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
음주인안적(飮酒人顔赤) 즉,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
술을 마시면 대부분 사람들의 얼굴은 붉어진다. 다만 체질적으로 조금만 술을 마셔도 금세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술속에 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을 간장(肝臟)에서 분해하는 효소(酵素)인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제대로 작용을 하고 하지 못하는 ‘이상 체질’을 가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술 먹은 사람얼굴은 붉어지고 말은 풀을 뜯어 먹었기 때문에 입주위에 풀물이 들어 푸르다”는 말까지 있었고, 한 동안 주석에서 흔한 논쟁거리 중 하나가 ‘술을 마시고 나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좋다. 아니다’로 언쟁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참고로 필자는 웬만큼 마셔도 얼굴색이 붉어지지 않는다.
한 때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액순환이 좋은 증거라든가, 창백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등의 속설이 난무할 때 필자는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아 술 마시는 것을 고민할 때도 있었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잔만 마셔도 얼굴은 물론 온몸이 붉어지는 사람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얼굴색이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은 술의 해독 능력이 큰, 소위 술에 강한 사람이라고 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라고 핀잔을 듣기가 일쑤인데 이 역시 잘못된 주장이라 볼 수 있다.
술은 알코올이다. 좀 더 정확히 에틸알코올이다. 이 물질이 체내로 들어 오게 되면 간에서 분해가 되어 숙취(술 마시고 다음날 작살나는 현상)를 일으키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성분으로 분해가 되고, 이는 다시 초산으로 분해되어 사라지게 된다.
이때,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면 얼굴이나 몸이 붉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선천적으로 부족한 경우이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라 말할 수 있다.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이 독성의 성분은 분해되지 않을 경우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이때 혈관이 확장되어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가빠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온몸으로 분해되지 않고, 퍼졌다는 나쁜 신호인 것이다.
그럼 “나는 얼굴이 안 붉어지니까 분해효소도 많고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일부 그럴 수 있다. 허나, 그런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얼굴이 붉어지다 오랜 음주생활(?)로 인한 술자리가 많아짐에 따라 붉어지는 현상이 적어진다. 이 현상은 술에 적응한 것이 맞는 말이다. 술에 적응했다는 것은 술의 주량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뇌의 일부분이 알코올에 적응했다는 뜻이 된다.
적응을 했다 하더라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서 돌고 있는 것이다.
술을 마셔서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얼굴이 붉어지건 붉어지지 않건, 많은 양의 음주는 조직에 많은 피해를 주며 여러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적당량의 음주는 혈액순환을 돕고, 엔도르핀이란 물질의 분비를 돕기도 한다. 고로 적당한 음주는 건강도 좋아지고, 사람과의 관계,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적당량의 음주로 삶을 좀 더 여유롭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올바른 음주문화로 가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