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맛에 맞는 건 어느 나라 와인일까
舊대륙과 新대륙 와인 즐기기
전 세계 와인은 크게 구대륙과 신대륙으로 나눈다. 먼저 유럽지역은 1000년 넘게 포도 농사를 지었고, 그 오랜 경험으로 인한 내공이 쌓였기 때문에 오래된 대륙, 즉 구대륙이라고 부른다. 반면, 포도 재배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북미지역,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지역, 남아공 등은 신대륙이라고 말한다. 유럽을 구대륙이라 칭하는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통적으로 중남미인들은 신대륙 와인을 취급하거나 선호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프랑스 와인 등이 신대륙에 수출되면서 그 지역 와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신대륙 와인업자들은 구대륙의 와인 생태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끝에 저렴하고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결국 유럽에 뒤지지 않는 와인을 만들어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됐다.
자료․사진 제공 동원와인플러스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 종주국…프랑스
프랑스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해, 4세기 초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공인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프랑스의 와인 생산 거점 두 곳인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에서 재배하는 포도품종은 130종이 넘으며, 이를 통해 최고급부터 저렴한 와인까지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레드와인 품종으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피노 누아 등이 있고, 화이트와인 품종으론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세미용 등이 있다.
추천와인 샤또 페트루스-가야(Chateau Petrus Gaia)
생산량이 연간 4000상자로 제한돼, 국가별로 배분해 판매하는 귀한 와인이다. 블랙베리의 진한 달콤함과 매콤함이 느껴지며, 오크에서 나오는 바닐라향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입속 가득 퍼진다.
세계 최고 화이트와인 생산국…독일
독일은 2000년 전부터 포도 경작을 시작했다. 광활한 평원에 호수, 평야, 습지 등이 잘 발달돼 있어 포도 재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포도 재배 면적의 70% 이상이 화이트와인 품종이며 리슬링, 리바너 등이 있다. 알코올 함량과 당도가 낮고 산도는 높은 편으로 신선한 맛을 낸다. 추위에 강하고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리슬링은 신선한 과일향, 쏘는 듯한 느낌이 상쾌함을 준다.
추천와인 다인하드 그린라벨(Deinhard Green Label)
모젤지방의 전통적인 화이트와인. 미묘한 과실향과 싱싱함의 조화, 끝맛까지 신선함은 풍화(風化)를 이겨낸 편마암 토질의 맛을 말해준다.
광범위한 맛, 최대 와인 생산국…이탈리아
그리스로부터 전수받은 포도 생산국으로 역사가 길고 지리적으로 부침도 많았다. 기원전 3세기부터 포도 재배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크게 쇠퇴했다. 그러나 13세기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북부 지방에서 생산한 와인은 가볍고 부드러운 반면 남쪽 지방은 강한 맛과 무거움을 갖고 있다.
추천와인 포데레 사파이오 볼폴로(Podere Sapaio Volpolo)
1968년 처음 출시해 세계 와인시장을 놀라게 한 수퍼 투스칸(Super Tuscans) 스타일의 와인. 허브향과 부드러운 타닌이 녹아들어 매우 섬세한 피니시를 갖는다.
최대 경작 면적의 와인 거인國…스페인
지정학적으로 유럽대륙과 아프리카대륙을 이어주는 관문 역할을 하는 까닭에 이민족으로부터 숱한 침입을 받은 나라다. 와인 거인국이라 불릴 정도로 포도 경작지 면적에 한해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1960년대 이전의 와인은 풀바디에 알코올 함량이 매우 높았지만, 이후 새로운 양조방법을 도입해 풍부한 향과 적당한 산도, 튼튼한 구조를 가진 와인을 만들어냈고, 세계적으로 호평 받았다. 템프라니오는 스페인 북부와 중앙에서 생산되는 품종인데 스페인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낸다.
추천와인 타파스(Tapas)
‘뉴월드(New World)’ 스타일의 묵직함이 돋보이며, 프랑스 오크통에서 6개월간 숙성시켜 세련미를 살린 와인이다. 신세대와 유행에 앞서는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는다.
저렴한 가격, 그러나 뛰어난 품질…미국
미국은 풍부한 자금과 넓은 땅만큼이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와인 대국(大國)이다. 세계 최고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북부 나파밸리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지역이다. 미국 전체 와인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가장 많이 재배되는 진판델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힘찬 맛을 갖고 있고, 당도와 알코올 함량이 높은 미국의 대표주자다.
추천와인 마야까마스(Mayacamas)
‘파리의 심판 와인’이라 불리는 와인. 1986년 프랑스 보르도 특급와인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해 당시 프랑스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때 이 ‘사건’을 뉴욕타임즈에서 대서특필하는 등 화제를 불러온 와인이다.
남쪽의 자연과 만나 더욱 새로워진 와인…호주
오랜 세월 호주 와인은 특별한 색채가 없었지만 과감한 투자와 노력으로 역동적인 약진을 하면서 최고 반열에 올랐다. 호주 와인의 장점은 마시기 수월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분 좋음에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 품종으로 시라즈가 있는데, 이 품종은 드넓은 대지와 다른 곳에 비해 청정한 환경, 훌륭한 와인 메이커를 만나 승승장구했다.
추천와인 다렌버그 래핑맥파이(d’Arenberg Laughing Magpie Shiraz)
래핑=웃는, 맥파이=까치, ‘웃는 까치’라는 뜻의 와인이다. 해외에서 손님이 오거나 비즈니스 파트너를 맞이할 때 내놓는, 의미 있는 와인이다. 진하고 과숙된 과일의 맛과 풍부한 질감은 식욕을 돋우고, 음식의 맛과 잘 조화를 이루는 멋진 동반자다.
남미의 정열과 낭만이 공존하는 맛…칠레
칠레는 최근 세계 와인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대약진을 하고 있다. 기존 유럽 와인들이 갖고 있는 시장의 경직된 틈새를 파고들어, 값싸고 저렴하지만 질 높은 와인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은 세계 3위의 와인 생산국 반열에 올랐다. 품종은 프랑스의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과 유사하지만 항상 따뜻한 남국의 기온을 갖고 있어 유럽 와인에 비해 타닌이 보다 유순하고 부드러워 마시기에 한결 부드럽다.
추천와인 코노수르 트웬티 배럴즈 멜로(Cono Sur 20Barrels Merlot)
지난해 한국 소믈리에들이 뽑은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됐다. 칠레 와인 특유의 캐릭터가 잘 살아 있으면서도 산도와 타닌을 비롯한 구성요소들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하다. 무엇보다 한국 음식과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