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를 대표하는 전통주 만들어 내겠다”

‘모월 양조장’ 김원호 대표는 양조장을 시작한 것은 친구들과 오래오래 친분을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했다.

새 집짓고 새 역사를 쓰고 있는 ‘母月’ 金院鎬 대표

‘원주에도 전통주 있다’

원주에서 전통주 알리기에 고군분투 하는 ‘모월’ 양조장

한반도의 중심부이자 강원도의 핵심도시인 원주시는 나날이 인구가 증가하여 지난해 말로 35만 명(347,421명)에 달해 도청소재지인 춘천시 인구 285,002명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특히 원주는 조선 태조 4년(1395년)에 감영(監營)이 설치된 후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이전 없이 500년 동안 강원도의 정청(政廳) 업무를 수행했던 곳이다. 감영은 조선시대 각 지역의 관찰사(觀察使)가 상주하며 업무를 보던 관청이다.

조선에 감영은 모두 8곳이 있었으며, 17세기 초에 이르면 감영 장소가 고정되게 된다. 오늘날의 도청소재지가 되었는데 강원도만 전쟁으로 춘천에 도청이 들어서게 되어 이를 찾아와야 한다는 원주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쨌거나 35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도시를 상징할만한 전통주가 없다는데 타지 사람들은 물론 원주시민들도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이를테면 경주 법주라든가, 안동소주, 부산의 산성막걸리 같은 전통주는 그 지역을 대표할만한 상징성을 갖고 있어 경제적 또는 관광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어 많은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전통주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원주에서도 전통주를 빚고 이를 널리 알리기에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이가 ‘母月’을 빚고 있는 金院鎬(49, 협동조합모월) 대표이사다.

김원호 대표

‘협동조합모월’은 그동안 원주시내에서 술을 빚어 왔는데 지난 8월24일 원주시 판부면 판부신촌길로에 새 양조장을 짓고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준공을 축하해주기 위해 남태우 교수(중앙대 명예교수), 조성기 박사(경제학박사, 아우르연구소 소장), 이종기 박사(오미나라 대표), 풍정사계 이한상 대표, 추연당 이숙 대표 등이 참석, 준공을 축하해주었다.

모월양조장은 지난 8월24일 원주시 판부면 판부신촌길로에 새 양조장을 짓고 준공식을 가졌다.
양조장 준공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모월에 대해 주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이종기 박사(오미나라 대표), 조성기 박사(경제학박사, 아우르연구소 소장), 남태우 교수(중앙대 명예교수), 김원호 대표.

모월이 새로 준공한 양조장은 230여 평 대지 위에 연건평 120평의 2층 건물로 양조와 숙성시설은 물론 지역주민들과 양조장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카페도 마련하여 이렇다 할 문화공간이 없던 마을 주민들에게 훌륭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 술로서 뭉친 친구들이라 구심점은 오직 술

현재 협동조합모월의 대표를 맡고 있는 金院鎬 대표는 어느 날 문뜩 “현재의 친구들의 우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친구들 모두가 술을 좋아하니 차제에 우리가 술 빚는 모임을 갖고 우정을 이어나가면 좋겠다고 했단다.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술빚는 사업을 해서 이익이 생기면 노후에 함께 여행이라도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2014년 ‘협동조합모월‘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발효실. 김 대표가 발효과정을 체크하고 있다.
2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김 대표의 부인인 이정윤 씨가 커피를 뽑고 있다. 카페에선 모월도 마실 수 있지만 맛있는 커피도 마실 수 있다.

현재 김 대표를 비롯, 김 대표의 부인인 이정윤 씨, 국순당 개발팀에서 수 년간 술을 빚어온 모월양조장 연구소장인 이정민씨, 전통주 소믈리에 박은미 씨, 김성철 씨, 김지은 씨, 김학용 씨, 이남섭 씨, 임순애 씨, 최혁규 씨등 친구들과 후배 임대식 씨, 박군도 씨, 안혜주 씨 이렇게 30년 지기 13명이 뭉쳐서 술도 빚고 판로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주변에는 이 모임에 끼워줄 것을 강권(?)하는 이들도 있지만 초창기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 의견이 갈라질 수 있어 당분간은 13명으로 모월을 이끌어가겠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초창기라 운영하기도 빠듯해서 이익배분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지만 친구의 우정은 우선 술로서 뭉친 친구들이라 구심점은 오직 술”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공대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전자,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통신을 거친 전자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재 현대통신 강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각자 생업이 따로 있어 양조장의 이익에 눈독 들이는 이가 없다고 한다. 조합원 중에는 예술인 협동조합을 만들고 미술 큐레이터를 하는 사람도 있어 라벨 제작시 협업을 하게 되었는데, 주병에 분기별 혹은 월별로 병라벨에 현대미술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싣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 6차 산업 인증 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
카페 앞에는 오픈된 공간. 서늘한 저녁에는 차도 마시고 술도 한잔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6차 산업 인증을 받기 위해 술 관련 각종세미나, 기관의 교육 참석은 물론 전통주 배우기에 열심이다. 시골 양조장 준공에 술 관련 박사 여러 명이 참석한 것 역시 김 대표가 그동안 열성적으로 이들을 만나고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 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전통주 관련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농촌 관광을 예를 들면, 농촌은 농업이라는 1차 산업과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재화의 생산(2차 산업), 그리고 관광 프로그램 등 각종 서비스를 창출(3차 산업)하여 이른바 6차 산업이라는 복합산업공간으로 변화한다. 정부는 2002년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하여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한다.

김 대표가 6차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조만간 현 양조장 인근에 원주시에서 추진하는 원주천 수량조절용 댐 건설과 댐 주위에 둘레길, 국내 최대 규모의 ‘치유의 숲’, 물놀이장, 작은 도서관, 루지체험장 등등 관광단지가 조성돼 관광객이 많이 모이게 되면 양조장 견학 및 체험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용량은 작지만 동으로 제작된 증류기를 사용하여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증류된 소주는 특별히 제작한 옹기에 넣어서 숙성시킨다.
◇ 증류한 소주에서 초류와 후류 10%의 알코올은 제거

친구들의 우정을 이어가기 위해 술을 빚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그 보다 앞서 원주에서 생산되는 ‘토토米’의 대량소비를 위해서 양조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 대표의 부친도 토토미를 생산하고 있다.

토토미는 원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쌀로 남한강 상류를 이루는 기름진 섬강 주변에서 재배되어 맛과 질이 우수하며, 검사원을 초빙하여 추청과 삼광벼를 엄선하여 수매 하고 있어 영양가와 밥맛이 좋은 고품질 쌀로 유명하다.

토토미로 빚은 술은 13%와 16%의 약주와 약주를 증류한 41%와 25%의 증류식 소주가 있다.

약주와 소주 모두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최적의 온도에서 발효하고 숙성을 거쳐 생산된 술들이라 목넘김이 좋다. 이는 그동안 생산된 술은 조합원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만 출하를 결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술친구들 입이 어느 감정사보다 까다롭다”고 김 대표는 푸념하고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소비자 입맛에 부합할 수 있는 술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몇 달에 걸친 저온 장기 발효와 숙성 과정 후에 유통되는 전통주 모월은 쌀, 누룩, 물외에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다. 소주 모월 ‘인’ 과 ‘로’는 전통 방식의 증류식 소주로 마실 때나 마신 후 머리가 맑아지는 듯 한 느낌의 깔끔함이 특징인 술이다. 약주(청주) 모월 ‘청’ 과 ‘연’은 프리미엄 약주로 두 번 담금해 백일 이상의 발효와 숙성의 시간을 거친 달지 않고 상큼한 술이다. 모월의 소주가 깔끔한 것은 증류과정에서 초류, 후류를 과감히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 집단의 견해다.

모월은 현재 작 지만 동(銅) 증류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주에서 깊은 향이 배어나오고 이를 특별히 제작한 유약을 바르지 않은 숙성 전용 옹기에서 숙성되고 있다. 또한 병마개도 300원이나 하는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모월만의 특징이다.

◇ 모월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숙성 전용 옹기에서 숙성  

‘모월’의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김 대표의 막내처제인 이정민 씨는 대학에서 미생물 관련 학과를 전공했으며, 국순당 등에서 연구생활을 한 덕에 모월의 술맛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소장은 “우리 모월 소주를 드신 분들은 아무리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유는 토토미, 밀 누룩, 그리고 강원의 좋은 물 때문인 것”같다고 하면서 “새건물을 마련해서 좋은 환경에서 술을 빚으니까 술 맛이 더 좋아진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소장은 모월 ‘청’ ‘연’은 생주인데도 저온에서 보관만 잘하면 몇 개월을 두고 먹어도 된다고 했다. 후발효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월 ‘인’은 고기나 버섯요리, 제철 나물무침은 물론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술이다. 여성분들은 41도가 부담이 된다면 양주처럼 언더 락으로 해서 마셔도 좋을 듯싶다.

모월 ‘청’ ‘연’은 식전 주나 생선 요리에 잘 어울리며 차게 마셔야 그 상큼함이 배가 된다.

“술 맛 좋아요?” 모월의 술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 박은미 씨(좌)와 연구소장인 이정민 씨(우)가 출시에 앞서 술맛을 보고 있다.
◇ 약청주 분야의 슈퍼 드라이 모월(母月)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명욱 교수도 그의 칼럼에서 모월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한국의 술 하면 보통 인식되는 것이 단맛이라는 이미지이다. 대중성 있게 만들기 위해 감미료를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단맛이 없는 술들은 지금의 한국의 주류시장에서 판매하기가 어려운 주종 중 하나다. 하지만 이렇게 달지 않은 술의 장점은 있다. 바로 음식의 맛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살려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향이 적어서 원료의 풍미를 느끼기도 좋다. 이렇게 나온 약주가 바로 강원도 원주 ‘모월’이라는 술이다. 모월은 원래 치악산을 뜻하는 것으로 어머니처럼 뭇 생명을 다 품어주면서 달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을 밝혀주는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업인의 아들로 태어난 김원호 씨가 WTO 및 쌀 시장 개방에 있어서 직접 재배한 토토미로 지역의 문화와 전통주 문화를 알리고자 만들었다. 일 년에 2,000병 한정수량으로 제작하며, 맵쌀 100%에 100일 숙성, 100% 무감미료로 빚어진다. 일부러 단맛을 전혀 내지 않았는데, 강원도라는 지역 술인만큼 강원지역에서 재배하는 생버섯, 버섯볶음, 생표고 버섯, 양송이 볶음, 더덕 및 도라지 요리와 잘 어울린다.

참고로 이 모월 약주를 통해 알코올 도수 41도의 증류식 소주도 나오는데, 치악산 한우와의 조합이 특별하다. 인터넷 홈페이지(www.mowall.co.kr)를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서울에서는 압구정 백곰막걸리, 명동 백곰막걸리, 가로수길 개미집, 홍대 산울림 1992, 인사동 한식 다이닝 한식 공간 등에서도 취급하기도 한다. 단, 수량이 많지 않아 늘 재고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 도수는 13%다.

모월 양조장이 생산하고 있는 약주와 소주.

현재 협동조합모월에서는 ‘모월(母月)’이란 주명으로 약주와 증류식 소주를 생산한다.

◇ ‘母月’ 상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치악산의 옛 이름이 ‘모월산’이다. 모월로 불리었던 이곳의 이름을 그대로 술의 이름에 반영했다는 뜻인데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월은 단순한 모월이 아니다. 그 말속에는 원주사람들의 삶과 철학이 들어 있다는 뜻도 된다.

“母月을 풀이하면 ‘어머니 달’이다. 어머니 품은 넓다. 자식만 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이를 품어 줄만큼 넓은 가슴은 바다와 같다. 우리 술 모월도 이를 마시는 모든 이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만큼 열린 자세로 만들어 줄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좁쌀 한 알>이란 글 중에서 “어머니 품안에는 세상이 다 안긴단 말야, 월(月), 곧 달은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서 길 안내를 하는 존재지, 술에 취한 놈이든 도둑놈이든 가림이 없지 남녀노소 가림이 없어요.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모월(母月)이야. 이 모월에 들어오면 나갈 수가 없어 편안하니까, 신나니까.”

“원주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처럼 대접을 해야 해. 모두 배불리 잡수시고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야, 그런 눈길로 원주를 보며 살자는 거야, 어머니가 제 자식 생각하듯 말이야.”

원주 사람들은 장일순 선생이 늘 써왔던 ‘母月’의 뜻이 좋다하여 원주시 이름을 모월로 바꾸자는 논의도 했었다 한다.

“‘모월’이 인기를 끌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 원주를 모월로 바꾸자는 논의가 다시 일어나지 않겠어요?”

김 대표가 꾸는 꿈이 언젠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월’하면 원주를 떠올릴 만큼 모월이 일취월장하기를 바란다. 언젠가 ‘원주 모월“이라 부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글 · 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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