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로 즐기는 신라의 여름밤

위치 : 경북 경주시 경주역사유적지구(월성 지구)

 

경주는 그윽한 야경을 즐기며 낭만적인 여름밤을 보내기 좋은 도시다. 어둠이 내린 월성 지구와 대릉원 지구의 고분이 달빛과 조명 아래 한층 부드러운 곡선을 드러낸다. 또 첨성대, 월정교,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 등 천 년 고도의 유적이 멋진 경관 조명 아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문무대왕릉이 있는 경주 동해권에서는 통일신라 삼층 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도 만날 수 있다.

경주 야경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월성 지구다. 월성 지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경주역사유적지구 다섯 곳 중 한 곳으로 신라 궁궐이 있던 월성, 경주 김 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계림, 내물왕릉, 첨성대,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인 동궁과 월지를 아우른다. 월성 지구의 유적은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가깝고, 복원 중인 월정교와 교동최씨고택이 자리한 교촌마을이 지척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본격적인 야경 여행에 나서기 전, 교촌마을부터 들르자. 교촌은 682년(신문왕 2)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학이 세워진 곳으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눈 요석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 400년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 부자 가문의 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 27호)을 중심으로 전통 한옥이 복원되어 신라 속 조선의 문화를 만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유리 공방, 천연 염색 체험장, 국악 체험장, 전통찻집, 한식당 등 관광객을 위한 문화 체험 시설과 편의 시설을 갖췄고, 매달 첫째 토요일에는 저잣거리에서 60분간 흥겨운 공연도 펼쳐진다. 최씨고택 관람 마감은 오후 6시다.

월정교, 첨성대, 동궁과 월지에 조명이 들어오는 시각은 일몰 직후인 8시 무렵이니 그 전에 주변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면 좋다. 여행자들 사이에 입소문 난 식당이 첨성대 맞은편에 모여 있다. 콩국수 전문점 ‘경주원조콩국’에서는 진하고 고소한 콩국수, 따뜻한콩국, 해물비지전을 맛볼 수 있고, 게장 전문점 ‘서산돌’은 간장돌게장과 양념돌게장이 함께 나오는 게장백반이 맛있다. 게딱지 속 장을 모아 참기름과 깨소금에 비빈 어린이용 게알비빔밥도 준비된다. 칼칼한 맷돌순두부찌개, 고명이 화려한 진주냉면도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의 숲머리 음식단지로 가면 숯불갈비, 토종닭 요리, 한정식, 맷돌순두부, 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월성 지구 야경 여행은 동궁과 월지(사적 제 18호)에서 마무리한다. 동궁은 태자가 살던 신라 왕궁의 별궁, 월지는 동궁 안에 있는 연못이다. 그동안 안압지 혹은 임해전지로 불리다가 2011년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바뀌었고, 연못과 건물 세 채가 복원되었다. 동서 200m, 남북 180m, 둘레 1000m로 크지 않은 연못인데 가장자리에 굴곡이 많아 어느 곳에서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월성 지구에서 차량으로 50분 거리에 위치한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 제 112호)도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감은사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왕이 왜적을 막고자 경주로 통하는 동해 어귀에 짓기 시작한 사찰로, 아들인 신문왕 때(682년) 완공됐다. 지금은 금당 터와 탑 두 기만 남았지만, 1300여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두 탑에는 장중한 기백과 기품이 서려 있다. [사진/ 이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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