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술에 빠지다

만화는 어린이용으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 소개하는 만화 두 편은 확실히 ‘미성년자 애독(愛讀)불가’다. 바로 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생각을 조금 비틀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청소년이라면 이 만화들을 꼭 챙겨보길 권한다. 단순히 마시면 즐거운 음료로서가 아닌 전통으로 접근한 것과, 우리술을 제대로 알아서 나쁠 일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막걸리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더니 급기야 이를 소재로 한 만화가 나왔다. 아니, 세상에 알려진 지는 조금 됐다. 두 만화 모두 무료 일간지에 각각 소개되며 입소문이 번졌다. 단순한 호기심은 아닌 듯 보인다. 전통, 특히 막걸리에 대한 향수가 있거나 비싼 술을 소재로 한 기존의 만화에 거부감이 들었던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 보면, 웬만큼은 롱런할 것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는 그러길 바란다.
일본 만화를 보며 부러웠던 건 그림체나 확 깨는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사전 취재였다. 그들의 만화는 스토리 자체가 취재 없이 상상에만 매달리기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러니 수작(秀作)이 나오고 대작(大作)도 나온다.
‘대작(對酌)’과 ‘술술술’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꽤 오랜 시간 제대로 된 취재를 통해 빚어진 만화이기 때문이다. 이젠 충성심 높은 마니아층만 생기면 한시름 놓을 사람 여럿이다.
이제 만화는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만화가 아니다. 누구에겐 교과서일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겐 꿈을 꾸게 하는 묘약일 수 있다. 만화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다.

우리술 만화 두 편

대작(對酌)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우리술 ‘막걸리’의 진정한 맛과 힘을 찾아가는 장편만화다.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안태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탄탄한 구조와 연출에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강한 흡입력을 내뿜는다. 특히, 막걸리를 두고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대결의 드라마적 요소도 빠질 수 없는 재밋거리다.
특별한 꿈이나 의지 없이 전주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백수건달 안태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온 문제아 중 문제아다. 그러나 우연히 친구 석배네 포장마차에서 판 할머니의 막걸리가 손님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그에게도 한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주류업 전장에 본격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막걸리의 깊고 진한 매력과 최상의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술 대결이 신명나게 전개된다.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대한민국 주류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막걸리에 대중적인 관심이 높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 관심이 일시적인 술렁임이 아니라 맥주, 소주, 양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신의 물방울’이 국내에 와인 열풍을 주도했듯이, 막걸리를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대작’은 그러한 부분에서 큰 의미가 있다. 현재 2권까지 나와 있다.
허영만 화백은 “막걸리 맛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막걸리를 와인과 사케의 대열에 올릴 때다. ‘대작’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반가운 만화다”라고 평했다. 인터넷교보문고 리뷰 참조
저자 이종규 그림 김용회 감수 허시명 출판사 북폴리오

술술술

본격 전통주 만화. 막걸리부터 다양한 전통주까지 한국의 진짜 술맛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법고창신의 서울장수막걸리, 막걸리의 원형 송명섭 막걸리, 녹두장군이 마셨던 죽력고 등 잘 알려진 것과 그렇지 않은 다양한 전통주들의 맛과 이야기가 차례로 소개된다. 모두 실제 취재와 답사를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한 소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들을 수 없는 술에 얽힌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살짝 엿들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속에서 단절돼 버린 전통과 한국의 정서를 담은 인간적인 이야기도 전한다. 우리술을 만드는 이들의 노력, 정성 등 술뿐만 아니라 진한 사람의 이야기를 가득 채웠다.
주인공은 방송작가 유태경과 술 전문가 강동일. 유태경이 전통주 다큐멘터리를 취재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유태경은 술은 좋아하지만 어떤 술이 됐든 딱 한 잔밖에 마시지 못한다. 반면, 강동일은 술꾼에다 한량 기질이 넘치는 인물이다. 그렇듯 상반된 두 사람이 만나 전통주를 취재하게 된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 주당으로 알려진 주백령 교수의 ‘술일기’를 바탕으로 전국을 오가며 다양한 전통주를 섭렵한다.
전통 발효주의 가장 기초가 되는 막걸리. 이 술의 유례없는 열풍은 우리술의 대중화, 세계화, 고급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의 등장은 우리술이 전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인터넷교보문고 리뷰 참조
저자 가리 그림 홍동기 감수 이상균 출판사 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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