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과 女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는 신화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를 연재해 주셨던 남태우 교수가 이번엔 남녀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서 재미있는 연재를 시작한다. 천한 성 이야기가 아닌 고급스러운 성 이야기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계속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한다.**<편집자>
무골군자와 무치부인의 에로스적 암투(1)
-팜므파탈과 옴므파탈의 치열한 전투-
남태우(南台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풍류와 음주 칼럼니스트)

주제를 “치마와 팬티 속의 에로스;팜므파탈과 옴므파탈의 전투”라고 한 것은 치마는 여성성을, 팬티는 남성성을 알레고리 화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전자는 ‘손 팬티’를 입은 최초의 팜므파탈(femme fatale) 아프로디테를 닮기 위한 치장이고, 후자는 신화 상 남자가 최초로 치마를 걸친 옴므파탈(homme fatale) 헤라클레스와 같은 치부를 가리기 위한 일종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측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주제는 시인들의 시에서 작위적으로 응용한 것을 차용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 전투는 과거로부터 현재 진행형이다.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창조된 이래로 이 싸움은 지속되었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정자와 난자의 싸움은 인간의 계보를 잇는 거룩한 성전(性戰)이다. 그러나 제목으로는 <무골군자와 무치부인의 에로스적 암투>로 삼았다. 공자 이후 군자라는 낱말은 전성시대를 아직도 구가하고 있는 무골에 장군보다는 아무래도 군자는 제격일성싶다.
남성 성기를 ‘무골군자(無骨君子)’라고 표현한 최초의 중국 문헌 출처는 명(明)나라 시기의 문인 풍몽룡(馮夢龍)이 편찬한 민간 웃음판/소화집인 <소부(笑府))>이다. 이 책의 〈부인부(婦人部)〉 또는 관련 야담 단편에 실린 성적 해학(웃음 화)에서 유래했다. 정확한 유래와 문맥은 다음과 같다.
문헌 출처 및 원문 맥락/ 명나라 말기의 문인 풍몽룡은 당시 민간에서 구전되던 유머와 야담을 모아 <소부(笑府)>라는 소화 집을 엮었다. 이 책에 한 여인이 남성의 성기를 두고 해학적으로 평한 대목이 등장한다. 남성의 성기는 평소에는 뼈가 없이 부드럽지만(無骨), 필요할 때(발기 시)는 꼿꼿하게 일어서서 예의를 차리며 법도를 잃지 않는 군자(君子)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군자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성문화나 도교의 고전 등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유교의 5대 덕목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 빗대어 해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상징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인(仁-어짊)’/ 남에게 베풀고 생명을 잉태하는 어짊을 가진다. 자신의 성적 쾌락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사랑과 희열을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의(義-의로움)’/ 굳건하게 일어서며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의로움이자, 한가운데에 구멍(요도)이 뚫려 바르게 소통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성적인 관계에서 강압적이거나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고, 서로의 합의와 절제 속에서 올바른 도리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예(禮-예의)’/ 때와 장소를 가려 공손하게 인사하는 예의를 지킬 줄 알며, 마디(귀두와 음경의 경계)가 있어 기둥과 머리가 분명하게 나누어지는 형태를 지닌다. 성관계를 가질 때 무작정 행동하지 않고, 분위기와 법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함을 뜻한다. ‘지(智-지혜)’/ 상황을 파악하고 조절하여 다스리는 지혜를 가졌으며, 발기 시 아래에서 위를 향해 당당하게 올려다보는 형상을 지닌다. 성적인 행동을 할 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상황을 판단하고 기술과 마음을 조율하는 능력을 비유한다. ‘신(信-믿음)’/ 상대방과 교감하며 약속을 지키는 믿음을 지니며, 성욕이 생길 때 확실하게 일어나고, 일이 끝나면 미련 없이 사그라드는 성질을 갖는다.
서도 옥경이 지켜야 할 5가지 덕목, ‘오상(五常)’을 거론했다. 성의학에서 오상은 남자 성기의 발기 상태를 유교의 근본원리인 五常(仁‧義‧禮‧智‧信)에 비유해서 설명한 것으로 보통 음양교합지도(陰陽交合之道)라 하고, 사지(四至)는 남성의 성 반응에 따른 성욕의 변화와 경과를 설명하는 것이며, 구상(九狀)은 성기 삽입한 상태에서의 여러 동작을 자연계의 현상에 비유해 설명하였으며 육세(六勢)는 성기 결합 시 동작의 행태, 강약, 리듬을 일상의 형태에 비유해 설명한 것이다.
<素女徑>에 五常이 무엇이냐고 황제가 물으니 素女가 답하기를 深居隱處 執節自守/ 은밀한 곳에 깊숙이 숨어 있으면서 절도를 가지고 자신을 지키고, 內懷至德 施行無己夫/ 안으로 至德을 지녀서 남에게 베푸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玉莖意慾 施與者仁也/ 남성 자신이 상대방에게 베풀어 주려고 하는 것은 仁(意欲施與,象徵博愛與給予/베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며, 박애(인류애)와 나눔을 상장한다)의 덕이라 설명한다. 이어서 男根의 가운데가 비어있는 것은 義(中有空,象徵虛懷若谷與包容/ 비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위대한 포용력과 겸손함)이고, 남근의 끝에 龜頭 마디가 있는 것은 禮(端有節,象徵進退有度、行為端正/행동과 마음가짐이 바르고(端), 상황에 따라 나아가고 물러남의 절도가 있다)이며, 교섭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일어서고, 교섭하고 싶지 않을 때 일어서지 않는 것은 信이며, 일에 임하여 낮은 곳에서 우러러보는 것 즉 발기된 상태는 智이므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즉, 道를 터득한 사람은 오직 도에 의해서 욕망을 억제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의 욕구가 생기지만 정력이 부족하면 義로서 마음을 비워서 信(意欲即起,不欲即止, 象徵誠信與節制/의욕이 생기면 곧바로 시작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곧바로 멈춘다)의 덕목으로 성욕을 억제하며, 행위에 임하여는 禮(端有節/進退有度/ 끝에 마디(귀두의 경계)가 있는 것은 ‘예(禮)’에 해당한다/나아가고 물러섬(삽입과 퇴출)에 조절과 법도가 있다)를 갖추어 예의 덕목에 따라 절도 있게 행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성의 태도나 행위에 임하여 도리를 갖추는 것이 바로 交接의 道인데 남성은 반드시 五常의 도를 지켜야 장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무골군자라고 칭할만하다. 그러므로 성에 있어서도 節制와 禮 즉 사전의 준비인 前戱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성행위를 하는 데도 四至에 맞아야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소녀경>이 전하는 오상의 핵심은 성을 단순한 말초적 쾌락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성의 성기(생식기) 및 성적 태도를 유교의 5가지 덕목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 빗대어 해학적이면서도 철학적으로 비유한 표현이다.
야담에서 한 여인이 사물들을 평가하며 “세상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군자는 바로 그것(성기)이다. 뼈도 없으면서 능히 능동적으로 일어서고, 일을 마친 후에는 겸손하게 다시 숙일 줄 아니 참으로 진정한 군자(無骨君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찬탄하는 내용이다. 하기사 의의예지신을 지킬 줄 아니 군자에 해당되기는 한다. 중국의 <소부>에 실린 이 이야기는 조선 시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의 대표적인 성인 야담집인 <고금소총(古今笑叢)>이나 각 가문의 패설집으로 고스란히 유입되었다. 조선 후기 방중술이나 성을 해학적으로 다룬 이야기 속에서 여인들이 남성의 성기를 점잖게 높여 부르거나 역설적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할 때 ‘무골군자’라는 표현을 자주 차용하게 되었다.
〈무골군자(無骨君子)〉 원 이야기는 옛날에 어떤 서생(선비)이 길을 가다가 길가에 기어가는 지렁이(또는 게 등의 뼈 없는 생물)를 보았다. 서생은 그 생물이 뼈가 없음에도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남과 다투지 않으며 유연하게 처세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서생은 탄식하며 말했다. “아, 참으로 몸에 뼈가 없으니 남과 부딪쳐도 다칠 일이 없고, 성품이 부드러우니 이야말로 진정한 ‘무골군자(無骨君子, 뼈 없는 군자)’로구나!” 그러나 그 순간, 지나가던 오리(혹은 닭이나 농부)가 나타나 그 ‘무골군자’를 한입에 꿀꺽 삼켜 버렸다. 이를 본 서생은 깜짝 놀라 혀를 차며 다음과 같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군자는 다 좋은데, 딱 하나 ‘뼈(주대, 뼈대)’가 없다 보니 그 만남의 밥이 되어 목숨을 보존하기가 어렵구나!”
이와는 다른 버전도 전해진다. ‘무골군자(無骨君子)’는 ‘게(蟹)’를 유머러스하게 비유하여 인간 사회를 풍자한 짧은 이야기다. ‘무골군자(無骨君子)’에서 무골(無骨)은 뼈가 없다는 이야기다. 군자(君子)는 덕과 교양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여기에는 숨은 의미가 깃들어있다. 겉으로는 단단한 껍데기(갑옷)를 입고 당당한 척 걸어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단단한 중심(뼈대/주대)이 전혀 없는 사람을 ‘뼈 없는 군자’, 즉 게(蟹)에 빗대어 비꼬는 말인 것이다.
<소부> 속 이야기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한 선비가 길을 가다가 옆으로 기어가는 게를 보았다. 게는 집게발을 치켜들고 위풍당당하게 횡보(옆으로 걸음)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선비가 게를 향해 “겉은 딱딱한 갑옷을 입고 위세를 부리지만, 속에는 중심을 잡아줄 뼈 하나 없으니 참으로 ‘무골군자’로구나!”라고 한탄하며, 세상의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지식인이나 권력자들을 풍자했다.
또한 <소부>의 다른 편(치소/喫素 편)에서는 염라대왕 앞에서 평생 채식만 했다고 거짓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귀신에게 “뱃속에 침과 탐욕스러운 침묵만 가득하니, 저놈은 다시 태어날 때 평생 거품을 뱉고 사는 ‘게’로 태어나게 하라”는 식의 해학적인 심판을 내리는 일화로도 연결된다. 명나라 말기의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겉으로는 대단한 군자인 척 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국가의 위기 앞에서는 섶을 지지 못하고 흔들리는 유학자들의 지조 없음(無骨)을 꼬집었다. 외적인 위세나 화려한 언변(딱딱한 껍데기)보다 인간 내면의 올바른 신념과 도덕적 중심(뼈대)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남성 성기를 뼈가 없는 것에 비유한 표현의 정확한 한시 속 출처는 ‘무골군자’가 아니라 ‘무골장군(無骨將軍)’이라는 버전도 있는데 이는 조선 시대의 천재 방랑 시인 김삿갓(金笠)의 한시 〈백합소(白蛤笑)〉가 그 출처이다. 남녀의 은밀한 남녀상열지사를 해학적이고 파격적인 한자로 표현한 풍류 시다. 남녀의 성적 결합을 해학적으로 읊은 이 시에서 김삿갓은 남성의 성기를 ‘뼈 없는 장군’에 비유했다. 김삿갓의 한시 〈백합소(白蛤笑)〉에 등장하는 해당 구절은 다음과 같다.
“청포대하자신노(靑袍帶下紫腎怒)/ 푸른 도포 허리띠 아래 자색 신(腎)이 성냈구나. 홍상고중백합소(紅裳袴中白蛤笑)/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 백합이 미소를 지었네. 무골장군명진경(無骨將軍命進擎)/ 뼈 없는 장군께서 공격 명령을 내리시니, 옥곡백하역백기(玉谷蛤下役白旗)/ 옥구슬 귀한 계곡 밑 백합은 투항하고 말았네.”
백합(白蛤)은 본래 ‘흰 조개’를 뜻하는 한자어이나, 음란한 의미로는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남성의 성기(紫腎)가 붉은 치마 속에서 웃고 있는 여성의 성기(백합)와 교접하는 모습을 적나라하면서도 재치 있게 묘사했다. 여남의 성적인 욕구와 성기 상태의 제목을 ‘백합(白蛤)의 웃음’으로 표현하여, 기(氣)가 막힐 정도의 절묘한 표현으로, 천하를 주유했었던 김삿갓(金笠)만이 읊조릴 수 있는 격조 높은 골계적 한시다. 김삿갓의 한시 특유의 언어유희(파격과 해학)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당시 조선시대 양반 사회의 엄숙주의를 비꼬고 유쾌하게 풍자한 대표적인 시 중 하나다.
조선 시대의 엄격한 유교적 도덕 관념 속에서 성(性)적인 소재를 감추지 않고, 한시의 격식(대구와 운율)에 맞춰 능청스럽고 격조 있게 풀어낸 김삿갓 특유의 풍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직설적인 욕설이나 저속한 표현 대신 사물(조개, 장군, 계곡 등)을 빌려 시각적이고 해학적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구전 야담에 따르면, 첫날밤 신랑이 글을 모르는 신부를 골려주거나 기를 꺾기 위해 먼저 한 줄을 읊자, 신부가 완벽한 대구로 화답했다는 이야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 어느 양반집 대감이 며느릿감을 구하러 다니던 중 어떤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깃고 있었다. 차림새는 비록 남루하지만, 용모가 뛰어나고 관상도 복스럽게 생긴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常民)의 집 딸이었으나, 신분과 관계없이 자청해 며느리로 삼기로 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상민의 딸을 신붓감으로 맞아드리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리하여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낼 생각으로 신부에게 시 한 수를 써주며 적절하게 화답하지 못하면 잠자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신랑이 말하기를(曰)
청포대하(靑袍袋下)에 자신노(紫腎怒) 요.
(푸른 도포의 허리띠 아래 붉은 양물이 성을 낸다)
그러자 신부가 붓을 받아 들고는 ….
홍상고의(紅裳袴衣)에 백합소(白蛤笑)요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 흰 조개가 웃고 있네요.
라고 써서 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학문에 놀라 소박은커녕 신부를 덥석 끌어안았고 내 양물은 강철같은 살 송곳이니 오늘 밤 흰조개를 힘차게 뚫어보려 하오. 그러자 신부가 화답하길, 조개 속에 풀무가 있으니 오늘 밤 강철같은 살 송곳을 뜨겁게 녹여볼까 합니다. 라고 대답하며 그야말로 폭풍우 몰아치는 질풍노도와 같은 첫날 밤을 보냈다고 한다.
무골장군(無骨將軍), 남성의 성기는 뼈가 없지만 흥분하면 단단하게 일어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를 싸움터에서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에 빗대어 위트 있게 표현했다. 백합(白蛤)과 옥곡(玉谷)은 조개의 일종인 백합과 깊은 계곡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비유하는 해학적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남성 성기를 비유하는 표현인 ‘무골군자(無骨君子)’의 상대어(여성 성기를 뜻하는 짝이 되는 표현)는 ‘유순부인(有脣夫人)’ 또는 ‘무치부인(無齒夫人)’이라 한다. 조선 시대 성소설이나 민담, 해학(야담)집 등에서는 남녀의 성기를 의인화하여 재미있는 별칭으로 대조하곤 했다. 유순부인(有脣夫人)이란 입술(脣)이 있는 부인이라는 뜻으로, 무골군자(뼈가 없는 군자)와 완벽한 대조를 이룬다. 무치부인(無齒夫人)은 이빨(齒)이 없는 부인이라는 뜻으로, 뼈가 없는 남성의 성기와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해학적 표현이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무골군자의 짝으로 무치부인”으로 삼아 글을 전개하고자 했다.
◈ 감칠맛 욕과 육담의 사회학
조선시대 음탕하고 상스런 이야기, ‘음담패설(淫談悖說)’을 일컬어 ‘육담(肉談)’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육(肉)’은 ‘살’, 그중에서도 남녀의 무골의 성기를 상징화한 것이다. 즉 ‘살과 살이 부딪히는 이야기’, ‘욕정적인 속살의 부딪힘’을 뜻한다. 육담은 조선시대 남녀유별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은 와중에도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폐쇄된 사회일수록 그 답답함을 풀기 위해 은어 또는 골계담(滑稽談)이 은밀하게 지하화되어 유행되기 마련이다.
절벽 같은 조선 사회에서, 성에 관한 사회적 금기를 파기하는 문화 현상의 하나로서 ‘육담’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육담’은 사회 통념인 성에 관한 금기를 파기함으로써 사회 성원들로 하여금 성에 관하여 다소간의 심리적 해방감을 경험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육담을 통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체험(금단의 열매를 훔쳐 먹는)을 하며, 안에 있어서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나, 혹은 은밀하게 감춰진 ‘참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을 것이다. 개체의 에로티시즘의 표현 형태는 그의 인격을 형성하는, 다른 어떤 근본적 특성보다 본질적이며, 불가결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성의 양 측면인, 정신적 성향(애정)과 동물적 성향(에로티시즘)은 결코 서로 용납 못 할 대립적인 관계는 아니다. 어느 편도 다른 편과 결합하지 않고서는 완전히 성숙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선의 남녀관계는 자유 안에서 두려움 없이 육체와 정신이 동등하게 합성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애정이면서 쾌락이기도 한 성은 그로 인하여 완전한 생식 행위기도 한 것이다. 이제 팜므파탈도 옴무파탈도 성적 얘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육담의 자료는 문헌(文獻)과 구비(口碑)로 대별 할 수 있다. 문헌은 문자로 기록된 역사적, 학술적 자료를 뜻하며, 구비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는 민속 문학을 의미한니다. 두 자료는 역사, 문화, 문학을 전승하고 기록하는 서로 대립적이면서도 보완적인 두 가지 핵심 방식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학 및 문학 연구의 핵심 기반을 형성한다.
문헌 자료는 조선시대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譚>,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 조선 초기의 문신 이육(李陸)의 <청파극담靑坡劇談>,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강희맹(姜希孟)의 <촌담해이村談解頤>, 홍만종(洪萬宗)의 <명엽지해蓂葉志諧>, 조선 전기의 문신 소세림(宋世琳)의 <어면순禦眠楯>, 성여학(成汝學)의 <속어면순續禦眠楯>, 조선 후기의 화원 화가 장한종(張漢宗)의 <어수신화禦睡新話>, 부묵자(副墨子)의 <파수록破睡錄> 등이 있다. 그 밖에 편자 미상의 <기문奇聞>·<성수패설醒睡稗說>·<진담록陳談錄>·<교수잡사攪睡襍史> 등이 있는데, 19세기에 이르러, 이 중 11종류에서 총 789편의 이야기를 <고금소총古今笑叢>으로 집성하였는데, 그 약 3분의 1이 ‘육담’에 해당된다.
그 가운데 <어면순>·<속어면순>·<촌담해이>·<기문> 등은 대부분이 ‘육담’이고, <어수신화>·<진담록>·<성수패설>·<교수잡사>는 수록분의 3분의 1 내지 3분의 2 정도가 ‘육담’이나, <태평한화골계전>·<파수록>·<명엽지해> 등의 수록분에서는 육담의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위의 자료 외에 <사랑 야화(夜花)> 등이 민간에 전하고 있다.
구비자료는 손진태(孫晋泰)의 <조선민담집>에 몇 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정대일(丁大一)은 경북 달성군에서 조사한 육담을 <속지해續志諧>라 하여 홍만종의 <명엽지해>와 합본한 <명엽지해>(삼문사, 1932)에 수록하였다. 근래에 조사된 구비 육담은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등에 단편적으로 수록되었고, 서정범(徐廷範)은 대학생들의 육담을 채집하여 <이바구별곡>(범조사, 1988)에 수록하였다.
청주대 인문학자이자 민속학자 김영진(金榮振)은 육담 유형(試案)을, Ⅰ. 신화적 육담(성기 이야기·성교 이야기), Ⅱ. 전설적 육담(지명 이야기·성씨 이야기), Ⅲ. 본격적 육담(성기 이야기·성교 이야기·수음 이야기·口淫한 이야기·獸姦한 이야기·獸性 본 이야기·교미 본 이야기), Ⅳ. 부차적 육담(受禍이야기·錯音이야기·이의동음 육담·이상 발음 육담·격언 이야기·수수께끼 이야기·씨름 말 이야기), Ⅴ. 우화적 육담(야수이야기·飛禽이야기·魚龜이야기)로 구분하였다. 이는 육담이 태생적 측면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의 분류에 따르면 육담은 단순한 음담패설을 넘어,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사회적 해학을 담고 있는 구비문학의 한 갈래로 정의된다.
이와 달리 중앙대 민속학자 김종대는 성 이야기의 유형을 부부간의 성생활이나 갈등을 다룬 ‘부부 관련담’, 사돈 간의 성적 관계를 소재로 한 ‘사돈 교체담’, 성 지식을 가르치거나 성에 대한 호기심을 다룬 ‘성교육담’, 성기를 비유하거나 은유적으로 묘사한 ‘여성기(女性器)/남성기 주제담’ 등으로 대별하였는데, 그는 민속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것이다. 이야기의 성격에 다른 구분법이라고 하겠다. 품격이 낮고 투박하지만, 인간의 본원적인 성적 욕구를 드러내고 금기를 위반함으로써 얻는 웃음과 해학이 핵심이다.
육담의 형식은 사람, 장소, 때, 상황 그리고 행위 등에 따라 특성화시킬 수 있다. 그는 육담을 단순한 음담패설이 아니라 민중들이 성을 어떻게 즐기고, 억압된 성 의식을 어떻게 표출했는지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담(淫談) 또는 육담이라 하는데, 육담이란 말보다는 음담이란 말이 널리 사용되며, 이 밖에도 외담(猥談), 외설(猥褻)이란 말도 혼용되기도 한다. 외설은 인간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키는 행위, 그림, 글, 영상 등의 표현이나 대상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남녀 간의 ‘추잡하고 음란한 행위’를 뜻하며, 예술이나 출판 분야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법적 규제(음란성) 사이에서 자주 논쟁이 되는 개념이다. 외담(猥談)은 성적인 내용이나 외설스러운 이야기를 뜻하는 한자어다. 일본어 ‘わいだん(와이단)’에서 유래한 말로, 주로 남성들이 술자리 등에서 성적인 농담이나 경험담을 주고받는 ‘음담패설(淫談悖說)’을 의미하며, 과거에는 ‘와이담’이라고도 불렀다.
조선 시대의 ‘음담패설’을 일컫는 말로, 여기서 ‘육(肉)’은 살, 즉 남녀의 성기를 의미하여 말 그대로 ‘고기 이야기’ 또는 살과 살이 부딪히는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진다. 고기얘기/쌍담은 육담(肉談)은 성적 결합에 관한 이야기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음담패설을 뜻하며 일부 지역이나 맥락에서 ‘고기 이야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음탕한 이야기를 중국에서는 ‘황담(荒談-淫談-肉談/ 남녀시생위황(男女始生爲荒)에 어원을 둔다)’이라 하는데, 이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거칠 황(荒)’에 ‘말씀 담(談)’을 써서, 거칠고 황당한 이야기나 이치에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말을 의미한다. ‘터무니없고 허황된 말’ 또는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를 뜻한다. 중국 연변 조선족들은 육담을 ‘고기얘기’ 또는 ‘쌍담’이라 한다. 이때의 고기는 ‘육’을 유머러스하게 번역한 것인데, 고기는 다름 아닌 ‘몸’을 뜻한다. 몸은 원초적이고 본능적 욕망이다. 성(性)을 이야기하는 음담패설이 ‘고기 이야기’인 이유다. 고기라는 말에 담긴 욕정적인 속살의 부딪침, 에로틱한 섹스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속살은 성기를, 살을 섞는다는 관용어는 성관계를 일컫는다.
고기와 성적인 의미가 연결되는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뜻하는 라틴어 ‘caro’에서 유래한 단어 ‘carnal’도 성적인, 육욕적인 이라는 뜻이 있다. Carnal은 영적이거나 정신적인 것과 대비되는 육체적, 성적인 의미가 있다. 프랑스의 향수 브랜드 프레데릭 말(Frédéric Malle)의 ‘카넬 플라워(Carnal Flower)’를 굳이 번역하자면, ‘육욕의 꽃’ ‘욕정의 꽃’ 정도가 되겠다. ‘Carnal’은 육욕/색욕이라는 뜻으로, ‘Carnal Flower’는 ‘육욕의 꽃’이라는 육욕적인 상표명을 브랜드로 내걸고 있다. 드라마틱한 관능적 화려함을 가진 자연의 튜버로즈(Tuberose)와 가장 가까운 향을 지닌다. ‘카넬 플라워’는 마이클 니콜스(Mike Nichols) 감독의 두 남자의 20년에 걸친 애정관과 성적 콤플렉스, 관계의 파국을 냉소적으로 그린 코미디 드라마 <애정과 욕망(Carnal Knowledge, 1971)>이라는 영화의 아카데미상에 12번 후보로 오른 잭 니콜슨(Jack Nicholson)과 열연한 캔디스 버겐(Candice Bergen)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수라는데, 영화의 평을 보면 ‘애정과 욕망- 그 종말에 관한 씁쓸한 보고서(Affection and Desire: A Bitter Report on Their End)’라니, 향의 느낌이 어떨지 조금은 짐작이 된다.
‘Carnal’은 영어로 육체적인, 성적인, 육욕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주로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욕구(특히 성적인 욕망)와 관련된 것을 의미하며, 격식 있는 표현이나 법률 용어(예: carnal knowledge/육체적 관계)에서 자주 쓰인다. 주로 성교를 의미하는 고어이거나 법률적인 완곡어법으로, 한국어로는 ‘육체적 관계’ 또는 ‘성관계’로 번역된다. ‘살(flesh)’을 의미하는 라틴어 ‘carn-’에서 유래하여, 영혼보다는 몸과 관련된 것, 세속적인 것을 의미한다. 육체적인 것을 뜻하는 ‘carnal’과 성행위를 완곡하게 표현한 성경적 용법의 ‘know/knew’에서 유래했다. 성경에서 ‘알다(know)’라는 동사가 성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의 완곡한 표현으로 쓰인 데서 비롯되었다. 즉, 누군가를 육체적으로 ‘깊이 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Carnal desires/육체적 욕망, Carnal pleasures/ 육체적 쾌락 등이 있다.
뉴햄프셔 대학 러시아학 및 인문학 교수 로널드 르블랑(Ronald D. LeBlanc)의 저서 <음식과 성(Slavic Sins of the Flesh: Food, Sex, and Carnal Appetite in Nineteenth-century Russian Fiction, 2012)>에서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두 거장을 중심으로 음식과 성적 욕망, 죄의식의 관계를 분석한 문화비평서다.
르블랑은 식욕과 성욕이 사회적·심리적 차원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탐구하며, 문학 속 인물의 식습관을 통해 인물의 심리와 사회적 가치를 해석한다. 이 흥미로운 연구에서 르블랑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19세기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에서 쾌락과 권력의 상징으로서 음식의 역할을 탐구한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작품에서 ‘음식’과 ‘성’의 대조적 묘사를 통해 두 작가의 세계관 차이를 드러낸다. 고기(Carnal)의 이중성이 드러나는데, 르블랑은 고기를 먹는 행위가 성교로 얻는 육체적 쾌락(Carnal desire)과 음식인 고기(Meat)를 동시에 의미한다고 분석하였다. 고기(肉/carnal)의 의미에 대해 “성교로 얻는 육체적 쾌락을 가리키는 동시에 음식으로 섭취하는 고기를 가리킬 수 있다”고 쓰고 있다. 피가 흐르는 붉은 고기는 오랫동안 신화나 전통을 통해 성욕, 정욕, 에너지, 힘 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고기를 먹음으로써 그 힘과 에너지가 먹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믿음은 고대 원시 부족사회뿐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 ‘음식’과 함께 작품 분석의 중심으로 삼는 키워드는 ‘성(sex)’이다. ‘음식’과 ‘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개체 유지를 위한 음식 섭취, 종족 보존을 위한 생식 행위)로, 식욕과 성욕은 사회적·문화적·생물학적으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식욕과 성욕을 이성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 비천한 ‘욕망’으로 보았던 고대 그리스와 중세를 거쳐 현대의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이르기까지 성욕과 식욕은 동일 선상에 놓여 왔으며, 일상생활이나 문학작품에서도 성적 행위는 흔히 먹는 행위로 표현됐다.
자본주의적 경쟁과 먹어치우는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인식한 도스토옙스키 대표작들에서 나타나는 먹는 행위와 성적 행위를 분석하고 있다. 고기는 폭력적으로 공격하고 소비해야 할 것으로 다루어지며, 이와 목구멍처럼 음식물을 씹어 삼키는 기관에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마찬가지로 성교라는 신체적 행동은 에로틱한 체험보다는 폭력적인 행위로, 상호 간의 성행위보다는 성폭력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관능적 인간에서 금욕주의로 본 톨스토이의 작품 속 인물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와는 달리 ‘먹어 치우기’보다는 ‘맛을 보는’ 경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톨스토이의 작품 속 남성 인물들은 감각적 즐거움 때문에 음식과 성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으며, 톨스토이 작품 속에서 여자와 음식은 남성을 유혹하고, 정신적 실현으로만 성취 가능한 영혼의 만족 대신 일시적인 육체적 감각의 희열만을 제공하는 상징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육담은 동서고금의 의미는 같다.
일본에서는 ‘외담(外談)’이라고 하는데, 이는 공식적이거나 정석적인 내용이 아닌, 밖에서 들은 이야기, 야사(野史), 혹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다듬은 이야기를 뜻한다. 문맥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내담(內談)’에 상대되는 말로, 밖으로 도는 이야기나 흥미 위주의 이야기에 주로 쓰이는 용어다. 근대 문헌에서 ‘담총(談叢/ 비판적 논설)’에 대립하여, 비공식적인 이야기나 해외 풍속기사 등을 다루는 장르로 사용되었다.
<다음 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