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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경제관의 차이에서 정책이 선택된 것이다

 

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 – 주류도매유통정책

알고보면 경제관의 차이에서 정책이 선택된 것이다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 전체 목차

  1. 정부가 단기적 비용절감보다 장기적 사회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2. 왜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시키려고 할까?
  3. 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4. 유통면허통폐합의 장단점도 비교분석해 보자
  5. 알고보면 경제관의 차이에서 정책이 선택된 것이다.
  6. 주류유통면허제도의 폐지조건이 성숙되지 않았을 경우, 정책선택의 중핵은 책임이다.
  7. 종합주류도매업체들은 창고와 트럭 중심경영에서 벗어날 준비를 해야 한다.
  8. 이제라도 주류산업 정책의 방향을 잡자. 정책비전과 목표의 설정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필요하다.

 

  1. 알고보면 경제관의 차이에서 정책이 선택된 것이다.

 

경제관과 정책관의 차이로 종합주류도매업 정책의 역사와 해외사례, 그 정책의 선택을 읽어보자. 핵심 프레임은 “왜, 경제관과 정책관이 국가마다 또는 시대마다 차이가 나는가?“이다.

종합주류도매업의 규제는 표면상으로는 주세법과 면허제도가 가진 기술적인 문제다. 하지만, 실은 근본적이고 중요한 ‘경제관’이 그 속에서 충돌하고 있는 정책선택의 과제다. 결국 ‘정책관’의 과제는 ”정부가 주류산업을 통해 어떤 ‘경제관’을 가진 국가가 될 것인가?“를 되고, ”국민들과 어떤 ‘산업생태계’를 유지해 갈 것인가?“의 문제를 가지고 해결의 길을 찾는 것이다.

 

 

 

먼저, 주류, 술의 현실 정체성이 되는 ‘시장관’의 충돌에 대해 논해보자.

주류유통시장을 “일반상품의 시장”으로 볼 것인가?, “중독물질인, 술이라는 특별한 상품에 대한 특수규제 시장”으로 볼 것인가?. 이 문제는 사실 진즉에, 국가적 공감대를 구축했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그에 대한 합의없이 정책이 결정되어져 왔고, 그에 대한 부처간 의견차이가 계속되어져 왔다. 왜 그랬을까? 명분을 중시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이 그랬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그것은 그 대상인 술이 가진 특수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전통사회의 조선과 서양 모두 술을 주로 도덕 질서 재정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서양은 19~20세기 공중보건국가로 전환하면서 의학과 역학의 연구 결과를 국가 주류정책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근현대에 이러한 영향을 받았지만 국민건강과 중독예방을 정책목표에 포함하게 된 것은 매우 늦은 일이었다.

한국 주류정책의 역사는 명분(국민 보건)을 말하기에는 실리(세수와 산업)가 너무 중요했고, 실리를 전면으로 내세우기에는 도덕적 명분이 발목을 잡았던 인지부조화의 과정이었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술은 정책적 분석이나 이성적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적 공기(空氣)’에 가까웠던 역사가 있다. 공기를 규제하겠다는 정책이 성립할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제 사회가 다원화되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요되는 음주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음주운전이나 주취범죄에 대한 도덕적 합의도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동안 정책을 압도해 왔던 ‘술 친화적 문화’라는 방어막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적 관용이라는 장막이 걷히고 있는 지금, ‘중독물질에 대한 특수규제’라는 정책적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술정책의 본질을 논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일까?

그 근본적 문제를 논하지 않고 뒤에 놓은 채 현상만 보면서 대체로 기재부는 일반상품론 쪽에 서고, 국세청과 보건복지부 등은 특수규제상품쪽에 서 있다. 기재부와 국세청에 의견차이가 있다는 것 또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정책현장에서 관찰되는 실태는 그 사실을 설명한다. 정책연구자들이 보기에 그 기류가 확인된 지 오래다.

어쨋거나 우리나라에서 술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과제인 ‘국가적 정책관’은 실종상태다. 부처 간의 이 기류차이를 그대로 둔 채 현상적인 유통규제 완화나 강화(예: 배달앱 주류배달, 전통주기준 논란 등)를 논하는 것은, 기초체력 진단 없이 처방전만 바꾸는 격이 되고만다. ‘술 친화적 문화’라는 장막이 걷히고 국민적 도덕 감정이 어느 정도 합치되는 상황에서 기재부와 국세청, 보건복지부 등과 학계 시민운동측 등은 이 정책관 과제를 청문회대 위에 올려야 할 일이 아닌가. 쉬운 일은 아니다.

 

둘째, 국가의 역할의 차이다.

주류산업정책의 정책관은 국가가 세수확보와 공중보건, 산업보호 등을 위해 주류유통을 통제해야 한다는 ‘개입주의 역할관’과 시장경쟁이 효율과 소비자후생을 보장한다는 ‘자유주의적 역할관’으로 나뉜다. 통상 국세청과 보건복지부가 개입주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유주의적 입장에 선다.

 

주세(酒稅)가 국가의 전통적 안정적 세수기반이고, 면허제와 유통망 통제가 무너지면 탈세방지가 어려워지고 징세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국세청은 개입주의를 주장한다. 알코올이 사회적 비용(의료비 상승, 범죄 등)을 유발하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커 주류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여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하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개입주의다. 모두 이해가 간다. 특정 유통구조로서의 종합주류도매업 면허제가 기득권을 보호할 수 있으니 이를 타파하고, 경쟁을 촉진해서 가격인하와 서비스 다양성을 유도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도 당연하다. 이도 저도 다 옳은것인가?

한걸음 떨어져 나와 보면 옳고 그름을 가리기 힘든 ‘국정가치의 충돌’이다. 자유주의적 관점대로 시장을 개방하면 소비자의 단기적 후생(낮은 가격, 다양한 선택지)은 올라갈지 모르나, 중소 제조 유통업체의 몰락(산업보호 실패)이나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공중보건 악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반대로 개입주의로 가면 기득권 유지와 시장경직성이라는 정부실패가 초래된다. 결국 담론은 “이 상충하는 두 가치를 한국사회라는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조화시키고 재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셋째 중간유통업자의 ‘존재론적 위치’ 구분 문제다.

주류도매업을 “공공재적 유통인프라(규제 완충재)”로 볼 것인가? “경쟁억제적 지대추구자로 볼 것인가?”다. 면허제도하의 국세청이나 종합주류도매업자들의 전자의 입장이고, 냉소적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 정책가들은 대체로 후자를 선택한다.

이 존재론적 구분이 주류유통 규제변혁의 뇌관이자, 미시경제학과 규제정치학이 충돌하는 ‘프레임 논쟁’이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지배적 프레임에 따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인프라’가 되기도 하고, ‘척결해야 할 적폐’가 되기도 하는 정치경제학적 현실인 것이다.

이 논쟁은 “중간유통업자가 창출하는 가치 혹은 유발하는 비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양분된다.

공공재적 유통인프라(규제 완충재)론은 주류가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라 국가통제 하에 유통되어야 하는 특수 재화라는 것이다. 면허를 가진 종합주류도매업자는 전국적인 물류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불법 무자료거래나 탈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미성년자들의 주류접근성을 간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국가행정 대행기관’이자 사회적 위험을 걸러내는 ‘규제 완충재’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주로 국세청(안정적 주세 징수 인프라 확보)과 종합주류도매업자(면허 가치 및 영업권 방어)의 입장이다.

경쟁억제적 지대추구자(Rent-Seeker)론에서는 공공성이라는 명분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본다. 고착화된 면허제도가 새로운 혁신적 주자들의 진입을 막아 인위적인 독과점 이윤(지대)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그 결과 발생한 유통비용 상승과 효율성 저하는 생산자(양조장)와 최종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시장 왜곡론’이다. 이는 혁신 플랫폼(온라인 주류유통 스타트업 등)들과 언론 및 일부 소비자 단체,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입장이다.

 

 

이 구도를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의 ‘규제포획 이론’이나 앤서니 다운스(Anthony Downs)의 ‘관료제 이론’관점에서 파헤쳐보면 또 다른 층위의 역학이 보인다. 국세청이 전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은 정책적 관련성 때문 만이 아닌 것이다. 관료조직의 생리상 ‘통제 가능성’이 효율성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면허업자만을 관리하는 구조가, 수만 개의 유통주체가 난립하는 자유시장보다 ‘세수관리와 행정지도’ 측면에서 정부의 비용이 압도적으로 적게 들게된다. 반면 공정위나 언론은 통제가능성보다 ‘시장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을 우선하므로 후자의 프레임을 취하게 됩니다. 관리냐? 효율이나?

이 두 시각의 역동적 상충관계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통상 이 세 층위의 정책관 차이가 각국에서 서로 다른 제도 선택을 하게 했다.

한국에서는 시대별로 다른 경제관이, 주류도매 면허제도에 대해 서로 다른 방향의 정책적 주장을 하게 된 것이 실제상황이었다. 즉 국세인 주세관리를 위해 규제로 개입해야 한다는 개입주의적 입장이 기본골격이었지만 실제 정책의 추진과정에서는 미세조정과 주장이 항상 변해 정책일치성이 보이지 않았다. 부처간 정책일치성이 “있으면서도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각 부처들 각각의 정책적 입장은 일관성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책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서도 주세법과 면허제도가 초지일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알려면 그래도 주세주무관청인 ‘국세청’의 입장에 맞춰 전체 법과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 근간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가재정적 이유가 가장 컸고 국세중심 주류관리전통이 아직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관행이 바뀌기는 쉽지않다. 하지만 국가 부가가치 구조의 산업별 비중 변화로 그 기본 입장을 깨고 있고 그래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