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은 술의 씨앗(8)
백수환동주곡(白首還童酒麯)
金容完 한국 술 the master
출처: 양주방(釀酒方)
조선 1837년경 저자: 미상
백수환동주는 술을 빚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술이다. 이 꿈의 술을 빚기 위해서는 먼저 전용 누룩인 백수환동주곡을 알아야 한다. 밀이 주재료인 일반 누룩과 달리 이 누룩의 기본 재료는 녹두와 찹쌀이다. 녹두와 찹쌀은 곡물 자체가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곡물에 대한 상세한 지식과 함께 가공방법에 따른 이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분쇄방법, 성형방법에 따른 압력의 차이, 치밀한 밀도의 계산, 곡물의 수분율에 따른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특히 백수환동주곡은 곡물 특유의 지방과 단백질의 함유량이 많아 발효과정에서 곰팡이의 과다 생육으로 썩거나 수분이 증발하여 역가가 낮아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필자는 수년간 임상 실험을 거쳐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품질과 역가가 보장된 백수환동곡을 대량으로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누룩 모양은 사각형이나 원형틀을 이용하여 누룩을 빚지만 백수환동곡은 오리알 모양으로 빚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오리알 모양의 누룩은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백수환동주는 일반적으로 빚는 술이 아니라 가주(家酒)나 체험주로 조금씩 빚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오리알 모양의 누룩을 대량으로 빚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 보았지만 수율면에서도 효율이 떨어지고, 품질면에서도 역가를 보장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한국 술의 근간이자 특징은 누룩이기 때문에 한국술이 정체성을 지키면서 세계의 명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려면 반드시 좋은 누룩이 확보되어야 한다.
밀누룩 중심의 누룩에서 벗어나 이화곡이나 백수환동곡과 같은 독특한 누룩들이 많이 빚어져야만 우리 한국술이 세계 명주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초보자도 백수환동곡을 정교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대량으로 빚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백수환동곡 문헌 속의 기록
백수환동주곡(白首還童酒麯)은 백수환동주(白首還童酒)를 빚는데 사용하는 특수 누룩이다. 이 누룩은 이화곡과 같이 오리알 크기로 곡물가루를 뭉쳐서 만드는 것이 일반 누룩과 차별되는 점이다. 특히 이 제법은 일반적인 곡물보다 녹두(綠豆)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 술에 독특한 향미를 부여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 누룩 제법이다. 백수환동주곡(白首還童酒麯)은 1837년 저술된 것으로 보이는 양주방(釀酒方)에 유일하게 수록되어 있다. 양주방은 본래의 책 제목이 아니다.
국문학자 정양완(鄭良婉) 선생이 다른 주방문(酒方文)과 분류하기 위해 가제로 부친 책 제목이 양주방(釀酒方)이다. 조선시대 저술된 주방(酒方) 관련 문헌 중에 뚜렷하게 책 제목이 없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방문(酒方文)이나 ‘술빚는 법’ 등으로 제목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양주방(釀酒方)도 그중의 하나이다. 조선시대에 기록된 주방문(酒方文) 중에서 1670년에 저술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과 양주방(釀酒方)은 우리나라의 주방역사(酒方歷史)에 길이 남을 양대 산맥이다. 양주방(釀酒方)은 유일하게 본문 중 총 72조목 중에서 ‘즙지미’ 담그는 법 하나를 빼고는 모두 술빚는 방법을 적어 놓았다.
우리나라 주방문에 수록된 제법 중에서 3대 명주(名酒)로 꼽히는 이화주(梨花酒)와 백수환동주(白首還童酒), 향온주(香醞酒)는 삼천삼원춘(三天三園春)이라고도 하며 하늘나라의 세 가지 으뜸가는 봄이라는 뜻을 갖는 술이다.
이 중에서 녹두누룩으로 빚는 백수환동주는 술을 입에 머금으면 삼키기가 아까운 보약으로서 온갖 병을 물리치고 골수를 꽉 차게 하니 허약한 사람에게 좋고 기운이 쇠한 이에게 큰 약이 된다고 한다. 한 말을 마시면 12년의 생명을 더할 수 있다고도 하여 하늘나라에서도 비밀방문(秘密方文)이라 하여 너무 헛되게 세상의 더러운 사람이 배우지 못하게 하라는 당부가 있을 정도의 술이라 전해지고 있다. 양주방(釀酒方)의 백수환동주곡(白首還童酒麯)은 규곤시의방(閨壼是義方)이나 규합총서(閨閤叢書) 등 여러 문헌에 등장하는 이화곡 제조법과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주재료를 멥쌀이 아닌 찹쌀을 사용하고 녹두를 쪄서 함께 반죽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백수환동주곡(白首還童酒麯)은 이름 풀이 그대로 백수환동주(白首還童酒)의 전용 누룩인데, 백수환동주란 “늙은이가 이 술을 마시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주름진 얼굴이 동안(童顔)이 된다.” 는 설에서 유래된 술 이름으로 양주방이 백수환동주의 유일한 기록이다. 삼칠일(21일) 만에 띄우기를 마친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백수환동주곡은 여름철의 양조에 적합한 누룩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부재료로 사용되는 녹두의 찬 성질에 따른 효과 때문이다. 즉, 녹두의 찬 성질로 인해 발효과정에서 술이 지나치게 끓어올라 산패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이나 누룩의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처럼 과연 이 누룩으로 빚은 술을 마셔서 회춘을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동안(童顔)의 노인에 대한 어떤 기록이나 구전(口傳)도 듣지 못하였으므로, 과신이나 큰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다만, 조선시대의 한국술(傳統酒)은 반주(飯酒)로 이용되었으므로, 반주를 장기 음용하는 가운데 그 의미를 찾는다면 100세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필자가 백수환동주곡으로 술을 빚어 그 술을 증류하여 소주(燒酒)를 내려 연구소에 오시는 지인들과 문하생들에게 시음하게 했다. 맛의 평가는 대단했다. 세계의 여느 명주(名酒)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탁월한 향기와 맛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는 옛날과 달리 세계의 명주(名酒)들을 접할 기회가 많다. 평소에 좋은 술을 즐겨 찾아 마시는 지인 중에 유독 ‘발·렌·타·인’을 좋아하는 분이 계시는데, ‘백수환동주’ 소주(燒酒)를 맛보고 난 후에는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서 수입한 양주(洋酒) 한 병을 들고 찾아와 백수환동주(白首還童酒) 소주(燒酒)와 바꿔 달라고 떼를 쓰다시피 한 적도 있다. 그만큼 백수환동주의 맛과 품질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문화유산 중에는 현대에 복원하여 세계의 명주(白首還童酒)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주방문들이 너무나 많다. 문헌 속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술> 을 다시 되살려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명주(名酒)를 빚어 보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백수환동곡법(白壽還童麯法)
출처: 양주방(釀酒方) 조선 1837년경 저자: 미상
1837년경 전라도에서 쓴 것으로 추정
술 빚는 방법이 제일 많이 수록된 고서

누룩 재료
찹쌀5kg·녹두 10kg·음용수 2L
준비물
시루·솥·자배기·바가지·맷돌·물동이·솔잎
디디는 법
▴정월 초 10일 전에 녹두를 맷돌에 갈아 껍질을 벗긴다.
▴껍질을 벗긴 녹두를 겨우 익을 만큼 살짝 찐다.
▴녹두를 넓은 그릇에 담아 식힌 다음 가루를 만든다.
▴찹쌀을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가루로 만든다.
▴찐 녹두가루와 찹쌀가루를 켜켜로 섞어 고루 버무려서 반죽을 만든다.
▴반죽을 오리알 크기로 단단히 뭉친다.
▴애 누룩을 솔잎에 재워 따뜻한 곳에 두고 띄운다.
▴발효시킨 지 7일 만에 뒤적여 준다.
14일 만에 햇볕이 들고 바람이 부는 곳에 내놓았다가, 다시 7일 후에 꺼내어 건조 시킨다.
젊어지는 술의 누룩
백수환동곡
[白首還童酒麯]
풀어 쓴 매뉴얼
여기에 수록된 백수환동곡(白壽還童麯)은 [한국전통술계승원] 연구진이 <한국누룩> 복원 연구의 목적으로 고문헌 속의 제법에 미생물학, 이화학을 접목해 현대 환경에서 정교하게 원하는 누룩을 빚어낼 수 있도록 새롭게 정립해서 매뉴얼화 한 것이다.
창조방문(創造方文)
한국전통술계승원(韓國傳統酒繼承院)
한국술 연구장(韓國酒 硏究匠) 김용완(金容完)
참고 문헌
양주방(釀酒方)
조선 1837년경 저자: 미상
본 누룩제조제법은 100년 양조가문(釀造家門)의 현장양조(現場釀造)에서 얻어진 임상 데이터를 기본으로 최적의 시뮬레이션(simulation)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종이상자나 정교하게 구성된 누룩 발효실을 이용하여 고품질의 누룩을 빚어낼 수 있는 경영양조(經營釀造)방식의 정교한 누룩제조 매뉴얼로, 특산주(特産酒) 주류제조에 적합한 제법이다.
과학적인 백수환동곡 빚기
조선시대 문헌에 수록된 백수환동곡 제법으로는 오늘날 경영양조방식(經營釀造方式)의 대량양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30여 년 동안 과학적인 “누룩제조방식”을 연구해 왔다. 조선시대 문헌 속의 백수환동곡 제조법은 오리알 모양으로 빚어 솔잎에 묻어 두거나 시렁에 매달아 누룩을 띄우는 방법이다. 오늘날 누룩을 띄우는 환경은 조선시대의 환경보다 훨씬 유리하다. 과학적으로 분석된 미생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최적의 발효공간을 만들 수 있으며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한 환경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역가가 보장된 균등한 백수환동곡을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곡물의 가공(분쇄) 방법
조선시대 고문헌 속의 누룩들은 대체로 거칠게 분쇄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그 당시에는 곡물을 디딜방아나 절구로 찧어서 누룩을 만들었기 때문에 수고로움을 줄이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필자는 집안 대대로 누룩을 빚어 왔다. 곡물을 거칠게 분쇄하여 성형한 누룩은 역가가 떨어지면서 술맛이 부드럽지 못하다. 곱게 분쇄해서 성형한 누룩은 역가와 술의 품질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곡물의 분쇄도(粉碎度)에 따라 누룩의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는 조선 시대 누룩의 제조방법으로 복원, 재현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선 시대에도 궁중에서 어주(御酒)를 빚을 때 사용되던 누룩들은 주로 고운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화곡, 삼해주곡, 향온곡, 백수환동주곡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품질이 좋은 누룩을 빚고자 한다면 반드시 곡물의 입자(粒子)를 곱게 갈아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입자가 고우면 누룩에 수분을 골고루 입힐 수 있으므로 곰팡이 포자가 누룩 구석구석까지 켜켜이 균등하게 착상하여 생육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역가(力價)에 따른 당화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면서 품질을 균등하게 한다. 곰팡이 포자는 곡물의 밀도에 따라 생육하고 밀도(密度)는 곡물의 분쇄도와 성형단계의 압력에 따라 결정된다.
누룩 발효실 구성하기
오늘날 누룩의 품질평가는 조선시대 양조(釀造)개념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현재 배우고 실행하는 “누룩제조방법”은 주로 문헌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분들이 적지 않다. 문헌에 기록된 조선시대와 지금의 생활환경은 완전히 다르고 술을 소비하는 문화도 다르다. 누룩을 연구하는 미생물의 분석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누룩을 빚어내는 방법 또한 과학적인 발효공간 구성이 가능한 시대이다. 지금은 누룩을 빚기 전에 먼저 곡물을 선택하면 그 성분 분석을 기초로 곡물 각각의 특성에 맞는 가공방법과 가공방법에 따른 성형방법, 성형방법에 따른 크기와 두께를 결정하여야 한다. 두께와 크기가 결정되면 곡물의 밀도를 결정하고 밀도에 맞는 분쇄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곡물을 가공할 때 거칠게 갈아서 사용하는 것으로 모든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밀 누룩인 경우, 그 방법을 따르는 것도 무리는 없지만, 쌀이나 찹쌀, 녹두와 같은 고급 누룩을 빚을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 필자가 30여 년 동안 “현대누룩제조방법”을 연구하면서 터득한 것은 필요로 하는 목적물의 누룩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하여 결정한 후에 각각의 곡물 성분에 맞는 분쇄방법과 성형방법, 발효방법, 법제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찹쌀과 멥쌀로 주재료로 사용하는 백수환동곡, 찹쌀로 빚어지는 이화곡과 같은 특수 누룩들은 일반적인 곡물의 가공방법으로는 원하는 품질의 누룩을 얻을 수가 없다. 누룩에 처음 입문한 사람이 문헌에 기록된 내용을 참고하여 이화곡이나 백수환동곡과 같은 고급 누룩을 빚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호에는 고급 누룩의 대명사인 “백수환동곡(白壽還童麯)” 빚는 방법을 수년간 임상에서 얻어진 디테일한 방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녹두와 찹쌀로 빚는 백수환동곡(白壽還童麯)은 거위의 겨털과 같이 노란 빛깔이 생명이다. 누룩을 성형하여 띄우기 시작하면 당화에 필요한 곰팡이균을 착상시켜 생육하게 만드는 과정이 누룩을 띄우는 필수 요소이다. 문헌에 수록된 백수환동곡은 손으로 꽁꽁 뭉쳐 오리알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관행처럼 전해져 오고 있으나 사실, 누룩의 모양은 품질과 역가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완성된 누룩을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리알 모양으로 빚는 이유는 누룩의 밀도(密度)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손으로 단단히 뭉쳐야 밀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룩의 밀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밀도에 따라 미생물이 다르고 생육하는 속도도 다르다. 현대는 밀도를 정교하고 정확하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성형기들이 개발되어 보급되기 때문에 압력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누룩의 크기나 모양도 누룩을 만드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도 가능한 시대이다.
현대는 조선 시대와 달리 빚어지는 누룩의 성형과정은 발로 디디는 “디딤누룩”과 유압식 성형기로 성형하는 “기계식 누룩”이 있다. 디딤누룩이나 기계누룩의 제조과정은 동일하나 누룩의 밀도를 측정하는 압력의 힘으로 누룩의 품질이 결정되므로 균등한 품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려면 반드시 유압식 성형기의 기계누룩을 준비하여야 한다. 유압식 성형기는 원하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균등하게 실행해 주는 장점이 있다. 발로 디디는 디딤누룩은 밟는 사람의 체중이나 디디는 숫자에 따라 누룩의 품질이 달라진다. 압력이 달라지면 밀도도 달라지고 누룩 속에 피는 곰팡이 균사의 생육이 달라져서 곡물을 당화 시키는 역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누룩 전체의 품질이 균등할 수가 없다.
<다음호 계속>
사진 : 1. 백수환동주곡
- 필자인 김용완 대표가 주류 박람회에서 새로 개발한 술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