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
녹음 짙은 아름다운 5월엔 모두 “사랑해요”라고 쓴다.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포근한 날씨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은 근로자의 날에 이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사회복지가 강조되는 녹음 짙은 계절이다. 5월엔 1986. 07. 15 발매된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만들고 노래한 추억 속의 모두 “사랑해요”라고 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나는 새들의 날개 죽지 위에
첫 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 속을 달려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저 지친 어깨 위에
시장 어귀의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 위에
공원 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 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수 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 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지난 4월 20일 화물연대 측 조합원이 편의점주(사측) 차량에 치여 애통하게 사망함으로써 극한 대치에 있던 사건도 일단락됐다. ‘화물연대’는 2002년 6월 노무현 정부시절 포항의 민주노총 운송하역노조의 준(후원) 회원으로 가입, 파업을 벌이며 정부와 강경 대치하다가 당시 미국을 방문 중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강경 진압 방침을 바꾸어 그들의 노동자성을 일부 인정하여 교섭창구에서 대면하게 된 것이 시발점이다. 당시 화물운송과(현 물류산업과)에서 근무하던 필자는 정부과천청사의 협상장을 마련하는 등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한 바 있어 본질을 조금은 이해하는 편이다. ‘화물연대’는 대한민국에서 화물운송업 종사자, 특히 특수고용(개인사업자·위·수탁 등)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출범한 단체로,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동조합에 화물연대본부로 가입되어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경영자, 기업)에 가입된 지입(持入) 차주(車主)가 노조와 연대하여 만든 조직이다. 여기서 지입차주란 화물 운송에서 개인차를 회사에 맡겨 운행하는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을 한 사업자이기도 하다. ‘화물연대’란 지입차주(경영자)가 민주노총과 연대된 조직이므로, 편의점주들도 민주노총과 역시 연대하여 ‘편의점연대’를 결성하면 편의점주들의 노동성 보장도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경영자들이‘화물연대’와 ‘편의점연대’로 조직화하여 서로 강경 대치를 한다면, 우리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누가 노동자고 누가 경영자냐?”도 남자와 여자가 성전환 수술 후엔 구분이 어렵듯 쉽지 않을 것이다.

‘화물연대’소속으로 운전을 하다가 늙어 우연히 편의점 점주가 되고, 자신과 아내와 아르바이트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편의점주가 매일 편의점에 발이 묶인 답답한 일상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화물차를 사고, ‘화물연대’에 가입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자유롭게 운전하며 편의점에 물건을 운송해 주는 반대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대통령도 근무시간은 물론 잠자는 시간까지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고, 삼성의 이재용 회장도 회사 경영을 위해서 일, 즉 노동을 해야 사는 세상이다. 따라서, 노동자만 일을 하고, 경영자는 손끝 하나 놀리지 않고 일을 하지 않는 경우란 없고, 세상 사람들 모두 치열하게 일을 해야 살 수 있다. 다만, 제도적으로 노동자와 경영자 편으로 나뉠 뿐이다. 만약, 화물연대에 질린 편의점주들이 민주노총의 산하에 가입하고 ‘편의점연대’를 결성하면 그들의 노동자성도 ‘화물연대’와 같이 보장해야 할 것이다. 결국, 동전의 앞뒷면은 던지기 나름일 것이다.

신록 우거진 아름다운 5월은 누구든 사랑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인생은 “사랑해요”라며 쓰고, 말하며 살기에도 짧다. 이 찰나(刹那)의 인생길에서 나만 살자며 남을 죽일 시간이 있을까? 그저 순수하고 아름답게 “사랑해요”라며 손잡고 살기에도 짧은 세월, 장미가 만발한 5월엔 모두 “사랑해요”라며 와인 한잔 들고, 기대어 서서 사랑만을 노래할 일이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현 국토교통부 민원자문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