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막걸리와 문화
술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음료이며 각 민족마다 술에 대한 다양한 신화의 전해지고 있다. 이집트 신화에는 ‘오시리스(Osiris)가 곡물의 신에게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내용이 있으며 그리스 신화에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Dionysos)가 포도주 담그는 법을 인간에게 가르쳤으며 또 로마 신화에서는 ‘처음으로 술을 빚은 바커스(Bacchus)가 술의 신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역시〈제왕운기(帝王韻記)〉의 동명성왕 건국신화에는 술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신화에 술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술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이보다 훨씬 이른 시기로 본다. 초기에는 아마도 여과도 하지 않은 걸쭉한 죽 형태의 알코올 음식이었을 것이다. 점차 누룩을 사용하게 되고 여과기술이 발달하면서 맑은 술을 만들었을 것이다. 시경(詩經)에 요주천종(堯酒千種)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면 기원전 2천년경의 요(堯)나라 시절에 이미 수많은 종류의 술이 빚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술은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처럼 단순히 술이 유명해 졌다기 보다는 문화와 함께 같이 유명해 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아직 생산량이나 품질이 우리의 막걸리 만 못한 것으로 이야기 들었지만 우리가 막걸리의 품질개발을 등한시하는 동안 일본이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개발해 낸다면 전 세계에서는 한국의 막걸리가 아닌 일본의 ‘맛꼬리’로 불릴 날이 올수도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다 할 수 있다. 특히 문화중에서도 식문화는 산업적인 측면과 문화 파급적 효과에서도 무한한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샴페인 명칭에 대한 독점화, 이탈리아와 미국 간 피자전쟁, 일본의 ”일본식 레스토랑 해외 보급추진기구(Japanese Restaurant Popularization and Promotion Organization, JRO)를 통한 식재료와 문화에 대한 정보 제공 그리고 태국의 타이 음식 글로벌화 전략은 음식문화가 ‘총성 없는 문화 전쟁터’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음식자체가 문화적인 바탕이 없으면 세계 곳곳으로 퍼져 갈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막걸리의 세계화에 대해서 한동안 많은 이야기 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막걸리는 문화가 없는 제품 위주의 세계화로 이러한 방법으로는 막걸리의 해외 진출은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아직 막걸리 자체를 세계에 내놓을 만큼 우리의 문화유산인지 아닌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며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문화콘텐츠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우리 막걸리는 아직 문화가 부족하다고 볼수 있다.
최근 막걸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여 막걸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들이 모두 문화적인 가치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교육기관, 잡지, 인터넷 블로거, 박물관, 전문 식당 등 과거와 다른 다양한 막걸리 문화를 만들어 가며 막걸리 문화 만들기에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아 졌다. 이러한 모든 활동이 우리 막걸리 문화를 다양하게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막걸리가 21세기 문화의 전쟁터에서 당당히 승리해 사케와 와인을 넘어서는 그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