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음주문화 백태…영국의 음주문화

예일맥주영국에 소주가 처음으로 수출된 기록은 2012년 여름이다. 직접 진출이 아닌 영국의 유통업체가 수입하는 방식이다. 2014년에 가수 싸이가 히트하자 영국 슈퍼체인에서 소주 판매가 급증하였다. 위스키를 즐겨 찾는 영국인들이 증류주인 소주에 익숙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계기가 만들어진 소주수출을 지속하자면 영국에 맞는 수출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의 음주문화를 살펴보는 이유는 영국의 음주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단식증류주나 희석식 소주의 수출확대 타당성을 검토하는 의미도 있다. 그들의 행태를 잘 파악해야 조금씩 안정된 수요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의 술에 대한 태도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상당히 관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술문제에 대한 대책도 술 자체를 문제시 삼는 것이 아니라 소위 술로 인한 폐해를 막는 것을 원칙으로 잡고 있다.

영국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하거나 고성방가를 일삼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늦은 밤이나 특히 주말의 대중주점인 펍(Pubs)에 모여 시끌벅적하게 술을 마셔대는 모습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국인들의 술사랑에는 사실 우리도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펍에 들어서면 젊은 아가씨 바텐더들이 다가와 ‘무엇을 마실래요?’하고 주문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그에 걸맞는 엄격한 음주문화를 기대하였다면 이내 실망할 것이다. 영국의 펍에서 미국처럼 만취 자를 호되게 다루는 종업원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일 것이다. 취객에게 술을 주지 않거나 술집정학을 주는 종업원 훈련(Server Program)은 아마도 영국에서는 실행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쩌면 ‘한국의 폭탄주가 영국에 수출된다면 수출물량이 꽤나 늘 수 있지 않을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볼 수도 있겠다.

 

◇영국의 음주역사

 

“음주역사가 오랜 영국은 과연 술에 대해 관대할까?”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예(yes)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집트, 중국, 우리나라처럼 영국도 분명히 그렇다. 청소년 음주에 대한 통제도 약하고, 의학계와 정부가 제시하는 적정음주량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이다. 미국에 비하면 거의 두 배다. 더욱이 영국인들은 마신다(Drink)는 단어를 ‘술을 마신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음주 역사도 길고, 음주 층도 광범위하다.

영국의 펍문화1영국이 지배했던 식민지들의 음주실태를 관찰해 보면 모국인 영국의 음주실태를 그대로 알 수 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우간다 등을 가보라. 늦은 밤 팝에 몰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영국은 지역별로 상당히 다른 음주문화를 가진다.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 다른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는 2012년 기준으로 약 6,3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그런데 영국인들은 대부분 8할 정도가 잉글랜드에 산다. 지역별로 선호하는 주종도 다르고, 음주량도 차이가 나며, 음주문제도 차이가 난다. 매우 재미있는 관찰결과다. 지역별로 일상적인 생활습관이나 직업, 산업, 더 나아가서는 종교적 신념까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그들의 생활의 일부였던 음주습관의 차이로 여지없이 나타난다.

영국에 음주가 일상화된 것은 중세부터다. 음주가 일상화된 데에는 술의 효능이 갖는 매력이 그 이유가 되지만 그 당시에는 술이 물이나 우유보다 안전했기 때문이다. 정수나 저온살균 기술이 보편화되어 물이나 우유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이다. 영국에서 ‘술을 마신다’는 말이 ‘Drink’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14세기에 영국의 성인 남성은 하루에 1-2갤런의 에일(Ale)을 마셨다고 한다. 1갤런이 약 3.8리터이니 4-8리터를 마셨다는 자료다. 엄청난 양의 에일을 마신 것이다. 최근 보건계에서 발표하는 1일 권장 수분섭취량이 2리터이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양이다. 아무튼 통계자료로는 그렇다. 아마도 그 정도 에일을 마셨다면 거의 종일 취해 있지 않았나 생각날 정도다.

이때 생긴 ‘에일 하우스’가 나중에 대중 주점인 펍이 되었다. 여행자가 묶는 여관(Inn)에서도 술을 팔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술이 대중화하게 된 계기는 18세기의 산업혁명과 도시화의 진전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게 되자 술집과 음주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펍문화2초기 산업혁명기의 술집에서는 판매량에 아무런 규제도 없었고, 무진장하게 마셔대었기 때문에 명예를 존중하는 영국인들에게도 불명예스러운 문제가 많았다. 많이 마시면 술 문제가 생기고, 술 문제가 심각해지면 술에 대한 규제가 생기가 마련이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도 음주문제 대책에 대한 정책 수립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브랜디를 좋아했고 그레이트 브리튼왕국을 설립한 유명한 앤여왕 시대에 증류주의 독점을 막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저질과 저가의 진(Gin) 생산이 급증했고, 진 소비량이 늘자 당연히 술 문제가 급증했다. 이 때 술 판매에 대한 면허제가 도입되고, 술집 이외에서는 술을 팔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시작했다. 술 문제를 억제하려고 판매장소를 제약하자 면허를 가진 공식적인 판매점이 늘어났다.

사람이 모여 도시가 생기고 그 도시에서 가장 쉽게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술집이다. 우리나라 공단들이 형성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싼 가격에 양질의 술을 공급하는 군주가 권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가설은 매우 현실적이다.

영국인들도 도시에 새로 모여들어 위안을 찾은 곳이 술집이었다. 그 당시 위락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독점이 풀리면서 가격이 싼 진과 기타 증류주가 양산되면서 도시서민들이 술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 위안을 얻기 쉬어졌다. 이에 술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18세기 중반 이후에 술 생산량과 술집의 수를 규제하기 시작한다.

19세기 이후 영국에서도 금주운동이 시도된 바 있다. 트로터(T. Troter)는 ‘습관적 만취는 병’이라고 했고, 생산의 중지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술집에서 일하는 창부가 나타나고, 술집에서 여흥으로 투견을 시도한 것이 그때부터다.

영국의 펍문화3그 결과 19세기 후반에는 술 관련 면허를 담당하는 독립관청이 생겨나고, 영업시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점 면허를 신청하는 수가 감소하였고, 술 소비가 줄어들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통계는 자료상에서나 나타난 일이고 음주행위와 술집은 도처에 일반적으로 존재했다. 그 누구도 도시서민들의 사회적 집합소였던 술집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었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것을 이해하자 금주운동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영국정부가 술문제를 금주라는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 것은 벌써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음주건강을 찾기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금주정책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교훈을 일찍이 얻게 된 것이다.

영국은 미국과 다른 음주정책의 역사를 갖고 있다. 술의 이용가능성을 규제하는 법의 제정, 영업시간의 제한, 미성년자의 음주금지 등 일반적인 통제가 시도되었지만 금주법과 같은 과격한 통제는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술집의 영업시간을 더 줄이고, 알코올의 농도를 내리는 조처를 취한 경험이 있었을 뿐이다.

영국에서 음주문화나 규범의 지역 간 격차는 아주 뚜렷하다. 1982년, 웨일즈에서는 일요일에 술을 못 팔도록 하였다. 1976년까지 스코틀랜드의 술집들은 잉글랜드와 웨일즈보다 문을 일찍 닫게 하였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독한 위스키이다.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술을 덜 마신다.

제도, 산업, 종교 등의 차이가 각 지역의 음주스타일에 차이를 준다. 즉, 각 지역별로 음주면허의 통제, 술집 영업시간, 판매요일, 음주량, 지역주민이 좋아하는 술 등에 차이가 있다. 술에 대한 규제는 일반대중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일반화되었다. 약 반세기전의 일이다. 음주운전 사고가 늘자 1967년 도로교통법을 변화시켰고 임의 음주측정 제도를 도입하였다. 도로를 막고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는 우리의 모습을 영국에 가면 볼 수 있다. 또한 영국의 주류업계도 음주운전의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축구장에서 취객들의 난동이 발생하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에 스코틀랜드 법원은 술을 운동장과 운송수단 내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도 이러한 조치에는 동조를 하였다. 일부지역에서는 거리에서의 음주도 금지하게 되었다. 30여 년 전의 일이었다.

 

◇영국인의 음주량과 음주 패턴

 

영국의 펍문화4영국의 1인당 음주량은 큰 변화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의 추세와 달라 주목된다. 통상 선진국들은 음주소비가 1970년대에 들어설 때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영국은 그러한 대열에서 이탈해 예외였다. 1980년도에서 2008년에 이르기 까지 지난 30여 년간 선진국 알코올 소비량 통계는 약 9%씩 줄었는데 영국은 오히려 9%가 늘어난 것이다.

통상 술을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마셨는가는 100% 순알코올량만으로 계산한다. 주로 보건관련 국제기구에서 사용하는 기준이지만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사람들은 통상 잘 이해하려고 하지 않지만 사실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 것은 순알코올이지 나머지는 기능성 성분이거나 불순물이고 대부분은 물이기 때문이다.

순 알코올을 기준으로 계산해 본 영국인들의 음주량은 199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서 2004년에 11.6리터에 달하였다. 그 이후에 조금씩 줄어 요즈음은 약 10리터 정도에서 머물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음주량이고 증가세이다. 체코와 핀란드, 호주 등이 유사한 수준의 음주량을 보이지만 증가세를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독특한 현상이었다. 공황기나 전시와 같이 특별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영국인들의 음주량은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맥주시장은 1950년도에는 8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었는데 1955년에는 55%까지 줄어들었다. 와인 소비량이 늘어난 데에도 원인이 있지만 본고장 위스키에 대한 애착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인들의 절대적인 음주량은 프랑스, 아일랜드, 호주,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에 비해 적지만 선진국 중에서는 많은 편이다. 1995년 순 알코올로 음주량이 7.5리터이어서 미국이나 뉴질랜드와 맞먹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이들 보다 많은 양이다.

그렇지만 음주 문제는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간경화 사망률이 지난 20년간 현격한 증가를 보이는 등 건강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노인음주가 심각하며, 생산성에도 영향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술로 인한 폐해 액이 연간 201억 파운드에 달했다는 것은 적은 량이 아니다. 술에 대해 관대한 만큼 음주운전이나 미성년자 음주도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그 원인이 다른 국가와의 사회, 종교,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마시는 술의 양보다 취하도록 마시는 습관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특히 영국의 청년들은 취하도록 마시고 비행을 저지르는 음주습성이 남달라 문제가 더욱 크다고 한다. 이에 주정단속이 경찰의 일과가 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 주정단속 건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고 폭음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11년 폭력사범 중 47%가 술 때문이었다고 하고, 그 수가 92만 명에 달한다. 술로 인한 범죄 피해액은 2010-11년 기간 중에 110억파운드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마시는 것에 영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음주가 증대하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은3/4가 마시는데, 여성은 절반이 마신다. 여성음주는 영국에서 점차 일반적인 일이 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들은 저도의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스코틀랜드의 여성들은 위스키를 많이 마신다는 것이다. 독한 증류주나 위스키를 선호하는 것은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의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영국 남성이 평균적으로 1주일에 3~4일을 마시는데 여성도 2~3일은 마신다. 결국 남성의 27%, 여성의 18%가 과음을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음주에 대한 학습과 청소년 음주

 

영국의 어린이들은 알코올에 대한 교육을 일찍부터 받는다. 술에 대해 관대한 만큼 대비책을 마련하자는 의도에서다. 알코올음료는 법적으로 인정되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광고도 법적으로 인정된다. 대부분의 성인들이 마시므로 어린이들은 쉽게 음주장소에 노출된다. 더욱이 오렌지와 보드카를 섞은 술이나 2-3%의 저도주가 생산되어 청소년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 북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의 극소수 신교도 가정, 회교도들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쉽게 술과 친해지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5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조사해 보면 술에 대한 지식이나 신념이 확고할 수 있도록 알코올에 대한 관념이 명확하게 잡혀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6세 어린이의 40%, 10세는 60%가 술 냄새를 식별할 줄 안다. 취한 행동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도 10세 어린이의 62%가 음주를 경험했고, 14세가 되면 81%, 19세에는 90%로 늘어난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집에서 처음 음주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소년들이 소녀들보다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 5세~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알코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많이 나타내는데 10세를 넘어서면 반대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10세를 고비로 음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가 급증한다는 조사결과이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10대의 음주와 알코올의 오용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청소년 음주는 호기심, 사교목적, 또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시작된다. 대부분의 정기적인 음주행위가 10대부터 이미 정착되고 있다. 더구나 10대의 음주는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과 다른 비행으로 연결되고 있다. 매스컴에서도 음주청소년의 비행을 정기적으로 다루지만 그 수가 줄지 않고 있어 관계당국의 고심거리이다.

더욱이 10대 후반이 되면 청소년들이 바에도 출입을 한다. 술집 출입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단속이 심하지 않다. 그 덕분에 10대 음주가 성행하고 폭음, 만취, 취중 비행이 발생하는지도 모른다. 문제 음주학생의 비행, 건강문제, 흡연 및 마약과의 관계, 성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알코올 문제에 대한 대책

 

문화인류학자인 케이트 폭스는 ‘영국인의 발견’의 서문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나는 지금 패딩턴역 펍에 앉아 브랜디 한 잔을 손에 들고 있다. 이제 겨우 열한시 삼십분이니 한잔하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긴 하다. 그러나 이 한 잔이 꼭 필요하다.”라고 적고 있다.

누가 뭐래도 영국인에게 음주는 사회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술집은 여가를 즐기고 놀이를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덕과 결함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 영국의 술집이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음주는 습관적으로 하는 일상생활의 하나이다. 마시는 술의 종류도 수입주의 증대로 다양해져 주당들의 행복을 더하고 있다. 집에서도 마시고 바, 레스토랑에서도 마신다. 오랜 기간 동안 음료로서 역할을 해왔고 축배는 행복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술에 대한 정부의 대책 중 하나가 적정음주량의 제시와 권유이다. 의학계에서도 주간 음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적정 음주가 건강에 주는 이점을 전파하고 있다. 영국 의학계가 권고하는 주간 적정 음주량은 남성이 21잔, 여성은 14잔이고, 위험 음주량은 남성이 50잔, 여성은 35잔이다. 이 양은 미국, 캐나다 등이 권유하는 적정량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영국인이 체질적으로 술에 강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음주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적정음주량의 측정기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량이 적정하다고 보는 것은 영국인들의 음주사를 볼 때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인들의 음주문제 해결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 위험최소화 전략(Harm Reduction Strategy)이다. 그 전략의 핵심은 사회생활의 중심에 음주행위가 있다는 것을 이미 인정하고 있으므로 ‘술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술을 마신 후 발생 가능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데 초점을 두자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영국에서 전파되어 유럽, 미국, 캐나다에도 많은 정치적인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 실천방안 중에 하나가 어떤 이유로 깨질 때 술잔이 완전히 바스러지는 잔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바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주 후 폭행으로 인한 사고를 막자는 의도이다. 또한 취객이 넘어질 때 다치지 않도록 푹신한 의자나 탁자를 비치하는 방안도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술을 마시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술 마신 후의 사고를 막자는 결정이다.

영국인들은 음주행위에 대해 관대하고, 그 문제 해결책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절주운동을 벌인 적도 있지만 오히려 음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므로 정부당국에서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로 보인다.

음주에 호의적인 영국인도 최근 10여 년간은 정력적으로 술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선지 1인당 순알코올 소비량도 11.6리터까지 치솟았던 수치가 10리터까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국인들이 술 문제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지, 음주행위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더욱이 최근에 영국의 펍문화가 소멸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듣는 이들을 우울하게 한다. 대처행정부가 규제완화를 한 신자유주의적 조치가 그 원인이라는 것 또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펍의 운영을 누구나 할 수 있게 하자 소위 재력가들이 펍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들이 펍을 부동산 중개업소나 옷가게 등 이윤이 높은 사업체로 변형시켰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펍 7,000개가 문을 닫았다는 보도는 그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제 영국의 펍도 지역의 공동체 문화유지를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재생하고 있다. 2013년에 런던 지역에 공동체 자산으로 민과 관이 십시일반 모금한 재원의 펍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결국 펍은 영국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어서 최근 그렇게 운영되는 펍이 300개 쯤 부활했다고 한다. 영국인들에게 펍이 동네 사랑방이었음을 입증하는 조치이자 변화다. 영국인들은 음주가 하나의 중요한 사회 매개체가 되고 있다. 전에도 그러했고,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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