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긴(Colgin)’은 내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완벽한 와인이다. 콜긴와인은 이미 ‘와인 양조의 열반의 경지(wine making nirvana)’에 올랐다.”(로버트 파커)
세계적인 컬트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콜긴 와이너리의 오너 앤 콜긴(Ann Barry Colgin)과 그녀의 남편 조 웬더(Joe Wender)가 지난 1일 방한했다. 앤은 1992년 미국 나파밸리에 콜긴 와이너리를 설립했으며, 이후 ‘컬트와인의 여신(女神)’으로 불리는 최고급 와인들을 만들고 있다. 2004년에는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 만점을 획득하며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콜긴 와이너리는 설립 첫 해부터 유명 여성 와인메이커 헬렌 털리(Helen Turley)가 참여하면서 업계에 화제가 됐다. 그 덕분에 나파밸리 5대 컬트와인 대열에 합류하게 됐고, 이 와인들은 와인애호가와 컬렉터들의 수집 아이템이 됐다.
◇ “열반의 경지에 오른” 와인메이킹
콜긴와인은 로버트 파커가 “와인메이킹이 열반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했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해발 280~430m 고도에 바위를 밀어내고 조성한 나인 이스테이트(IX Estate) 포도밭과 완벽한 양조장을 보고 로버트 파커는 “내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완벽하다”고 표현했다. 로버트 파커는 나파밸리를 방문할 때면 그가 묵는 호텔로 와인을 보내도록 해 시음하지만 콜긴만 유일하게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콜긴의 와인철학
자연환경이 뛰어난 경사지의 포도원에서 자라는 최상의 포도를 수확해, 포도에 내재된 품질이 와인에 저절로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포도원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기 위해 낮은 수확량, 물과 영양분 사이의 균형, 무엇보다 실험실 수치(數値)가 아닌 사람의 미각에 의존해 생리적으로 완숙한 시점의 포도를 수확하는데 중점을 둔다.
수확기에는 포도가 최상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를 위해 이른 새벽에 수확 작업을 하며, 작은 바구니에 포도를 담아 냉장 트럭으로 양조장까지 옮긴다. 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포도 껍질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콜긴의 포도들은 양조장에 도착하면 포도송이 상태에서 한 번, 그리고 줄기를 제거한 후 한 번 불량 포도를 선별한다. 두 차례의 선별작업이 끝나면 중력을 이용해 최첨단 스테인리스 발효조에 투입한다.
◇ 콜긴 와이너리
1988년 앤 콜긴은 골동품 딜러였던 남편 조 웬더와 함께 나파밸리 와인옥션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캘리포니아의 컬트와인 메이커 헬렌 털리를 만났다. 당시 헬렌은 소노마의 컬트와인 ‘마카상(Marcassin)’을 세우고, 다른 컬트와인 ‘브라이언트 패밀리(Bryant Family)’의 와인메이커를 지낸 거물이었다. 그녀는 앤과 조에게 포도밭을 사 보라고 권했다. 92년에는 그들에게 나파밸리의 정상급 포도밭인 허브 램 빈야드(Herb Lamb Vineyard)에서 나온 포도를 구해주고 양조까지 맡아줬다. 이 와인은 출시와 함께 당시 ‘5대 컬트와인’이라는 날개를 달기까지 했다.
시작부터 최고의 팀과 함께 했지만 정작 자신만의 포도밭이 없었던 앤은 마침내 1996년 세인트헬레나(St. Helena)의 경사면에 1ha(3025평)를 매입, 타이치슨 힐 빈야드(Tychson Hill Vineyard)를 조성했다. 훗날 여기서 만들어진 2002년 빈티지 카베르네 쇼비뇽이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았다. 2000년에는 역시 세인트헬레나의 해발 280~430m 고지대에 바위를 밀고 8.3ha 포도밭을 조성하곤 이를 ‘나인 이스테이트’라고 이름 지었다. 높은 고도로 인한 선선한 기온과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을 지닌 이 밭에는 지금도 보르도 품종인 카베르네 쇼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쁘띠 베르도 외에 나파밸리에서 매우 귀한 시라가 자라고 있다. 나인 이스테이트의 북단에는 최첨단 양조장이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 2002년 빈티지부터 콜긴의 모든 와인이 양조되고 있다.
◇ 앤 콜긴
미국 텍사스 출신의 앤 콜긴은 벤더빌트대학(Vanderbilt University)에서 학부과정을 마친 뒤 런던 소더비에서 예술학 과정을 수료했다. 그녀는 바로 그곳 런던에서 와인과 만났다.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에서 공부하며 점차 와인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시간이 흘러 와인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와인은 마치 예술작품과 같아서 순식간에 빠져들었어요. 예술가의 손놀림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뒤에는 정치, 역사, 그리고 개인의 경험치까지 전부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고 예술품을 완성하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와인도 마찬가지죠. 떼루아의 역사와 개인의 경험, 농부의 기술과 와인메이킹 팀의 능력이 모두 조화를 이뤄 탄생하는 작품이 바로 와인입니다.”
화가가 작품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독특한 터치를 남기는 것처럼 콜긴와인 한 병 한 병에는 포도와 포도나무, 땅이 주는 저마다의 특성과 성격이 잘 반영돼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앤을 와인의 세계로 인도한 또 다른 영역인 ‘옥션(auction)’ 또한 그녀의 인생에 있어 가장 방대하고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그녀는 소더비의 와인 부분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선경매에도 적극 참여할 만큼 자선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앤은 옥션에 참가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부추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옥션 기증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유능한 경매사기도 하다.
“지역사회에 뭔가를 돌려주는 일은 제가 진심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일입니다.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을 신나게 부추기면 더 많은 부분이 공동체에 돌아가는데, 이 일을 왜 안 하겠어요.”
지금까지 앤은 콜긴의 매그넘 사이즈나 희귀한 아이템인 올드 빈티지를 내놓아 지역사회와 의료단체, 예술가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앤은 경매에서 콜긴와인을 낙찰 받은 사람이 그녀에게 사인을 요청하면, 사인 대신 라벨에 키스를 해 입술무늬를 남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