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프리미엄 막걸리의 기준이 필요할 때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는 짧지만 100미터 정도의 벚꽃 길이 있다. 따뜻한 봄 햇살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하다보면 불어오는 찬바람에 꽃들은 활짝 피어나 있지만 아직 봄은 더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조만간 봄바람에 우리 모두는 야외로 나갈 마음의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싶다. 봄은 언제나 그렇듯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이며 특히 등산 인구와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막걸리의 소비량이 증가하는 시기라도 할 수 있다. 한동안 막걸리의 판매가 주춤했었지만 올 봄은 그 분위기가 다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판단해본다.
어느 주류 등 각 주류의 특징을 세분화 하는 분류가 있다. 하지만 우리 막걸리는 그러한 분류가 아직 정확하게 정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분류한다면 크게 쌀 막걸리와 기타 곡물을 이용하거나 또는 한약재나 과일을 넣은 막걸리로 분류 할 수 있다. 또한 제조방법에 따라 일반 양조장들에서 많이 만드는 입국 방식의 일반 막걸리와 소형 양조장(대부분은 지역특산주 양조장)들에서 전통누룩 또는 일반 누룩을 사용하여 수제방식으로 만드는 고급형 막걸리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막걸리는 판매되는 곳 역시 일반 막걸리의 소비는 일반 식당과 슈퍼에서 판매가 많이 되며 고급 막걸리는 막걸리 전문점 또는 고급 식당에서 판매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중 오늘은 고급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고급 막걸리 또는 프리미엄 막걸리가 예전에 비해 많은 곳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 아마도 1세대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몇몇 막걸리들이 여러 국가 행사에 사용되거나 고급 이미지를 가지고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으며 이러한 성공으로 인해 그 뒤를 따라오는 막걸리들이 좀 더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만해도 막걸리의 가격을 1,000원 이상을 주고 사는 것에 대해서 소비자 입장에서 많은 곳에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급스러운 막걸리의 판매 가격은 많이 상승하였고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고급 막걸리의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일 먼저 최근에 나오는 고급 막걸리의 대부분은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내용으로 판매가 되고 있거나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막걸리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차별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는 차별성을 가지고 만든다고 하지만은 그 차별성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맛에 대한 차별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또한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너무 과대하게 사용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이러한 막걸리들은 자의든 타의든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기존 일반 막걸리에 비해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많은 노력을 들여서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한 기준이 없이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술들에 다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쓰다보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이러한 고급 막걸리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 지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공감대는 생성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고급 막걸리 시장이 활성화 되고 그 가치가 인정받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기준을 정하는 것이 획일적인 기준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막을 법적인 근거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그러한 기준을 통과한 막걸리에 프리미엄 또는 수제(핸드 메이드)라는 인증을 해준다면 조금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것을 제도화 하는 것을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고급 막걸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모여서 서로 고급 막걸리의 기준을 공론화해 우리가 만드는 이 정도의 막걸리에 인증 마크를 쓰거나 인증 번호를 부여 해 주는 방식이 되면 좀 더 고급 막걸리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것은 꼭 막걸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전통주가 이러한 고급술로 가기위해서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제품의 차별성과 함께 고급제품을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업체들은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며 소비자 역시 그러한 고급 제품에 있어서는 충분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올해 안 해 고급 막걸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