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25)
‘백수환동주(白首還童酒)’
“백발의 노인이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동안(童顔)이 된다.”
요즘 갖가지 건강보조식품과 그라비아와 같은 치료약이 ‘강정제’로 알려지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술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약효나 효능 면에서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능성을 내세운 약용약주류(藥用藥酒類)가 이미 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상품들이 개발되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통주에 있어서도 과장광고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든 주류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굳이 이름을 대자면 ‘신선주(神仙酒)’, ‘칠선주(七仙酒)’, ‘팔선주(八仙酒)’, ‘오선주(五仙酒)’, ‘백세주(百歲酒)’ 등이 대표적인 주품들이라고 하겠는데, ‘신선주’나 ‘백세주’ 못지않게 우리의 눈길을 끄는 술이 있다.
<승부리안주방문>과 <양주방>,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홍씨주방문>에 수록된 ‘백수환동주’라고 하는 전통주가 그것인데, 앞서 예로 든 주품들과는 달리 일체의 약재가 들어가지 않는 순곡주(純穀酒)요, 전통 청주임에도 이른바 “백발의 노인이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동안(童顔)이 된다.”고 하는 술이다.
특히 <승부리안주방문>과 <양주방>에 언급하기를 “한 기(12년)의 수(壽)를 더한다. 하늘나라에서도 비밀 방문하니, 너무 헛되게 전하여 세상의 더러운 사람으로 하여금 배우게 하지 말라. 사람에게 몹시 보익하여 온갖 병을 물리치고, 골수를 꽉 차게 하여 허약한 사람에게 좋으니, 기운이 쇄한 이에게는 얻기 어려운 큰 약이다.”고 하였으니, 전문가들의 생각으로는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고 할 것이다.
전통 청주라면 기껏해야 여러 가지 맛 성분에 의한 항암효과와 소화촉진 작용 등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이 누룩은 마땅히 여름에 취해서 술을 빚어야 한다.”고 하고, “술을 빚으면 더욱 쉽게 익고, ‘준순주(浚巡酒)’라 할 수 있다.”고 하였으므로, 이들 문헌의 해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승부리안주방문>과 <양주방>, <오주연문장전산고>, <홍씨주방문>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사실은, 누룩은 여름에 빚고, 술은 정월에 빚는다는 것이다.
‘백수환동주’를 실제로 빚어보고 그 맛을 보고, 또 오랜 기간 그 어떤 변화를 기다려보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고 말았다.
그래서 내린 나름의 결론이란 것이, “좋은 술을 마시고 난 후의 ‘고양된 감정변화와 그에 따른 만족감’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술을 마시게 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현상으로, ‘붉어지는 얼굴’을 들 수 있다. 물론 전혀 얼굴색이 변화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우리나라 사람의 30%, 동양인의 30% 정도가 해당되고, 나머지 70%는 얼굴색이 홍조를 띤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 때문이다.
가령, 모처럼 향기 좋고 맛있는 술을 마시고 나서 약간 들뜬 기분과 함께 은근하게 퍼져 오르는 취기로 인해 홍조를 띤 얼굴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을 연상해 보는 것이다. 주름지고 핏기가 없어 보일 정도로 깡마른 노인의 얼굴에 술기운으로 인해 화색이 돌고, 그 술이 반주(飯酒)로서 일생을 함께 한다면, 흔히 말하는 ‘술의 미덕’ 가운데 하나인 ‘백약지장(百藥之長)’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백수환동주’는 여느 술에 비해 독특한 풍미와 콕 쏘는 듯한 강한 맛을 자랑한다. 이는 무엇보다 ‘백수환동주’를 빚기 위해 특별히 만든 녹두누룩(백수환동주곡)을 발효제로 사용하기 때문인데, 일반에서는 이런 누룩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로 귀하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두밥은 고루 펼쳐 식혀서 사용하는 것인데, ‘백수환동주’는 찬물을 뿌려서 고두밥을 식힌다는 점에서 여느 주방문과 차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술을 빚는 방법에 있어,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쳇다리 위에 놓고, 주걱으로 헤쳐가면서 찬물 2동이를 끼얹어 차게 식히고, 다시 찬물로 고두밥을 씻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일은, 가장 뜨거운 상태의 고두밥에 가장 찬물을 한꺼번에 많이 퍼부어 빨리 가능한 한 차게 식히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두밥이 식을수록 찬물을 끼얹게 되면 물을 많이 흡수하게 되고, 그 결과 고두밥이 진밥이 되어 술이 싱겁고 탁해질 뿐만 아니라, 자칫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찬물 2말은 고두밥을 차게 식히는 데 사용하고, 식은 고두밥을 씻어 뜨물을 빼는 작업은 그 양을 추가하여도 괜찮다. 고두밥을 손으로 만졌을 때 차갑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되어야 실패하는 일이 없다.
◈ 백수환동법 <승부리안주방문> -일명 상천삼원춘
술 재료:찹쌀 1말, 누룩가루(백수환동주곡) 2되, 찬물 2동이(말)
누룩 빚는 법:① 정월 상순 일에 녹두 한 말을 맷돌에 타서 껍질을 벗겨, 물에 깨끗이 씻어 불렸다가 껍질을 제거한 후, 건져서 물기를 빼놓는다. ② 찹쌀 5되를 (물에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 ③ 불린 녹두를 시루에 안쳐서 겨우 익을 만큼 쪄낸다. ④ 녹두 찐 것에 찹쌀가루를 켜켜로 넣어 한데 섞고, 고루 섞이도록 방아에 찧는다. ⑤ 녹두가루와 찹쌀가루 반죽을 배꽃술누룩같이 두 손으로 단단히 쥐어서 솔잎에 격지격지 묻어 재워 놓는다. ⑥ 한 7일째 되면 한 번 뒤집어 다시 재워놓고, 14일째엔 바람을 쐬고, 21일째엔 꺼내어 햇볕에 아주 말려서 법제하여 놓는다.
술 빚는 법:① 여름날에 찹쌀 1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쳇다리 위에 놓고, 주걱으로 헤쳐가면서 찬물 2동이를 끼얹어 씻고 차게 식혀놓는다. ③ 고두밥이 더운 기운이 없으면 자배기에 퍼 담는다. ④ 백수환동주곡(누룩)을 (고운) 가루로 빻아 2되씩 넣고, 날물일랑 일체 넣지 말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5.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친 후, 예의 방법대로 하여 단단히 싸매고 찬 데 두고 21일 발효시켜서 익은 후에 떠서 마신다.
◈ 백수환동주 <양주방> ―속칭 상천삼원춘
주방문은 <승부리안주방문>을 베껴 쓴 듯하다. 주원료의 비율이나 제조과정, 효능에 대한 언급도 똑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백수환동주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별칭(別稱) 준순주(浚巡酒)
‘백수환동주곡’ 제조법으로 주방문이 구체적이지 않으나 주재료의 비율이 <양주방>, <홍씨주방문>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술을 빚으면 더욱 쉽게 익고, ‘준순주(浚巡酒)’라 할 수 있다.”고 하였는 바, 10일 이내에 익히기 위하여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키는 방법을 취하였다.
<원문> 백수환동주곡 변증설(白首還童酒麯 辯證說):백미 녹두 각 1말을 각각 물에 담가서 재우고 먼저 녹두를 취해서 헤쳐서 반만 말리고 멥쌀을 씻어서 물기를 빼고 녹두와 아울러 뜨겁도록 찧어서 꺼내어 누룩을 적게 만들어서 밟아서 띄우기를 위의 법과 같이 하고 쌀 1말을 밥을 지어서 누룩을 2되 넣어서 빚기를 공식으로 삼아라. 이 누룩은 마땅히 여름에 취해서 술을 빚어야 한다. 무릇 누룩이 완성된 후에 다시 가루를 내어 계란 빈 껍질에 넣어서 새지 않게 단단히 봉해서 알 품은 닭한테 넣어서 49일을 지나서 꺼내어 술을 빚으면 더욱 쉽게 익고, ‘준순주’라 할 수 있다. 쌀 1말을 밥을 지어서 누룩을 2되 넣어서 빚기를 공식으로 삼아라. 이 누룩은 마땅히 여름에 취해서 술을 빚어야 한다.
◈ 백수환동주 <홍씨주방문>
<양주방>,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백수환동주’ 주방문과 동일하다. 술 빚을 찹쌀의 양이 언급되어 있지 않았으나, <양주방>을 참고하여 1말로 하였다. 술 빚는 법은 <양주방>의 ‘청명향’이나 <양주집>의 ‘하시절품주’ 덧술 주방문과 유사하다.
<원문> 백수환동주 : 원월 상사일에 녹두 한 말 매우 타닥이다가 거피하여 익을 만치 찌고, 점미 닷 되 백세작말하여 누룩을 방아에 찧으며, 찰가루를 케케히 넣어 교합하거든, 이화곡같이 쑤어 송잎에 띄웠다가, 이칠일 또 거풍하여 재와 삼칠일 넘거든 볕에 말라 두었다가, 오월에 좋은 찹쌀 정희 쓸어 담갔다가, (고두밥) 지어 내어 시루 밑에 다리 위에 놓고, 찬물 얹어 나리워 온기 없거든 녹두누룩 세말하여 두 되를 넣어 빚으되, 객수 일절 드리지 말고 유지로 같게 싸매어 서늘한 방에 두었다가, 삼칠일 만에 드리우나니라. 누룩 만들기와 술 빚기 다소간에 임의로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