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의 역사

우리술의 역사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우리술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서적 찾기 힘들어
바로 지금이야말로 우리술 역사에 대한 정립 필요한 때
그래야 우리술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작업도 가능해져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니, 과거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사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볼드윈(James Arthur Baldwin, 1924.8.2~1987.12.1, 미국 소설가)

 

최근 포털사이트 전통주 카페에서 ‘전통주란 무엇인가?’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많은 얘기들이 오고갔으며,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있었고 반박도 있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진 않았다. 이 같은 전통주에 대한 얘기는 단순히 인터넷 카페뿐만 아니라 우리술에 대한 정책을 세울 때나 토론회에 가도 항상 나온다. 전통주는 무엇이고, 언제부터가 우리의 전통주로 봐야 하는가(시간적인 개념에서 접근해야 하는가,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물론, 그런 토론회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고 대부분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여기에서 왜 이 어려운 문제를 꺼내려는 것인가. 그러나 여기서 어떤 결론을 내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필자의 전공 역시 역사학이나 인문학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꺼낸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전문적이지 않다. 우리술이 무엇인지, 참 정의내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러던 차에 우리술의 역사를 한 번 되돌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이미 많은 곳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술이 가장 먼저 거론된 문헌은 이규보(李奎報)의 《동명왕편(東明王篇)》이다.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성왕(東明聖王) 건국담의 술에 얽힌 이야기가 《고삼국사(古三國史)》에서 인용됐다고 한다. 이밖에도 우리술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에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제조법에 관한 책들이 가장 많고, 그 외에는 술을 거론한 서적들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통주 연구가들은 우리술의 제조법이 담긴 고문헌으로 누룩, 술, 음식에 관한 복원 연구를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술의 역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는 서적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시대적으로 어떤 술들이 유행했으며, 누가 어떤 술을 만들었고, 궁에서 마시던 술과 서민들이 마시던 술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등 많은 연구내용이 있을 것이다. 물론, 옛 문헌이 적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조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근 들어 막걸리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 생겼다. 대부분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우리술에서 누룩이 사라진 것은 일본의 입국이 들어오면서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없어졌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최근 막걸리를 다룬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은 사실과 약간 달랐다. 책에서는 “해방직후(1945) 일시적으로 탁․약주에 일본식 입국(흩임누룩)을 허용했으나 즉시 금지하고 1956년까지 밀누룩만 사용하게 했고, 1957년에 주세법 개정으로 다시 입국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얘기하고 있다. 필자 역시 주세법을 찾다보니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내용은 좀 더 자세히 찾아 봐야 할 필요가 있긴 하다. 더불어 주세법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막걸리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얘기만 본다면 일제에 의해서 우리의 누룩 문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시절에 이미 들어온 입국 방식의 제조법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누룩과 입국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대량생산 방식의 편의성에 의해 누룩이 사라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의 가양주 문화가 사라지고, 집에서 만드는 누룩이 없어졌으며, 상품화 된 누룩이 생겨난 것처럼 전체적인 흐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그러기에 우리술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역사가 정확해야 다양한 정보가 많아지고, 지금의 술에 스토리텔링이나 문화를 입히는 작업도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아직 우리는 전통주, 우리술, 민속주 등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서두에 옮긴 말처럼 역사는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우리 안에,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있기 때문에 그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현재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술의 역사를 찾는 작업은 개인이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공공기관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인력과 연구비를 통해 정확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술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토론이 아닌 담소로 나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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