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술我원’ 姜珍姬 대표
맛·향·목 넘김 끝내주는 ‘경성過夏酒’ 한잔 어떠세요
납품하기 까다롭다는 PX에서도 술아원 술 납품받아
가을은 하늘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파아~란 하늘, 어쩌다 흰 구름이 지나면서 갖가지 형상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나라에는 유명한 화가들이 참 많은가 보다. 4계절 같은 하늘이건만 청명한 가을 하늘은 유난히 소름 돋을 만큼 아름답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가을날에 양조장을 방문한다는 것, 더군다나 없는 술 빼고는 다 빚는다는 양조장. 국내 양조장 가운데 최고로 많은 다품종의 술을 생산하는 양조장이라는 생각에 가슴은 어린아이처럼 콩닥거렸다.
그동안 박람회장 같은 데서 또는 입소문으로 익히 들어온 ‘술아원’. 참으로 예쁜 이름이다. 양조장 상호쳐놓고 이렇게 정감을 사는 이름이 또 있을까.
술아원의 강진희(姜珍姬) 대표는 ‘술아원’이란 상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워낙 술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술과 나(我)는 하나(one)라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결국 한글(술)과 중국어(我, wǒ) 영어(원:one)가 조합된 상호라고나 할까. 모르긴 해도 웬만한 작명가도 쉽게 생각 해내지 못할 상호다. 설명을 듣고 나니 더 정감이 가는 상호다.
자! 그러면 술아원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연구소장 林勝奎
강 대표가 술공부에서 처음 접한 술이 過夏酒
술아원은 영동고속도로 여주 톨게이트에서 지근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양조장이 자리 잡고 있는 위치는 참으로 안욱했다. 지관(地官)이 아닌 기자가 보기에도 명당자리가 분명해 보였다. 양조장이 들어서고 나서 지금껏 큰 탈 없이 발전해 오고 있다니 그게 명당이 아니겠는가.
양조장 건물은 요란하게 크지 않았지만 속은 알차게 보였다. 대표가 여성이라 그런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정원이며 건물의 배치가 여성스러웠다.
강 대표가 처음 술을 빚어 본 것은 2013년 3월이라고 했다, 지인의 양조장에서 처음 막걸리를 빚어서 술맛을 보니 제대로 된 술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대로 술을 배워보자고 맘먹고 한국가양주연구소(소장 류인수)를 찾아 술빚기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류 소장에게 “보통 막걸리가 아닌 좀 색다른 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배우기 시작한 술이 과하주(過夏酒)였다. 그 당시만 해도 과하주가 널리 유통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술이었다. 그렇지만 과하주를 빚어서 마셔보니 맛이 참 좋았다. 과하주(過夏酒)는 한자 뜻대로 지날 과(過), 여름 하(夏), 술 주(酒) 그대로 ‘여름을 지나는 술’이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초가을에 딱 맞는 술이 아닌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 과하주 한잔을 청해서 맛을 봤다. 술은 배초향잎(여주산 방아잎)을 추출해서 넣은 코리안민트(과하주) 15도짜리였다. 코끝으로 스치는 향은 봄날 아가씨가 풍기는 은은한 향과 같았고, 목을 타고 넘는 느낌은 아가씨 손길만큼이나 부드러웠다. 연한 황금색을 띤 술 색깔이 자꾸 눈길을 끌었다. 이런 것을 두고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했던가.
각종 술을 전시해 놓은 장식장에 위에 “집에 가기 싫다~”란 네온사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딱 지금의 내 마음이렷다.

술아원의 주력 상품은 過夏酒
냉장고가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에 술이 쉽게 상하지 않고 여름을 지날 수 없을까를 궁리한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알코올 도수를 높여 만든 과하주였다.
과하주 탄생은 결국 여름을 이겨 내기 위한 과학에서 탄생했다고 보면 된다. 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술 안의 미생물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술이 상하기 쉽고 보관 또한 어렵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넘어가면 미생물은 살 수가 없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만든 술이 바로 과하주다. 우리 조상들은 약주와 소주를 혼합해 재차 발효 숙성을 시켜 알코올 도수 23도의 과하주를 만들어 여름에도 즐겼던 과하주. 술을 무척 좋아했던 애주가들이 생각해낸 과하주 탄생 비화다.
과하주는 특유의 독특한 향기와 뛰어난 맛 때문에 조선 시대 초기부터 임금에게 진상되었다고 한다. 사대부들은 귀한 손님이 오면 접대용으로 과하주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여느 약주와는 가격 차이가 있어 막 마실 수는 없어 보인다.
지금 술아원의 주력 상품이 과하주라고 한다. 강 대표의 술 공부의 첫발이 과하주였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 대표는 아들 임승규(林勝奎, 현재 술아원 연구소장) 씨가 군에서 제대하자(2014년) 양조장 면허를 받아 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첫 주품역시 과하주. 현재 술아원에서 생산하고 있는 과하주는 경성과하주(알코올 20%)를 비롯해서 경성과하주 오크(25%), 코리아 민트(15%), 연월주(18%), 연월주 에디션(18%), 술아 매화주(15%), 술아 연화주(15%), 술아 국화주(15%), 술아 순곡주(20%), 과찬(25%) 등 13가지의 과하주를 생산한다.
술아원 임승규 연구소장은 앞으로도 두서너 가지 과하주를 더 개발하여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국 양조장에서 과하주를 상품으로 출하하는 양조장들은 몇 군데 있지만 술아원의 과하주가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술맛 때문인 것 같다.

모든 주류생산 면허 확보, 주종만 50여 가지
현재 임승규 소장은 이립(而立)을 갓 넘긴 나이지만 술에 관한 생각은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나이처럼 의젓하고 의지가 굳어 보였다. 술에 대한 욕심도 누구 못지않게 많아 보인다.
임 연구소장은 “술은 정성으로 빚고, 주재료가 좋아야 술맛이 좋은 것”이란 전제를 깔고 술 연구·생산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술아원은 탁주, 약주, 과실주, 증류주, 일반증류주, 기타주류, 리큐르 등 7가지 면허를 가지고 있는데 청주 면허를 추진하고 있어 국내 면허를 전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양조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술아원이 생산하고 있는 술은 과하주 이외에 복분자를 원료(직접 재배한 원료로)로 한 복분자 약주인 복단지(14%), 블루베리(직접재배)를 원료로 한 와인인 블루비(14%)와 블루비 퓨어(12%)를 생산한다.
그리고 상압식 다단 동증류기(200L)로 증류한 증류주도 내놓고 있다. 증류주는 여주에서 생산하고 있는 고구마가 주원료인데 맛이 좋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기자가 전국의 양조장들을 돌아보면서 많은 증류기를 봐왔는데 증류주 맛은 결국 증류기가 좌우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술아원의 증류기는 코테 증류기와 비슷한 다단계 상압식 증류기다.
증류주는 주원료가 고구마로 고구마를 쪄서 이를 으깨서 술을 담근다. 발효가 끝나면 이를 증류하는데 복순이는 16%, 필 25는 25%, 필 40은 40%, 필오크는 40%인데 술 한 병에 11만 원이나 나가는 고가주다.
과하주를 비롯한 필 시리즈까지 모두 합하면 주품이 무려 51가지, 이 모든 것을 강 대표와 임 소장이 개발하고 생산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3명뿐. 이 정도면 업무가 과할 성싶은데도 임 소장은 즐겁단다.

PX에도 납품하는 경성과하주
조선 시대 초기부터 명맥을 이어온 과하주는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시대에도 그 뛰어난 맛으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이 술은 밀주를 단속했던 일제강점기에도 유일하게 생산이 허용되었던 전통주다. 일본인들이 나서서 합작회사를 만들어 대량생산하고 일본으로 수출까지 했을 정도. 심지어 일제강점기 열차에는 ‘과하주요! 과하주!’라 외치며 병에 담긴 과하주를 파는 판매원이 있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광복 이후 주세법이 바뀌면서 빚기 어렵게 되었고, 명맥이 끊겼던 것을 복원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쌀(찹쌀, 멥쌀)과 누룩으로만 빚어낸 과하주는 투명한 황갈색이며, 신맛과 단맛이 은근히 어우러진다. 맛이 부드러우며 약주 특유의 달콤함을 지니고 있다. 또한 소주 특유의 쏘는 듯한 시원한 맛도 갖고 있다. 숙취가 없고 갈증을 해소하며 적당량은 혈액순환을 도와 신경통이나 고혈압에 좋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과하주를 유럽의 포트 와인이나 셰리처럼 발효 중 주정을 첨가해 도수를 높이는 방식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여 ‘한국의 포트 와인’이라고도 불린다고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과하주는 풍류와 멋이 깃들인 술이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타지역 찹쌀보다 비싸더라도 술아를 만들 때는 여주산 찹쌀만 사용한다고”고 했다. 이는 여주산 찹쌀로 만들어야 특유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란다.
어쨌거나 술아원 술은 맛있다. 그래서인가 납품하기가 까다롭다는 군(PX)대에도 납품하고 있고, 유명 백화점, 고급 식당 등에도 공급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으로 주문도 가능하다.

임 소장은 해외에서도 술아원 소문을 듣고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본격적인 수출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혹 독자들이 “과하주라는 이름 때문에 여름에만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과하주는 사계절 내내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술임을 강조했다.
아무렴요, 술맛만 좋으면 언제든 마셔야죠, “겨울 날씨야 니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김제 청운사 스님 소야 신천희 시인의 ‘술타령’
글·사진 김원하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