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술빚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미담아줌마의 전통주 입문기 2편

 

‘릴레이 술빚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또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술을 제대로 빚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제대로 빚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옛 방법 그대로 빚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옛 방식대로 빚되 ‘조효소제’나 ‘효모’를 첨가해서 빚으면 어떨까 등등….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변형이 되지 않은 가장 기본에 충실한 방법으로 빚어보자였습니다.

 

그리고 ‘릴레이 술빚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 인고하니, 처음 술빚기 시작을 하면 밑술 하나하고 기다린 다음 덧술 하고 또 기다려 술이 익으면 술을 뜨고 그 과정 하나가 끝난 다음, 다음 술빚기 들어가고 하지 말고 첫 밑술 시작하면 그 다음날 또 밑술, 그 다음날 또 밑술, 이렇게 계속 밑술을 담아가면서 또 그 밑술 시간에 맞춰 덧술 담고, 술이 익으면 술뜨고 그러면서 하루에 1~2가지 이상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잘 조정해 가면서 술빚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조정해도 발효인지라 어떤날은 밑술에 덧술에 술거르기까지 여러 과정이 겹치는 날도 꽤 있었습니다.

용기마다 많은 양을 담은 것이 아니라 번거롭기는 하고 신경은 많이 쓰이지만 몸이 많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릴레이 술빚기’를 시작한 것은 발효 중에 변화하는 과정을 끊이지 않고 이어서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관찰한 과정을 내일도 또 관찰할 수 있고 그래서 변화를 볼 수 있고 그 다음날도 또 같은 과정을 관찰할 수 있고….

그 때는 무조건 손으로 느끼고 입으로 맛보고 눈으로 느끼고 귀로 들으면서 진행했습니다.

24시간 지난상태, 48시간 지난상태, 72시간 지난상태, 덧술 하기 전….

또 일주일 지난상태, 거르기 전 상태, 거르고 나서 온도에 따라 변하는 상태….

느끼던 그 상태들이 기억에 남아있고 지금 술빚기에도 적잖은 도움을 줍니다.

저을 때 손에 와 닿는 느낌, 냄새, 맛, 소리 등을 노트에 열심히 기록해 나갔습니다.

기록을 하다 보니 날자는 다르지만 시간대 별로 보면(발효시간대, 즉 밑술 후 몇 시간, 덧술 후 몇 시간) 거의 같으면서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겨울이었고 집의 작은 방 하나를 술방으로 만들어서 진행했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있고 작은 차이가 있는 것도 있고하지만 똑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변화를 주려고 다른 것보다 더 자주 옆에서 많이 건드려주고 더 저어주고 했더니 속도는 빨리 진행이 되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도 있고, 다른 것보다 훨씬 적게 돌봐주었는데도 예상외로 맛있게 나온 것도 있고,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일지의 내용 중 일부

◇ 1월 20일 밤 10시

▴어제보다 달콤함이 적어지고 새콤함이 더 많다.

▴좀 더 묽어졌다.

▴냄새는 어제는 달콤함이 더 많은 냄새가 났는데 오늘은 달콤함 속에 새콤함이 더 많이 들어있다.

◇ 1월 30일 오전 9시

▴맛이나 향기는 어제와 비슷하다.

▴소리는 한여름 퍼붓는 거센 소나기 소리에서 주르륵주르륵 소리로 바뀌었 다.

 

재미있는 기록들을 남기고 그해 1,2,3월이 다 지나갔습니다.

빚은 술들 중에는 맛있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맛이 없었습니다.(다른 분들은 맛있다고 하시지만 내 욕심에는 차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반복해서 빚는 동안 변해가는 과정을 일부나나 알 수가 있었고 술과 친해지고 효모와 소통도 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지금은 더 많은 소통을 합니다.)

효모와 소통을 하다니, 효모가 말을 하느냐고요?

‘네~’

자기의 상태를 발효의 소리로, 냄새로, 맛으로 알립니다.

-덥다고 시원하게 해달라고,

-춥다고 따뜻하게 해달라고,

-증식(새끼치기) 어려우니 산소가 필요하다고,

-이제는 고만 놀고 일(알코올 만드는)하려니까 도와달라고….

저는 이렇게 효모가 우리와 소통하고 그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좋은 술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발효실에 술 항아리 넣어놓고 시간 체크하다보면 그 아이들이 어떤 상태로 놀고 있는지 짐작이 가고 그러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피어나고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그 당시 ‘릴레이 술빚기’를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발효과정이나 여러 가지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는데 끝나고 나서는 술을, 정확한 표현은 전통주 우리 술의 매력에 빠져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소통이 사랑이기도 하구요.

이젠 이 사랑하는 이들을 세상에 내보낼 궁리를 해야 되겠지요….

<다음호 계속>

 

글쓴이 조미담은 서울 토박이다. 58년 개띠 생으로 서울여고를 나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전통주에 빠져 버렸다. 2001년 건대 앞에서 ‘나들목’이란 막걸리 전문점도 운영했다. 차제에 2012년에는 농민주 양조장인 ‘미담(美淡)’을 설립하여 자신의 이름을 상표로 내걸고 술을 빚는다. 술안주를 직접 개발하다보니 요리를 하는 것은 기본, 글래서 2013년에는 ’우리술 우리음식협동조합‘ 이사장도 맡아서 운영했다. 앞으로 삶과술 지면에서는 그녀가 걸어온 술 인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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