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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지는 유행, 길어져야 할 전통주 가치

유행 먹거리였던 두바이 쫀득 쿠키(좌), 상하이 버터떡(우)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 보기(219)

 

 

짧아지는 유행, 길어져야 할 전통주 가치

 

 

최근 식품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속도’와 ‘경험’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 봄동 비빔밥, 상하이 버터떡과 같은 초단기 유행 먹거리들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가, 관심의 대상이 이동하면 빠르게 식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금 경험해야 하는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유행 주기가 짧아진 문제가 아니다. 소비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대용량보다 소용량, 깊은 몰입보다 가벼운 체험, 하나를 오래 유지하기보다 여러 선택을 빠르게 탐색하는 방식으로 소비 공식이 바뀌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짧게 열리고 자주 반복되며, 식품 시장에서는 소포장과 소분 소비가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주는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할까?

유행 먹거리였던 두바이 쫀득 쿠키(좌), 상하이 버터떡(우)

술은 본질적으로 ‘느린 산업’이다. 발효와 숙성, 때로는 원료와 계절의 변화를 통해 술의 제조 방식이 변화된다. 디저트처럼 유행 재료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원료 수급, 발효 기간, 주세 행정, 유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생산 구조 역시 빠른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흐름을 외면할 수도 없다. 현재 전통주가 경계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상황이다. 하나는 유행을 무시하는 태도, 다른 하나는 유행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조급함이다.

기본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렌드만 좇을 경우, 출시 시점에는 이미 관심이 식어, 재고 부담만 남게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균형이다. 이 지점에서 전통주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 가치’일 것이다.

 

이러한 제품 가치를 구축하는 단계는 비교적 명확하다. 가장 먼저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시 제품, 즉 언제 마셔도 일관된 품질과 정체성을 전달하는 스테디셀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브랜드를 이해하는 기준점이자 새로운 제품 시도에 대한 신뢰의 기반이 된다. 반복 구매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지역성과 계절성을 반영한 시즌 제품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소량의 실험적 한정판이 더해져야 한다. 핵심은 모든 제품을 유행을 따라가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양조장에서는 중심이 되는 스테디셀러 제품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시장과 소통하는 빠른 회전의 라인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양조장 제품 가치 구축 형태 @chatGPT 작성

예를 들어 기본이 되는 증류식 소주를 유지하면서, 여름에는 지역 과일을 활용한 가벼운 리큐르를 한정으로 출시하거나, 겨울에는 오크 숙성 풍미를 달리한 소량 배치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유행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보완적으로 더하는 구조다. 박람회나 기념일에 맞춘 한정 기획 상품도 효과적이다. 변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증류주와 리큐르는 한정판 전략에 유리하고, 막걸리와 약주는 지역성과 계절성을 반영한 시즌 기획으로 소비자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트렌드 대응을 단순히 ‘유행 식재료의 적용’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주가 취해야 할 접근은 유행하는 맛의 모방이 아니라 소비 가치의 변화이다.

화제가 되는 재료를 그대로 차용하기보다, 기존 제품에 계절의 맥락을 더하거나, 식당과의 페어링 협업을 통해 ‘지금 마셔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는 제품의 골격은 가져가면서 트렌드와 호응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주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어야 한다. 오늘날 소비자는 술을 마실 때 그 배경과 맥락까지 함께 소비한다. 원료, 지역, 양조 방식, 그리고 빚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통주만이 지닌 자산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왜 이 술이 존재하는가’를 설명하는 일이다.

소비의 단기화는 소용량, 저도수, 간편한 형태를 요구한다. 따라서 750mL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300mL 내외 소용량 제품, 테이스팅 세트, 음식과 연계된 페어링 구성이 필요하다. 마케팅의 방향 역시 달라져야 한다. 좋은 술을 만들고 평가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선택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발효와 숙성은 길게 가져가되,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은 짧고 자주 반복되어야 한다. 발효 과정 공개, 계절 배치 안내, 셰프 협업 페어링, 예약 판매 후 소량 출고 등은 전통주의 시간성과 소비 속도를 연결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전통주의 문화 콘텐츠로의 확장 @chatGPT 작성

트렌드에 적응한다는 것이 전통주가 유행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브랜드의 중심이 단단할수록 빠른 주기의 제품은 더 큰 힘을 가진다. 소비자가 ‘기본이 맛있다’고 인식하는 상시 라인업이 먼저 확립되어야 하며, 그 위에서 실험적 제품이 브랜드를 해치지 않고 선택지를 확장한다. 시그니처 없이 한정판만 반복되는 구조는 단기 소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확고한 브랜드 위에서 출시된 한정판은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장치가 된다. 한정판은 본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도구여야 한다. 빠른 유행에 지친 소비자는 결국 ‘믿을 수 있는 맛’, ‘설명 가능한 품질’, ‘배경이 있는 브랜드’로 돌아온다. 어려운 시기에도 오래 신뢰를 쌓아온 양조장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해법은 단순할 수 있다.

기본은 길게, 실험은 짧게. 브랜드는 깊게, 제품 회전은 가볍게.

 

유행이 짧아질수록 오래 남는 술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진 술이다. 그 위에 빠른 주기의 제품과 시즌 한정, 협업 에디션, 기획 한정판이 더해질 때 전통주는 시대성과 전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짧아지는 유행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를 전통주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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