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12)
九斗酒 <山家要錄>와 구일주 <曆酒方文>
九斗酒 <山家要錄>
◈ 쌀 9말 빚이
◇술재료 ▴밑술 : 멥쌀 2말, 누룩 2되, 끓는 물 2말 ▴덧술 : 멥쌀 5말, 누룩 5되, 끓여 식힌 물 5말▴2차덧술 : 멥쌀 2말, 누룩 2되, 끓는 물 2말
◇술빚는법 ▴밑술 ① 멥쌀 2말을 씻어(백세하여 물에 담가 3일간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② 쌀가루를 시루에 안쳐서 백설기를 짓고, 물 2말을 팔팔 끓인다.③ 설기떡이 익었으면 끓는 물과 합하고, 주걱으로 고루 치대서 덩어리가 없이 한 뒤,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 차게 식힌 설기떡에 누룩 2되를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 멥쌀 5말을 씻어(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② 쌀가루를 시루에 안쳐서 백설기를 짓고, 떡이 익었으면 퍼내어 차게 식히고, 물 5말도 팔팔 끓인다(차게 식힌다). ③ 설기떡에 끓여 식힌 물 5말을 쏟아 붓고 덩어리가 없이 하여, 누룩 5되와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단단히 밀봉하여 예의 방법대로 3일간 발효시킨다.
▴2차덧술 ① 멥쌀 2말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 쪄낸 고두밥에 물 2말을 끓여서 붓고, 고루 헤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고두밥에 밑술과 누룩 2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고, 술이 맑아지기를 기다려 술주자에 담아 짜서 채주한다.
▴각각의 단계별로 사용되는 쌀 양에 따라 누룩은 10%, 물은 100%를 사용하는 방문으로 술이 매우 독한 편이다. 즉 쌀 9말, 누룩 9되, 물 9말의 비율이다.
<구두주(九斗酒)> 米九斗. 白米二斗 洗浸三日. 作末熟蒸 湯水二斗和. 待冷. 匊二升 和入. 三日. 白米五斗 洗浸作末熟蒸. 湯水五斗 匊五升 同前酒 和入. 又三日. 白米二斗 全蒸 水二斗和 待冷. 匊二升 和入. 待淸上槽 用之(쌀 9말. 멥쌀 2말을 씻어 3일간 담가 두었다가 가루를 내고 푹 찐 다음에 끓는 물 2말을 섞는다. 식으면 누룩 2되를 섞어 항아리에 넣는다. 3일 후에 멥쌀 5말을 씻어 담갔다가 가루를 내고 푹 찐 다음에 끓는 물 5말, 누룩 5되를 밑술과 함께 섞어 항아리에 넣는다. 또 3일 후에 멥쌀 2말을 푹 쪄서 물 2말과 섞는다. 식으면 누룩 2되와 섞어 항아리에 넣었다가 맑아지면 술주자에 올려 걸러서 쓴다.).
<특징 및 술 빚는 법>
<山家要錄>의 ‘구두주(九斗酒)’는 술빚기에 사용되는 쌀과 물의 양이 각각 9말이라는 데서 주품명이 ‘구두주(九斗酒)’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쌀 9말에 대하여 누룩 9되, 물 9말의 비율이다. 그런데 주방문을 보면 ‘구두주(九斗酒)’처럼 특별한 술은 드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구두주(九斗酒)’가 특별하다고 하는 까닭은 다름 아니라, 술빚는 횟수로는 삼양주법(三釀酒法)을 취하고 있으며, 각각의 단계별로 쌀의 양이 점차 많아지거나 밑술보다는 덧술과 2차덧술에 사용되는 쌀 양이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구두주(九斗酒)’는 밑술과 2차덧술의 쌀 양이 같고, 덧술은 밑술과 2차덧술의 2.5배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밑술과 덧술, 2차덧술 등 술빚는 단계에 따라 쌀 양에 대하여 누룩은 10%, 물은 100%를 사용하는 방문으로, 다른 문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경우이다.
주방문에서도 엿볼 수 있듯, 밑술의 쌀 2말은 백세 작말하여 끓는 물 2말과 섞은 범벅형태로 하여 누룩 2되를 섞어 술을 빚고, 덧술의 쌀 5말은 고두밥을 쪄서 역시 끓는 물 5말과 합하여 진고두밥 형태로 하여 누룩 5되를 섞어 빚는다. 2차덧술은 밑술과 동량의 멥쌀 2말로 고두밥을 쪄서 끓는 물 2말과 합하여 진고두밥 형태로 하여 누룩 2되를 섞어 빚는 것으로, 쌀 대비 누룩 10%, 물 100%의 비율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술빚는 공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반드시 주질이 뛰어나다는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호기심은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구두주(九斗酒)’는 술이 매우 독한 편이다. 특히 부드럽지 못한 쓴맛은 넘기기가 쉽지 않아 목에 걸릴 것 같은 부담감을 주었다. 이는 쌀 에 대하여 누룩의 양과 물의 양이 많은 까닭으로, 물의 양을 약간 줄이는 편이 훨씬 부드럽고 순한 맛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독한 맛을 줄이려면 밑술과 덧술, 덧술과 2차덧술의 술 빚는 기간을 2~3일 늘려 잡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덧술과 2차덧술의 간격을 5~7일 정도로 늘려 잡으면, 그렇듯 쓰고 독한 맛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덧술 보다 2차덧술의 쌀 양이 적은, ‘구두주(九斗酒)’와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술을 자주 빚어 본 사람이면 이미 경험하였을 터이므로, 술 빚는 간격이 술맛을 결정짓는 또 다른 요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山家要錄>의 ‘구두주(九斗酒)’는 청주이다. 청주가 아닌, 탁주로 걸러서 물을 적당량 타서 막걸리로 마실 경우에도 2~3일 숙성시킨 후에 마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구일주 <曆酒方文>
◇술재료 ▴밑술 : 겉보리 1말, 누룩 3되, 물 2말 5되▴덧술 : 멥쌀 3되, 물 (1말 5되 정도)
◇술 빚는 법 ① 가을보리 1말을 방아를 찧어서 거친 껍질을 벗겨내고 2말 5되의 물에 담가 불렸다가, 3일 만에 (다시 백세하여 헹궈서) 건져서 물기를 뺀다. ② 보리를 담갔던 물을 솥에 팔팔 끓인 후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힌다. ③ 불린 보리를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쪄낸 후, 다시 방아에 넣고 짓찧는데, 이때 누룩가루 4되를 넣고 함께 찧어 떡처럼 술밑을 만든다. ④ 술밑에 식혀 둔 물을 한데 합하여 고루 버무린 다음,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⑤ 술밑에 붉은 색이 돌면 덧술을 준비한다.
▴덧술 ① 멥쌀 3되를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 놓는다. ② 솥에 물을 (1말 5되 정도) 붓고 끓이다가, 불린 쌀을 넣고 푹 끓여 죽을 쑨다. ③ (죽이 퍼지게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쌀죽에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⑥ 술밑이 끓었으면, (다시 30일이 지난 후) 술밑을 걸러 증류하는데, 12복자를 얻으면 맛이 매우 좋다.
* 주방문 말미에 “9일주라 한다.”고 하였으므로, 덧술의 발효 3일 후, 숙성기간 3일을 지낸 후 증류하는 것으로 주방문을 작성하였다.
<구일주> 가을보리 1말을 방아에 찧어서 거친 껍질을 벗겨내고 2말 5되의 물에 담가 놓는다. 3일이 지난 후에 한껏 불었거든 건져서 시루에 쪄낸다. 이것을 방아에 넣고 찧는데 여기에 누룩가루 4되를 골고루 섞어 합하여 함께 찧는다. 그리고 보리 담갔던 물을 펄펄 끓여 식힌 후에 위의 찧어 놓은 가루와 섞어서 빚어 넣는다. 3일 후에 꺼내보면 붉은 빛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백미 3되로 죽을 쑤어 넣는다. 3일이면 익는다. 끓여서 소주를 거르는데 12복자 정도 얻으면 맛이 매우 좋다. 9일주라 한다.
<특징 및 술 빚는 법>
‘구일주(九日酒)’는 <禹飮諸方>에 등장하는데, <曆酒方文>의 ‘구일주(九日酒)’와는 다르다. 동일한 주품명임에도 불구하고, <禹飮諸方>의 ‘구일주(九日酒)’는 쌀술인 반면, <曆酒方文>의 ‘구일주(九日酒)’는 보리가 주원료인 증류주이기 때문이다.
‘구일주(九日酒)’와 같은 ‘보리소주’는 ‘모소주’를 비롯하여 ‘추모소주’, ‘피모소주(皮牟燒酒)’, ‘것보리소주’ 등과 같은 주품으로 분류되는데, 굳이 ‘구일주(九日酒)’라는 주품명을 붙이게 된 배경을 보니, 발효기간에 따른 명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일주(九日酒)’의 특징은, ‘모소주’를 비롯하여 ‘추모소주’, ‘피모소주(皮牟燒酒)’, ‘것보리소주’ 등과 같이 오랜 시간 물에 담가 불려서 찐 보리밥을 방아에 찧어 인절미와 같은 떡을 만들고,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증류하는데, ‘모소주’를 비롯하여 ‘추모소주’, ‘피모소주(皮牟燒酒)’, ‘것보리소주’ 등은 술덧이 괴어올랐다가 가라앉으면 바로 걸러서 소주를 내리는 공통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구일주(九日酒)’의 주방문에도 덧술을 빚은지 “3일이면 익는다. 끓여서 소주를 거르는데 12복자 정도 얻으면 맛이 매우 좋다.”고 한 것을 볼 수 있어, 다른 주품들과 같이 동일한 과정과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주품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구일주(九日酒)’는 밑술과 덧술의 발효기간이 각각 3일로서, ‘육일주’라고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일주(九日酒)’라고 하였으므로, 3일이라는 기간의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3일을 덧술 발효 3일 후, 3일이라는 숙성기간을 거친다고 가정하면 ’구일주‘라는 주품명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구일주(九日酒)’를 기존의 보리를 사용하여 빚는 ‘모소주’를 비롯하여 ‘추모소주’, ‘피모소주(皮牟燒酒)’, ‘것보리소주’ 등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은 3일이라는 공백 기간을 술덧의 숙성 또는 후발효기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양주방법은 <增補山林經濟>의 ‘추모주(秋麰酒)’를 비롯하여 <林園十六志>의 ‘소맥노주(小麥露酒)’, ‘이모로주방(耳麰露酒方)’, <需雲雜方>의 ‘진맥소주(眞麥燒酒)’ 등 도정하지 않은 작물을 이용한 주류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추모주’를 비롯하여 ‘진맥소주’, ‘이모로주’ 등은 최소한 5~7일 정도의 주발효와 후발효기간을 거친 후에 증류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론을 가능케 한다.
또한 <曆酒方文>의 ‘구일주(九日酒)’ 주방문과 같이 덧술에 사용되는 쌀은 밑술보다는 그 양을 적게 사용하고 죽 형태로 하여 넣는 것은 매우 일반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목적이 부드럽고 향기로운 소주를 얻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리소주류’의 구수한 맛을 자랑하는 반면, 싱겁고 단조로운 맛을 보완하기 위한 지혜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