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그려진 가위

김원하의 취중진담

 

담벼락에 그려진 가위

 

 

주택가가 아파트 단지로 변하면서 살기엔 편해졌지만 정이란 게 없어진 것 같다.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같은 단지는 물론 같은 동에 살면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말을 트고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출․퇴근시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서로가 무표정하다. 먼저 손을 내밀고 싶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내밀고 싶었던 손을 거두기가 십상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동네를 이루고 살던 시절, 촌스럽고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당시엔 정이 많았다. 좁은 골목, 대문밖 연탄재, 낡은 함석지붕, 구멍 뚫린 담벼락들이 많았고, 아침이면 콩나물이나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새벽잠을 깨우고, 밤늦은 출출할 시간에는 찹쌀떡이나 메밀묵~의 긴 여운이 깔렸다. 이웃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구랄 것 없이 달려들어 궂은일 마다 않고 돕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고운정 미운정이 쌓여 이웃사촌이 되어 갔다.

 

지금은 모두 저 세상에 살고 있는 삼김(三金:김종필, 김대중, 김영삼)이 정치를 하던 시절엔 정치에도 정(情)이 있었다. 상대 진영지만 덮어줄 것은 덮어주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었다. 가끔은 모여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연출되면 국민들은 안심했다.

삼김 가운데 두 분이 대통령을 지냈다. 성향은 완전히 달랐다. 그래도 지금처럼 막말을 하거나 거친 욕설이 오가지는 않았다. 지금 나이 먹은 사람들이 그 때의 정치를 소환하는 것은 요즘정치는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머릿수가 많다고 마구 밀어붙여서 법을 통과시키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민다. 과연 국민들을 눈곱만큼이나 생각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일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업자 사건의 항소포기를 보고 있노라면 헛웃음만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김만배는 좋겠다”라며 노만석 대행을 향해선 “검찰총장 대행이라는 사람이 도둑놈들 딱가리나 하냐?”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이른바 재벌들의 경쟁도 정치싸움 못지않게 치열한 세계다.

그런데 최근 강남의 한 치킨 집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그리고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이 치킨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정치도 저렇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3개 그룹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대략 220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이들이 소시민처럼 치킨을 안주로 소주와 맥주를 탄 소맥을 마셨다는 것이다.

이정도의 재산 소유가 들은 세계에서 유명한 술을 마셔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그런데 서민들처럼 그저 그런 치킨 집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은 “어! 저런 재벌들도 우리처럼 술을 마시네~”

 

지금 머리가 길다고, 미니스커트(무릎 위 17㎝)를 입었다고 단속한다면 세계 토픽감이 될 것이다. 그런데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고 단속당한 사례가 진짜로 있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람들이 증가하자 정부는 1973년 경범죄를 개정하여 ‘맨살이 심하게 노출되는 옷차림이 새로운 처벌 대상이 되면서 무릎 위 17㎝ 이상 올라가는 미니스커트는 과도 노출로 단속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명동 등에서는 자를 들고 아가씨의 치마길이를 재는 경찰관과 바리캉을 들고 단속하는 경찰관들이 서 있었다. 왜 17㎝를 기준으로 삼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 중년 이상의 연배들이나 돼야 기억하겠지만 웃음이 나올만한 추억의 가위 그림이 있었다. 후미진 주택가 골목, 약간 으슥한 곳에 가위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가위 그림이 그려진 부근에서는 역겨운 지린내가 진동한다. 집주인은 참다못해 생각해 낸 것이 방뇨하는 사람의 거시기를 잘라버리겠다는 엄포용으로 가위를 그려 놨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런 곳에서 노상 방뇨를 하다가 오줌 나오는 거시기를 잘렸다는 기사를 본적은 없다.

화장실 문화가 세계 톱이란 기사를 숱하게 봐왔는데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 지역본부장이 만취 상태로 노상 방뇨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것. 이 사람은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난동을 부렸지만 결국엔 노상 방뇨 사실을 시인하고 범칙금 5만원을 부과 받았다는 것. 회사한테는 어떤 변명을 하셨을까. 그런데 방뇨하실 때 한발은 들고 싸셨겠죠.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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