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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랄 향미(Minerality)’란 없다?

김준철의 와인교실(45)

 

‘미네랄 향미(Minerality)’란 없다?

 

김준철 원장 (김준철 와인스쿨)

 

와인에서 미네랄이란?

와인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미네랄’이란 단어는 다음 세 가지와 관련이 있다. 첫째는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로 석영 결정이나 석회질 토양 등을 말한다. 둘째는 칼륨과 같이 뿌리에서 빨아올리는 광물질을 말한다. 그리고 향미를 기술하는 용어로 “이 샤블리는 산도가 강하고 미네랄 향미가 풍부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보통, 토양의 미네랄 성분이 뿌리에서 흡수되어 열매나 주스에 축적되며, 양조 과정을 거치면서 와인에 이 성분이 남게 되며, 우리가 이 와인을 마시면 부싯돌이나 분필의 맛으로 느껴진다고 하며, 이렇게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여 토양을 표현(Minerality)한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토양에 있는 점판암 등 암석의 성분이 그대로 와인에 전달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 토양에서 온 미네랄 맛을 느끼기는 불가능하다.

 

향미를 느끼는 메커니즘

 

감각이란 자극에 대한 기관의 즉각적인 신경 반응으로, 감각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뇌에서 해석하여 감지하는 것이다. 와인에서 감각적인 자극이란 감각 수용체의 반응을 유발하는 화학적, 물리적 활동체를 말한다. 와인에 있는 감지될 수 있는 자극은 감각 수용체를 자극하여 신경세포를 통하여 뇌로 전달될 수 있는 충격을 만든다. 뇌는 받은 정보를 평가하고, 각 감각의 정도를 측정하여 다른 것에 대한 그 정도를 알아보고, 그 전의 경험과 비교한다. 그리고 바로 경험으로 얻은 감각을 이야기하기 위해 묘사할 적절한 단어를 찾는다.

 

우리가 와인에서 어떤 물질의 향미를 느끼려면 그 물질이 와인에 존재해야 하며, 그 물질의 농도는 우리의 감각 수용체를 자극할 정도의 양(Threshold)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향을 내는 물질은 휘발성이라야 하고, 맛을 내는 물질은 수용성이라야 한다.

미네랄 향미?

 

식물은 토양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성분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즉 필요한 양 만큼 흡수하고 그 이상은 흡수하지 않는다. 그리고 뿌리를 통해 토양에서 흡수되는 물질은 물에 용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떤 경로를 거치든 흡수된 미네랄은 와인에 극히 소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미각이나 후각을 자극할만한 양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와인에서 미네랄은 최소감응농도(Threshold) 이하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성분이 와인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향미를 느낄 수 없다. 그리고 깨끗한 돌에 혀를 대고 맛을 보고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면 아무 향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물에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을 과량 넣으면 각각 미네랄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지만, 와인의 향미를 묘사하는 ‘미네랄 향미’라고 느껴지는 일반적인 개념이 어떻게 인지되는 것인지 아무도 설명을 못 한다.

 

미네랄리티(Minerality)’란 용어

 

‘미네랄리티(Minerality)’라는 용어를 와인 테이스팅의 표현에 사용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1983년 프랑스 에밀 페이노 교수의 책(The Taste of Wine)이나 1984년 캘리포니아의 앤 노블 교수의 아로마 휠에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코넬 대학의 양조학과 교수인 애너 캐더린 맨스필드(Anna Katharine Mansfield)는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맛, 어떤 사람은 향, 어떤 사람은 향과 맛 하는 식으로 달랐다. 이 용어는 입속 감촉과 산도와 아로마가 어우러진 것을 말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마다 느끼고 표현하는 양상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화이트와인이면서 산도가 강하고 과일 향이 덜 나고 아황산이 많은 와인을 묘사할 때 이 표현이 사용된다.

 

소위 말하는 미네랄 향미란 무엇을 말할까? 산도, 딱딱함, 신선함 등과 바다와 관계있는 요오드, 짠맛, 조개껍데기, 돌과 관련된 젖은 혹은 뜨거운 돌, 부싯돌, 분필 등으로 묘사한다. 소비자는 애매하고 부정적인 표현으로 인식하는데, 어떤 와인메이커는 포도가 자라는 토양에서 유래된다면서 미네랄 향미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서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이라는 것이 와인에 미네랄 향을 많이 준다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럴싸하지만, 모든 토양과 암석은 미네랄로 되어 있다.

미네랄은 토양에서?

 

와인의 미네랄 향미는 토양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미네랄 향미가 토양에서 포도로 전달되어 완성된 와인에 남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미네랄 향미는 지질학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미네랄 향미와 흙냄새를 관련짓는 것은 은유적인 표현으로 감정적인 면이 다분하다. 이 향미가 암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토양에서 직접적으로 오는 향은 아니다. 암석은 아무 맛이 없다.

 

어떤 돌이든 공기 중에 노출되면 박테리아, 조류, 곰팡이, 지방 등의 막으로 쌓이게 된다. 이것들이 햇볕을 받거나 비를 맞으면 상당한 향을 방출한다. 그리고 경작지나 습한 셀러, 자갈을 부딪칠 때도 이와 비슷한 향이 나오지만, 암석 자체에서 나오는 향은 아니다. 자른 돌을 맛보거나 냄새를 맡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바로 자른 돌의 표면은 혀에 차갑고 딱딱한 감촉을 주는데, 결코 맛이나 향은 아니다. 눈을 가리고 핥거나 냄새를 맡아보면 암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슬레이트 맛이라는 것도 상상일 뿐이다.

 

뿌리에서 미네랄 흡수는?

 

뿌리는 토양에서 어떤 성분이든지 물에 녹아있는 형태로 흡수해야 한다. 즉 암석이 분해되어 각 성분이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라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암석이 풍화작용을 거쳐 분해된 다음에 흡수가 되어야 하는데, 땅속에 있는 암석은 풍화작용도 어렵고 식물이 방출하는 산으로 어느 정도 분해되지만, 장구한 세월이 지나야 가능하다. 즉 암석에서 녹아 나오는 미네랄은 식물에 필요한 미네랄을 충당할 만한 양에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적다. 이런 미네랄은 암석뿐 아니라 모든 생물체에 다 있기 때문에 포도를 비롯한 식물은 필요한 미네랄을 암석이 아닌 토양의 부식(퇴비)에서 빨아올린다.

결론

 

와인의 미네랄 향미가 와인에 존재하는 미네랄에 의한 것이라면, 와인에 미네랄을 첨가하면 그 향미가 강화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도 이를 묘사하는 사람이 많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도 많지만, 과학적으로 따져 볼 때 미네랄 향미(Minerality)란 실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필자:▴김준철와인스쿨(원장)▴한국와인협회(회장)▴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프레즈노캠퍼스 와인양조학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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