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프리미엄 막걸리 양조장 金南斗 사장
원주쌀 토토米, 앉은뱅이 누룩만 고집하는 ‘아리랑 막걸리’
‘삼봉표 아리랑 生막걸리’, 막걸리업계에서 주목 받는 이단아
너, 아리랑너를 보러 왔어/ 너를 만나러 왔지/ 너를 마시러 왔어
아리랑/ 원주의 막걸리 아리랑/ 내 고향 앉은뱅이 밀
진주의 밀 자루가 쌓인/ 우리나라 가장 작은/ 양조장 사장 김남두
사장은/ 내게 맛보라며/ 한잔 술을 내 놓는다.
삼봉표/ 아리랑/ 막걸리
치유의 작가이며 시인인 하태진 씨의 블로그에 실린 <너, 아리랑>이란 시다.
이 시를 찾게 된 것은 ‘아리랑 生막걸리’를 취재하기에 앞서 사전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하태진 씨가 자신의 블로그(2016.7.2)에 시 한편을 올려 논 것을 발견했다. 원주시 우산동에 위치하고 있는 ‘삼봉표 아리랑 生막걸리(사장 金南斗, 64세)’를 방문하고 나서 하태진 씨의 시가 함축적으로 ‘삼봉표 아리랑 生막걸리’를 잘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아리랑 막걸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7월1일 한국의 집에서 열린 ‘막걸리 유랑단’ 행사에 국내 막걸리 업계에선 자타가 인정 하는 백련, 느린마을, 지평, 지장수(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 같은 막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리랑 生막걸리’가 눈에 띠었기 때문이다.
이 막걸리는 수도권도 아닌 강원도 원주 산인데 어떻게 이런 유명한(?) 행사에 초대 되었을까. 이런 의구심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원주로 달려갔다.
옛날 소시 적 시골에서 맛보던 바로 그 맛과 흡사
김남두 사장의 막걸리 공장은 정말 작았다. 김 사장과 첫 대면을 하고 나서 술도가는 어디에 있느냐고 하자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길모퉁이에 있는 집 한 채가 바로 술 도가였던 것이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맛부터 보라며 막걸리 한 잔을 권한다.
보통 시중에서 즐겨 먹는 막걸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 어디서 이 맛을 보았더라. 그렇다 아주 옛날 소시 적 시골에서 맛보던 바로 그 맛과 흡사했다.
“맛이 어떠냐?”는 김 사장의 물음에 얼른 답을 내지 못하고 있자. 김 사장은 이런 막걸리 맛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 맛이야 말로 진정 우리의 옛 막걸리 맛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김 사장은 제주도 출신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막걸리 담그는 것을 보며 자랐다. 때문에 술 입문(?)은 남들보다 일렀다고 한다. 현재 빚고 있는 막걸리 맛은 그 때 맛을 거의 재현해 냈다고 한다.
원주의 아리랑 막걸 리가 태어난 지는 아직 돌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막걸리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왜 일까.
이는 뚝배기보담 장맛이란 말처럼 막걸리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란 것이 주당들의 정평이다. 비록 작은 술도가지만 정성과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 다른 막걸리에 비해맛이 월등해서 한 번 맛본 이들이 다시 찾고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낸 덕이 아닐까 여겨진다는 것이 김 사장의 풀이다.
쌀은 원주의 토토米, 누룩은 진주곡자의 앉은뱅이 누룩만 고집
김 사장은 아침 일찍 술을 담가야 했는데 취재를 온다니까 좀 늦춰서 직접 술 담그는 과정을 보여주기로 했다면서 직접 담그는 과정을 보여줬다.
우선 쌀은 원주에서 생산하는 ‘토토未’만 사용한다. 그 것도 햅쌀이어야 한다. 일반미에 비해 월등 비싼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누룩은 진주곡자 가운데서 앉은뱅이 밀로 빚은 누룩만 사용한다. 앉은뱅이 밀로 빚은 누룩은 여느 누룩에 비해 몇 배 비싸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앉은뱅이 밀은 전 세계의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발굴해내는 ‘슬로푸드 국제본부’ 산하 ‘생물종 다양성 재단’이 우리 토종 종자로는 처음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한 맥류 희귀 식재료다.
쌀을 박재하여 30여 분간 불린 후 증기로 찐다. 5분여 증기로 찐 후 고실 한 고두밥(17도 정도)이 되면 여기에 앉은뱅이 누룩을 썩어 술을 빚는다. 쌀과 누룩의 비율은 3대1로 정확히 맞힌다.
물은 이곳의 수돗물을 정제 하여 사용한다. 술을 담글 때 송천효모와 구연산을 약간 첨가한다. 술의 발효를 돕기 위한 것이란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첨가 하는 것이 없다.
이런 과정(비싼 재료를 제외하고)은 다른 막걸리 담그는 과정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다른 막걸리에 비해 맛이 월등한 데는 분명 어디엔가 비장의 무기가 숨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질문에 김 사장은 물의 비율과 술을 담근 후 숙성 온도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김 사장의 노하우로 외부에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다. 김 사장도 청기와 장이 인가.
이렇게 술을 담그고 나서 6일 쯤 지나면 16~17도의 원주를 생산 할 수 있다. 이 원주를 물로 희석하여 6.5%의 막걸리로 출하한다.
살균처리를 하지 않아 유통기간은 30일로 잡고 있지만 냉장보관을 잘 하면 100일까지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삼봉산 기 받기 위해 ‘삼봉표’로 상표 정해
김 사장은 상표를 ‘삼봉표’로 정한 것에 대해 삼봉산(909.2m)은 원주의 진산으로 정기가 흐르고 참으로 아름다운 산이어서 이 산의 기를 이어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아리랑’이라고 한 것은 아리랑은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아는 노래면서 슬플 때나 기쁠 때 부르는 노래인데 막걸리도 그러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때문일까. 원주시에만 막걸리 공장이 10여 있었는데 현재는 서너 개만 막걸리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폐업하거나 폐업일보직전에 있다고 한다. 아리랑 보다 늦게 시작한 공장도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아리랑 막걸리는 하루 택배 주문만도 17~18박스 물량이 들어오고 대리점을 통해서 판매되는 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금명간 ‘e-마트’에도 납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김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아리랑은 아무리 먹어도 트림이나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면서 이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제대로 술을 담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운전 때문에 원주에선 제대로 마실 수 없었지만 김 사장이 실어 준 막걸리를 집에 와서 맛을 음미하면서 시음해 보니 맛도 맛이려니와 트림이나 머리아품이 없었다.
또 막걸리를 마실 때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마개를 딸 때 솟구치는 것인데 아리랑 막걸리는 아무리 흔들어도 거품이 솟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일본에서 한국인 최초로 막걸리 공장 허가 받아
김 사장은 어렸을 적에 경기도 부천으로 이사 왔다. 아주대에서 산업공학과를 전공했다. 어쩌다가 술장사를 시작한 덕에 한국유흥업중앙회(회장 오호석) 부천지부장을 20여간 지낸 경력도 지니고 있다.
김 사장은 70년대 ‘현수하’라는 예명으로 날리던 가수이기도 하다. 당시에 장관상을 비롯해서 여기저기서 받은 상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했다.
그러다가 새로운 길을 열어보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술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에서 막걸리로 승부를 보기 위해 2008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일본 지바껜(ジパゲン)에서 동이(とんい)라는 상표로 막걸리 제조 면허를 획득하고 막걸리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국막걸리학교에서도 견학을 올 정도였다고 김 사장은 술회 한다.
한 5년 열심히 하다 보니 장사가 잘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야쿠자들이 괴롭혀 이들을 아주 혼내주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귀국하여 원주에 정착한 것은 김 사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할 때 부인은 원주에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원주로 오게 되었는데 살다 보니 정이 들고 살기 좋은 고장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막걸리 공장을 소규모로 시작한 것에 대해 김 사장은 “간을 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공장을 짓고 전국최고의 막걸리를 생산 해낼 자신이 생겼다했다. 그래서 금명간 원주시내에서 30분여 거리에 제대로 된 공장도 짓고, 체험장, 게스트 하우스 같은 것도 지을 생각이란다.
“현재 전국에는 전통주니 프리미엄 막걸리니 하여 다양한 술들이 생산되고 있지만 감미료나 식품첨가물 없이 100% 쌀과 누룩만 사용해 전통발효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전통방식으로 제조해야 기존 막걸리에 비해 유산균이 많아 술을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고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술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연유로 해서 비록 술도가는 작지만 술을 배우로 오는 체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삼봉표아리랑 막걸리는 일차적으로 원주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고, 원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하면서 ‘원주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행정관청에서도 관심을 집중 있다.
이 같은 분위기로 원주의 대표 특산품으로 ‘삼봉표 아리랑막걸리’가 자리매김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문의 010-5008-5595, 033-742-5595.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