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효과

데스크칼럼

부메랑 효과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은 곡식을 되로 팔거나 말로 파는 경우를 보기 힘들지만 20여 년 전마다 쌀가게에서는 되(1.8ℓ)나 말(18ℓ)을 사용하여 곡식을 팔았다.

준 것보다 열배를 더 받으니 언뜻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대개는 상대방에게 해를 끼쳤을 때 돌아오는 앙가 품이 더 많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이 그렇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당했던 일들을 야당에게 퍼붓고 있다.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여당에게 너무 많은 의석수를 만들어준 결과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오직 법을 제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뿐이다. 힘이 세진 여당은 차제에 그 동안 해보지 못한 온갖 법들을 밀어붙여서 통과시킨다.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비롯, 대북전단금지법, 경찰청법, 국정원법,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 상한제) 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법률들을 통과시켰다. 하다하다 검찰청장까지도 정직처분을 내린다.

특히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으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자는 목적으로 1996년 국회와 시민사회의 요구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2019년 12월 30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언필칭 검찰의 힘을 빼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보여주겠다는 대통령 공약 실행이 눈앞에 펼쳐질 모양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노릇이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될 것 같지가 않아 걱정이다. 권력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을 뭉겔까봐 걱정인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및 중앙부의 원주민들이 새나 작은 짐승의 사냥, 전투·놀이 등에 사용하던 사용하는 무기 중 하나가 부메랑이다. 활등처럼 굽은 나무 막대기인데, 목표물을 향하여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고 목표물에 맞지 아니하면 되돌아온다.

그런데 부메랑이 목표물에 맞지 않고 되돌아오면, 이는 자신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위험 신호였다. 이러한 상황과 같이, 의도를 벗어나 오히려 위협적인 결과로 다가오는 상황을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라 한다.

심리학 용어 중 ‘저항의 심리학(Psychology of registance, Sensenig & Brehm, 1968)’ 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한 사람이 강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면 할수록 강요하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동조하지 않으려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가 부메랑효과와 너무 흡사하다.

공수처법를 입법했을 때 여당은 야당에 향해 공수처장 선출 비토권이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법을 시행하려다보니 야당에서 공수처장 선출에 있어 꼬투리를 잡자 공수처장 거부권을 없앤 공수처법 개정안을 벼락치기로 통과시켜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이제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인물을 공수처장에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조국 전 장관이나 추미애 법무장관 같은 인물이 공수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공수처는 정권의 국정 농단을 막는 것이 아니라 국정 농단을 비호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권이 공수처에 열을 올리게 된 것 자체가 정권의 불법 비리가 드러나면서부터다. 조국 일가의 불법 파렴치 수사가 사실상 시작이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는 사건이다. 라임·옵티머스 의혹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됐고, 여권 인사 관련설도 파다하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자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함께 공수처도 급물살을 탔다. 여당 의원은 공수처 제1호 수사 대상으로 윤 총장을 거론했다. 정권 불법 비리를 수사한 죄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공수처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현 정권은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냈다. 이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현 정권이 과거 정권과 차별화 된 것이 얼마나 될까.

모르긴 해도 50보 100보일 것이다. 문 정부에서 불거진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과 ‘유재수 사건’ ‘라임·옵티머스’ ‘월성 1호기 원전’ ‘정권 비리 수사 검사들에 대한 인사 학살’ 등도 국정 농단의 해악을 따지면 결코 이에 못지않다. 밝혀진 것만 이렇다.

이 모든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정치란 돌고 도는 것이니까.

인무십일호 화무십일홍 월만즉휴 권불십년(人無十日好 花無十日紅 月滿卽虧 權不十年) 즉, “사람의 좋은 일은 십일을 넘기지 못하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은 10일을 넘기지 못하는데, 달도 차면 기우나니 권력이 좋다 한들 10년을 넘기지 못하느니라.”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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