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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더 많은 행사’보다 ‘더 새로운 행사’가 필요하다

26년 10월에 열린 주류 축제 및 박람회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 보기(223)

 

 

전통주, ‘더 많은 행사’보다 ‘더 새로운 행사’가 필요하다

 

 

최근 전통주 업계를 둘러싼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주류 소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보니, 전통주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운 양조장이 생겨나고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전통주의 외연은 과거보다 넓어졌다.

하지만 업계 전체가 느끼는 시장의 활력은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전통주 업계가 올해보다 내년을 더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술이 덜 팔려서만은 아닐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에게 전통주가 여전히 ‘새롭게 발견할 만한 것’으로 느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통주를 둘러싼 콘텐츠와 행사는 과거보다 많아졌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전통주가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통주 박람회가 있고, 우리술 품평회와 지역별 축제, 시음회도 꾸준히 열린다. 전통주를 알리기 위한 교육과 홍보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그동안 전통주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함이 새로움을 밀어내고 있다. 매년 비슷한 시기와 공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시음과 판매가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신선했던 행사도 어느 순간 소비자에게 하나의 연례행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기존의 전통주 박람회나 축제, 품평회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행사는 그 자체로 전통주 산업의 자산이다. 다만 기존 행사는 더 발전시키고, 그와 별개로 새로운 형식의 행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26년 10월에 열린 주류 축제 및 박람회

지금까지의 전통주 홍보가 ‘우리에게 이런 술이 있다’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전통주로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전통주가 가진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전국 각 지역의 술과 오랜 역사·제조법, 새로운 청년 양조 인과 브랜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전통주 홍보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전통주가 ‘옛날 술’이 아니라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술’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전통주는 오래된 술이지만, 소비자가 전통주를 경험하는 방식까지 오래될 필요는 없다. 전통주를 잘 아는 사람뿐 아니라, 잘 모르는 사람도 “한번 가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단순히 행사 숫자를 늘리기보다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 만한 대형 이벤트를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전통주 관련 사업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행사에 집중되어 왔다. 물론 이러한 행사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데 필요하지만, 주류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작은 행사를 늘리는 것만으로 산업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때로는 산업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큰 사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명 셰프와 전통주 명인 또는 양조장이 팀을 이루어 전통주와 음식의 페어링을 선보이고, 소비자와 전문가가 평가하는 ‘전통주와 음식 페어링’ 대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같은 전통주를 여러 셰프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오래된 전통주와 새로운 감각의 전통주를 비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전통주를 잘 아는 사람뿐 아니라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 음식에는 어떤 술이 어울릴까?”라는 호기심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행사의 규모보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소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주와 음식 페어링 대회’ 이미지 그림 @ChatGPT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서울에서 열린 ‘옥토버페스트 서울 2026’은 흥미로운 사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옥토버페스트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야기할 만한 이슈를 만들고 행사 자체가 화제가 되도록 한 방식에 주목하는 것이다. 전통주에도 그런 행사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기존 전통주 박람회와 달리 이름부터 장소, 규모, 프로그램과 홍보 방식까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전통주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는 새로운 술을 찾아서 마신다. 이제는 평소 전통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다”, “새롭다”,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옥토버페스트 서울 2026 포스터

 

이러한 대형 이벤트의 목적을 단순히 전통주 소비를 늘리는 데만 두어서도 안 된다. 지금과 같이 업계가 어려운 시기에는 전통주 업계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역시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업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며, 언론과 SNS에서 전통주가 다시 이야기되는 장이 필요하다.

한 번의 대형 행사가 전통주 산업 전체를 단숨에 부흥시킬 수는 없겠지만, 업계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는 될 수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전통주를 새롭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전통주를 어렵고 오래된 술로만 인식하지 않고, 충분히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양조장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대부분의 전통주 업체는 규모가 크지 않아 대형 행사를 기획하거나 전국적인 홍보를 진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협회와 업계가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다. 협회 역시 단순한 회원사 지원을 넘어 전통주 업계에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는 기획자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업체의 의견을 모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정부와 지자체 등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매년 반복되는 소규모 지원사업을 이어가는 것과 함께, 산업 전체에 화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라섬 막걸리 페스티벌

내년 전통주 정책과 홍보사업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행사’가 아니라 ‘더 새로운 행사’다. 전통주 업계에 필요한 것은 때로 매출을 높이는 사업 하나보다도 “올해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기대감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이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경기가 어렵고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시기일수록 소비자의 관심을 다시 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술을 사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소비자가 전통주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어야 한다.

 

내년에는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산업 전체가 주목할 수 있는 대형 이벤트를 통해 전통주가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통주는 이미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들려줄 무대와 상상력이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