을철에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노지 포도밭에서 영하의 추위를 견딘 포도를 수확하여 아이스와인을 빚을 생각을 해 낸 것도 그의 연구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徐 대표에게 이처럼 추운 겨울을 지낸 포도로 와인을 빚는 이유를 물었더니 “수확하지 않고 포도나무에 포도가 달린 채로 겨울을 넘기면 브릭스(Bricks)가 24~25까지 높아져 아이스와인을 빚는데 딱 알맞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스와인은 외국에서도 일반 와인에 비해 비싸고 귀해서 결혼기념일 같은 때 챙기는 와인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스와인의 생산지는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온타리오)과 독일의 라인헤쎈주의 닥터젠젠(Dr. zenzen)과 캔더만 (kendermann)이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지역은 아이스와인을 빚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는 추운 겨울에 포도가 자연적으로 얼어서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아이스와인을 생산한다. 독일도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유명한 아이스와인을 생산한다.

徐 대표도 캐나다나 독일의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싶어서 포도를 얼렸다가 한겨울에 수확하는 것이라고 했다.

1. 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와이너리를 시작하고 나서 혼자서 개발한 술들이다.

진짜 아이스와인을 맛보려면 조흔와이너리를 찾아라

국내 몇 군데 와이너리에서 아이스와인(Eiswein)을 출시하고 있지만 엄격하게 따져 보면 생산과정이 약간 변형시킨 아이스와인이다. 이를테면 가을철에 샤인머스캣을 수확하여 냉동창고에 보관했다가 이를 꺼내서 와인을 빚어서 아이스와인이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 보당(補糖:설탕을 첨가)을 해주어야만 와인을 빚을 만한 브릭스가 나온다.

이렇게 빚은 아이스와인은 어딘가 맛과 향이 떨어진다. 마치 일반 북어로 북엇국을 끓인 것과

용대리 진부령 황태 덕장에서 생산한 황태로 끓인 북엇국과 차이라고나 할까.

와인 소믈리에가 아니어서 정확한 표현은 할 수 없지만, 徐 대표가 권하는 조흔의 아이스와인(알코올:12%)은 99.9%의 국산 포도만을 사용하여 와인을 빚어 향이 다르다. 맛 또한 진하지 않으면서 상큼하다. 보당을 하지 않은 탓에 설탕의 특유한 단맛이 없는 것이 신선하다고나 해야 할까.

​캐나다와 독일의 아이스와인은 캐나다와 독일의 여러 와인 중 인기 있는 대표적인 와인으로 18세기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스와인이 다른 와인에 비해 특별한 이유는 포도밭에서 얼은 상태의 포도를 그대로 수확하여 만들어 당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얼은 포도는 당분은 얼지 않고 물만 얼은 상태이기 때문에 얼음을 녹이지 않고 과즙만 잘 짜내면 보통의 와인의 과즙보다 당도 높은 과즙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얼은 상태로 수확해야 하므로 기온이 최소 3시간 이상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져야 수확할 수 있다. 아이스와인을 마시기 좋은 온도는 8도에서 12도로 달콤한 맛 때문에 주로 식사 자리보다는 후식 자리에 디저트와 함께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1. 취재에 동행한 본지 박영덕 편집위원과 와인 판매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진짜로 아이스와인을 빚는 현장이 보고 싶었다

<삶과술>을 열독하고 계신 독자들은 ‘조흔와이너리’는 지난해 10월호에 실린 것을 기억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번 호에 다시 徐光福 대표를 찾은 것은 진짜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현장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徐 대표는 현재 상주하는 직원이 없이 혼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28가지의 술을 개발하여 현재는 24가지의 술을 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증류주가 4가지 리큐류 3가지 과실주가 17가지(전통주 포함)라고 한다.

상상 초월이다. 한두 가지 술을 생산하는 것도 품이 많이 드는데 24가지나 되는 술을 혼자서 생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도 새로운 술을 계속 개발한다.

지난 1월 10일에는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가 주관한 ‘2026 전통주·한국와인 베스트 트로피’ 품평회 화이트와인 부문에서 홀스타화이트가 최고상인 그랑골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수상이 특별한 것은 국가대표 소믈리에들이 참여한 엄격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최고의 품질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영천와인은 화이트, 레드, 로제 전 부문에서 고르게 수상하며 경쟁력을 보여줬다.

남들처럼 가을철에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담그면 편 하련만 굳이 고집을 부려 한겨울 포도를 수확해서 와인을 담그는 일은 그만큼 힘이 들지만 서 대표는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남들처럼 그렇고 그렇게 쉽게 와인을 빚으면 다른 와이너리와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徐 대표의 철학이다.

술의 평가는 마셔보는 것이 최고. 서 대표가 취재기자에게 시음을 권할 아이스와인을 오 픈하고 있다.

고객들로부터 높은 평판 받는 조흔와이너리

조흔와이너리의 모든 와인은 영천 포도로 빚어진다. 영천은 국내에서 포도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일조량이 많고 비가 적게 내려 포도의 단맛이 풍부하고 신맛이 덜하다. 서 대표는 5000평 규모의 포도밭에서 15~20t가량을 수확해 와인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전체 포도 수요의 10%는 주변 포도 농가에서 사들인다.

“포도는 영천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서 대표의 부친도 영천에서 포도 농사를 지으셨다고 한다. 서 대표가 와이너리를 시작한 것은 2008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와이너리다.

徐 대표는 2008년까지 돈 만지는 부서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서 대표가 말했다.“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지만, 막상 돈을 만지는 직업은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직업”이라고 했다.

인근 대학과 와인소믈리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徐 대표가 귀향해서 막상 와인을 빚으려니 쉽지 않았다고 했다. 徐 대표가 와인을 빚게 된 것은 아버지가 재배하는 포도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와인을 떠올렸다고 한다. 와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徐 대표는 와인 관련 서적을 읽으며 연구했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와인 수업도 들으면서 양조 기술을 익혔다. 더 많은 양조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대학교 등 여러 대학교에서 열리는 양조 강의도 빠지지 않고 들었다.

서 대표는 “지금은 대경대학과 분기별로 만나서 주류 관련 연구를 한다. 이는 항상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깐깐하게 와인을 만들고 싶고, 주질 연구에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4월 조흔와이너리가 KCBI(Korea Consummer Brand Institute:대한민국 소비자 브랜드 위원회)로부터 ‘2025년 K-소비자 만족지수 1위’를 수상한 것도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포도송이에 씌운 비닐봉지는 보온용이 아니라 떨어지는 알맹이를 수확하기 위해서다.

사업은 매출이 많이 올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고객들로부터 술맛이 좋다는 평판은 많이 듣고 있지만, 막상 좋은 평판만큼 판매는 되지 않고 있다고 徐 대표는 말한다.

특히 아이스와인을 마셔본 고객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데 놀라워하고 있을 정도라고 徐 대표는 말했다.

그렇다고 아이스와인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레드나 화이트 와인 보다는 약간 비싸지만(출고가 2만 8천 원) 수입 아이스와인보다 가격이 싸다.

이는 국내 와인소비자들에게 아이스와인의 진정성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연하 10도 이상 추운 겨울을 넘긴 포도는 어떨까.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徐 대표는 조흔와이너리의 온·오프라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먼저 오프라인에선 각종 체험을 활성화하고 있다. 가을철에는 포도 따기 체험, 뱅쇼·샹그리아 체험, 피크닉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와인을 알리고 있다.

또 ‘조흔와이너리’를 개업한 2009년 이후 끊임없이 와인을 연구하고 있다. 徐 대표는 “입소문을 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이 조흔와이너리의 와인을 찾아주시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와인 연구에 정진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겠다.”고 했다.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유명 작가 빅토르위고는 와인을 두고 이런 명언을 남겼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물에 비견할 정도로 와인을 인간이 만들어 낸 최상의 작품으로 평가한 것이다.

막걸리도 먹고 싶을 만큼 먹지 못하던 시절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와인은 먼~남의 나라 이야기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던 것이 한국산 와인으로 세계 와인품평회에서 상도 받는 시대가 되었다.

徐 대표는 말했다. “우리가 더 노력하면 K컬쳐, K푸드처럼 K와인도 세계적으로 빛을 발휘할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그날을 위해 포도주 업계에서 일하는 모든 이가 힘을 합쳐 보자고 말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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