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밥 실컷 먹고 만원 한 장이면 충분…부담 없는 회식

인사동 피맛골 ‘불타는 소금구이’ 김완기 대표

술·밥 실컷 먹고 만원 한 장이면 충분…부담 없는 회식

 

맛있고 푸짐한 모든 술안주 5천원 균일가

피맛골 영광 되살리려는 야심찬 행보에 첫걸음

 

“물렀거라 비켜라. 영상 대감 행차시다.”

 

김완기 대표가 불타는 소금구이에서 배다리 막걸리를 선택한 이유ㅔ 대해 설명하고 있다.길잡이 하인(喝道)들이 큰소리로 벼슬아치의 행차를 알리면 길 가던 백성들이 옆으로 비키면서 머리를 조아리곤 했다. 이 때 벽제소리(辟除―)를 듣지 못하고 잘못 얼쩡거렸다가는 육모방방이로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맞거나 포도청에 인계되어 경을 치기도 했다.

옛날 왕이나 권세 높은 고관대작들이 행차 때 구종별배(驅從別陪)가 소리를 질러 잡인(雜人)의 통행을 막은 일이 허다했다. 특히 임금이 행차할 때에는, 길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조선시대 궁궐이 가까운 종로통에는 얼마나 많은 고관대작들이 지나 다녔을까는 보지 않았어도 뻔하다. 종로통을 지나던 서민들이 멀~리서 벽제소리(물렀거라~)가 들리면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한길 양쪽에 나 있는 좁은 골목길로 다니는 습속이 생겼는데, ‘피맛골’은 이때 붙여진 이름이다. 고관들의 말(馬)을 피해 다니던 피맛길이 지금도 인사동에 남아있다.

서민들이 이용하다 보니 피맛골
주위에는 선술집·국밥집·색주가 등 술집과 음식점이 번창하였다. 원래는 현재의 종로구 청진동(淸進洞) 종로 1가에서 6가까지 이어졌으나, 지금은 종로 1가 YMCA 뒤쪽에서 종로 3가 사이에 일부가 남아 피맛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길인 피맛길은 1980년대 초 도심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뒤, 2003년 서울특별시 건축위원회에서 재개발을 허가함에 따라 청진동 166번지 일대(청진 제6재개발사업지구)는 2009년 청진동 재개발로 600년간 서민의 애한이 서린 피맛골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편 지금 남아 있는 인사동 일대의 피맛골은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 후 증개축을 할 수 없어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을씨년스러웠다. 서울 한 복판에 위치한 피맛골이지만 대 낮에도 여인네 혼자 다니기엔 으스스한 분위로 힘들어 했던 골목길 이었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던 이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들어선이가 바로 ‘불타는 소금구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金完起(53세) 대표다.

“보시다 시피 지금은 밥먹고 술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지만 지난 해 8월 ‘불타는 소금구이’로 재 오픈하기 전만해도 민속주점을 운영하다가 적자를 면치 못해 2년간이나 방치돼 있던 주점이었습니다.”

2년간이나 방치 돼 있던 건물은 그야 말로 도깨비 소굴처럼 지저분하고 어수선하여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뜯어낸 자재만도 5트럭분량 나왔다. 아직도 그 때의 흔적들이 남아있을 정도다.

“식당의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골목의 상권을 살리는게 더 급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생각 끝에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심하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식사는 물론 술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우선 막걸리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배다리’로 정하고, 여타 식당에서는 5~6천원에 판매하는 것을 파격적인 가격인 2천원에 제공하기로 했죠. 소주 2천원, 맥주는 2천5백원에 제공하자 처음에는 손님들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술안주(소양볶음, 해물파전, 고등어 구이, 두부김치, 김치전, 삼겹살 등)도 무조건 5천원에 제공하고 식사는 따로국밥 3천원, 산채비빔밥 3천원에 제공하자 주변 식당에서는 “저러다가 며칠이나 버티겠느냐, 곧 문을 닫을 것”이라며 수군대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서울 한 복판에서 이렇게 싸게 파는 집은 우리집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장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리 싸게 판다고 해도 얼마간의 이익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소시민들이 만원 한장으로 술·밥을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이 또한 보람 된 일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라면 식당에서 막걸리 1병에 3천원, 소주 1병에 3천원 이상을 주어야 먹을 수 있고, 식사는 5~6천원은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식당앞에 이런 고정관념을 깬 메뉴판을 붙여 놓자 지나던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 김 대표는 이런 사란들을 향해서 “맛없으면 음식값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손님들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 이런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지난 해 12월에는 이런 소문이 방송국까지 들어가 KBS2의 ‘생생정보통’에 소개 되기도 했고, 금명간 SBS의 ‘생활정보’도 방영될 것이라고 한다.

 

“보통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2가지 큰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첫째는 계절을 타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해가 바뀌거나 입학시즌, 휴가철, 명절 같은 연휴 때는 손님들이 급감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장사를 하는 날은 1년에 절반밖에 되지 않아 6개월 장사해서 1년을 먹고 살아야 합니다. 둘째는 문을 연 당일(하루하루의 매출이 얼마나 될까?)입니다. 오늘 얼마나 손님이 들것인가 하는 것도 스트레스 입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이 장사를 잘 하는 비결이겠죠”

그래서 김 대표는 ‘맛있는 음식을 싸게 팔면 손님은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불타는 소금구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목표치에 도달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강원도 삼척이 고향이다. 중학교는 삼척에서 고등학교는 경주고등학교를 나왔다.

대학을 나와 첫 직장을 잡은 곳이 KCC(금강고려화학) 전산실이었다고 한다.

“9년쯤 직장생활을 하니까, 독립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SI(Systems Integration)업체인 ‘이지통신’을 설립했습니다. 30여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주로 군부대 정보통신 시스템을 납품 및 유지보수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작은 조직에서 노조가 생기니까 끊임 없이 요구 사항이 들어 오는데 정말 힘들고 지치 더라구요” 그래서 10여년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하고 차린 것이 인사동에 ‘평양찹쌀순대’집이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자 재개발 사업으로 식당이 헐리게 되어 또 한번 변신을 꽤하게 된 것이 ‘불타는 소금구이’다.


김대표는 차제에 피맛골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보시다시피 지금의 피맛골로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의 발길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골목안에 펜스가 처져있는 것을 걷어내는 정화작업부터 할 생각입니다. 여기에 옛 거리를 재현해서 민속촌을 닮은 그 옛날의 저자거리를 만들 생각입니다.”

한마디로 옛날의 피맛골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후 10여년간 방치 한것을 옛 피맛골로 재현해서 상권을 살려보자는 것이 김대표의 생각이다.

“지금 이 일대를 재 개발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데, 재개발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의 한 복판을 이렇게 방치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서울시에서는 인사동 일대의 골목길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하지만 말뿐이고, 그의 볼멘 소리를 위정자들이 듣고 달려올리 없으니 주민들 스스로가 살길을 찾아 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불타는 소금구이’는 3층으로 돼 있다. 평소엔 1,2층에서만 손님을 받고 있지만 단체 손님이 올 경우 3층을 오픈하면 동시에 최대 200명까지 식사가 가능하다.

요즘 불경기에 다른 가게들은 손님이 부쩍 줄어들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격고 있으나 불타는 소금구이는 문인들을 비롯해서 문화인, 작가, 대학생 등의 손님들이 꾸준히 몰려들어 점심식사는 물론이고 술시가 되기전에도 1층에는 많은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이 집의 특징은 반찬과 물은 물론 술도 손님이 직접 갖다 먹는 방식, 즉 셀프다. 그러니까 인건비를 절약해서 값싸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 주량을 물어 봤다.

“직장 다닐 때 참으로 술 많이 마셨습니다. 언젠가는 운영진과 밤새 술을 마시다가 화주(火酒)까지 마시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소주 1병 막걸리로는 2병 정도 마십니다”

앞으로의 메뉴구성에 대해서는 “점심식사는 따로국밥, 산채비빔밥은 물론 직장인들이 즐겨 먹는 점심식사를 몇가지 추가하고, 주류는 민속주를 중점으로하여 구성할 예정이다. 막걸리는 배다리 막걸리를 주력으로 하되, 함양의 대대포, 배상면 주가의 느린마을, 부산 금정산 산성막걸리 등을 추가하려 합니다. ”

‘불타는 소금구이’는 매주 2,4주 일요일은 휴무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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