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 하는 정치인 나와라

데스크칼럼

내 탓 하는 정치인 나와라

모든 이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이 잘되면 내 탓이고, 일이 안 풀리면 조상 탓을 한다. 한국 사람들 상당수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 예외가 있다면 故 김수환 추기경 같은 성직자가 있을 법하다. 김 추기경은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운동을 하신분이다.

요즘 일부 정치가들이 ‘외눈박이’라고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것이 도마 위에 올라와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외눈박이’, ‘눈뜬장님’ 등 자신의 과거 장애 비하 발언을 사과했다. 심 의원은 최근 페이스 북에 “저는 지난 2016년에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해 군 당국을 ‘눈뜬장님’이라고, 2019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를 비판하며 ‘외눈박이’식 결정을 했다고 논평을 낸 바 있다”며 “차별적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 지난날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한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4월 23일 페이스 북에 “자유로운 편집권을 누리지 못하고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시민 외에는 눈치 보지 않고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적었다.

이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명백한 장애 비하 발언이다. 즉각적인 수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추 전 장관은 접두어 ‘외’의 사전적 의미를 강조하며 “장애인 비하가 아니었다. 일부 정치인들이 왜곡·오독(誤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고 할 때 협치도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내 탓이라고 하고 싶어도 모든 잘못을 옴팍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내 탓’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했을 때가 대표적인 경우다. ‘내가 잘못했소’ 하는 순간 수리비를 다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내 탓’을 내 뱉지 못한다.

소시민들도 이럴 진데 정치가들은 오죽하랴. 할 수 있는 한 책임 전가를 하고 싶어 한다. 우리 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인데 상대 당이 고집을 부리고 몽니를 부려서 그렇다고 상대방 탓을 한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부동산 문제다. 책임 전가의 화살이 전 정권을 넘어, 박정희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추미애 전 장관은 부동산 폭등이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이기 때문’이고 이것은 ‘박정희 시대이래 택지개발을 하면서 만들어진 체제’라고 박정희 정부 탓을 했다. 참으로 남 탓의 끝판 왕을 보는 것 같다.

이들이 ‘단군 할아버지가 이 좁은 땅에 터를 잡은 탓’이라고 하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1990년대, 차량 뒷유리에 ‘내 탓이오’란 스티커를 붙였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새삼 김수환 추기경을 생각하게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남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자며 시작한 ‘내 탓이오’ 운동을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내 잘못을 고백하기는 참 어렵고 남 탓하기는 편하고 쉽다.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백신이 턱 없이 부족하여 백신 접종 율이 후진국 수준이라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놓고 책임 있는 여당이나 당국자들은 제약사 탓, 미국 탓을 한다. 外信들이 ‘내로남불(naeronambul)’에 이어 ‘남 탓(namtat)도 쓸지 모르겠다.

전문가와 야당은 정부가 제때 백신 도입을 못 해 놓고 이제 와서 미 정부와 제조사 탓으로 책임을 미루는 것은 남 탓의 극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만 해도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먼저 계약하자고 재촉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계약을 제때 하지 못해 상반기 수급난을 부른 것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고 되레 미국과 제약사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며 비판했다.

우리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때론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면 저마다의 역할 수행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실수를 했을 때 솔직히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공자도 올바른 인간은 잘못을 깨닫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과물탄개(過勿憚改)라고 하지 않았던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시치미 떼거나 남 탓만 하는 사람들은 몹쓸 사람들이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김건모의 핑계>

“그 때는 정말 잘할 수 있었는데…아, 정말 미안하다”며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과 “그 때 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결정은 내가 내린 게 아니다”로 핑계를 대는 것 쯤은 국민들도 구분할 줄 안다. 발뺌과 변명을 일괄하는 정치꾼들은 더 이상 정치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교통정보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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