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31)
溫故知新 음력 정월 해일에 밑술을 빚기 시작 하는 四節小麯酒
<술 만드는 법>과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의 ‘사절소곡주(四節小麯酒)’는 ‘삼칠소곡주(三七小麯酒)’와는 또 다른 ‘소곡주(小麯酒)’이다. ‘사절소곡주’라는 주품명이 암시하듯, ‘사절 어느 때고 빚을 수 있는 소곡주’라는 뜻인데,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소곡주’는 술 빚는 시기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곡주’를 빚는 시기와 관련하여 문헌을 찾아보면 <고려대규합총서(高麗大閨閤叢書, 異本)>를 비롯하여 <규합총서(閨閤叢書)>, <김승지댁주방문(金承旨宅廚方文)>, <수운잡방(需雲雜方)>, <술방>, <역주방문(曆酒方文)>,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등 수없이 많은 문헌이 있는데, 이들 문헌에 음력 정월 해일에 밑술을 빚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증보산림경제>에는 ‘소곡주방(小麯酒方)’ 외에 ‘비시(非時) 소곡주방’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소곡주’를 빚는 시기인 ‘음력 정월’이 아닌 때에 빚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소곡주’는 <고려대규합총서(이본)>를 비롯하여 <규합총서>, <김승지댁주방문>, <수운잡방>, <술방>, <역주방문>, <증보산림경제> 등 고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주방문에서 보듯 백설기(흰무리) 외에도 죽이나 범벅으로도 빚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절소곡주’와 ‘소곡주’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분석하였는데, 얼핏 보기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절소곡주’는 이양주법(二釀酒法)과 삼양주법(三釀酒法)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는데, 삼양주법의 ‘사절소곡주’는 일반 ‘소곡주’에 비해 물의 양이 쌀 양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밑술과 덧술의 쌀 3말에 대하여 누룩이 7홉으로 그 양이 매우 적게 사용되기 때문에 2차 덧술에서 누룩을 보태어 발효를 돕는데, 누룩 3홉과 밀가루 3홉으로, 3차례에 걸친 술빚기에서 누룩이 1되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다.
삼양주법 ‘사절소곡주’를 직접 빚어보면 이 주방문의 특징을 알 수 있게 되는데, 밑술과 덧술의 쌀이 3말인 데 비하여 물의 양은 3말 8되인 데다, 밑술의 쌀 1말을 씻어 가루로 빻기까지 쌀이 흡수하는 물의 양까지를 감안하면, 용수(用水)의 총량은 족히 4말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누룩의 양이 기껏해야 7홉으로, 그 양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술 빚기가 결코 수월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도 본 방문을 접하고 많은 양의 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맛도 괜찮다면 이 방문을 ‘특기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술 빚기를 시도하였는데, 두 차례에 걸쳐 실패를 하였다. 처음에는 덧술에서 발효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어져 버렸고, 두 번째에는 밑술의 산도가 너무 높아 덧술은 시도해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해서 터득하게 된 요령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째, 질 좋은 누룩(황곡)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법제(法製)를 충분히 하고 지나치게 곱지도 거칠지도 않은, 녹두알이나 좁쌀알 크기의 비교적 고운 가루를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덧술의 고두밥과 탕수를 혼합하는 방법인데, 가능한 한 쌀을 6~8시간 침지하여 무른 고두밥을 고르게 짓도록 하고, 물은 미리 끓여두었다가 고두밥을 시루에서 퍼낼 때쯤 물이 팔팔 끓거든 조금씩 나누어 고두밥 전체에 골고루 부어야 한다. 고두밥을 시루에서 퍼내어 넓은 자배기나 양푼에 퍼놓고, 팔팔 끓고 있는 물을 한 바가지씩 골고루 떠 붓는 식으로 일을 진행해야, 고두밥에 뜨거운 물이 고르게 섞여 균일하게 익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요령은 고두밥의 익은 정도가 균일해야 덧술의 발효가 순탄하게 이뤄져 맛 좋은 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밑술은 충분히 익힌 후에 사용하도록 하고, 덧술은 지나치게 치대지 않는 것도 발효를 좋게 하는 요령임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숙성되기까지 23일이 소요되었는데, 용수를 박기 시작하여 짧은 기간에 청주 3말을 얻을 수 있었고, 탁주까지 포함하면 4말 5되나 되었는데, 여느 ‘소곡주’처럼 결코 맑은 청주는 아니었으며, 알코올 도수가 낮아 장기 보관이 어려웠다.
반면, 이양주법의 ‘사절소곡주’는 <정일당잡지>에 2가지 방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두 주방문은 술 빚는 물의 양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두 가지 주방문은 본디 한 가지였으나, 술 빚는 물을 줄여 빚음으로써 주질이 좋아졌다는 데서 생겨난 것이다. 이양주법의 ‘사절소곡주’는 다른 ‘소곡주류’에 비해 누룩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여느 주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상 예로 든 사실을 근거로 하여 ‘소곡주’와 ‘사절소곡주’의 차별성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하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그런 까닭으로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을 찾고자 60여 가지나 되는 ‘소곡주’ 주방문을 면밀히 검토하였는데, ‘사절소곡주’는 ‘소곡주’와는 달리 밑술과 덧술 또는 2차 덧술에서 범벅이나 고두밥을 매우 차게 식혀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소곡주’는 사절 어느 때고 빚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다시 말하면 술이 성공하더라도 소곡주의 특징을 살릴 수 없다는 얘기이다.
그 이유는 다른 주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용되는 누룩의 양이 적기 때문에, <정일당잡지>에서는 누룩의 양을 늘려 변질을 방지하는 선택을 하였고, <술 만드는 법>의 ‘사절소곡주’에서는 2차 덧술에 누룩을 보태어 발효를 돕는 한편으로 밀가루를 사용하여 잡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절소곡주 <술 만드는 법>
◇술 재료 ▴밑술:멥쌀 1말,누룩가루 7홉,밀가루 7홉, 물 3말 ▴덧술:멥쌀 2말, 물 2말 5되▴2차 덧술:찹쌀 1말, 진말 3홉, 누룩 3홉, 물(5되)
◇술 빚는 법 ▴밑술:① 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작말한다. ②물 3말을 박바가지를 띄워 여러 번 솟구치게 끓이다가, 쌀가루에 (골고루 나눠 붓고 주걱으로 개어서) 한 덩어리가 되게 (범벅을) 쑨다. ③ (범벅이) 서늘하게 식기를 기다려 누룩가루 7홉과 밀가루 7홉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가을에는 찬 곳에 두고, 겨울은 더운 데 두어 술이 익기를 기다린다.
▴덧술:① 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서 무르익게 고두밥을 짓는다. ②물 2말가웃(5되)을 팔팔 끓여 고두밥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헤쳐 (뚜껑을 덮어 놓은 뒤) 고두밥이 물을 다 먹고 매우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술이 괴기를 기다린다.
▴2차 덧술: 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서 무르익게 고두밥을 짓는다. ② 물(5되)을 따로 (끓여서 차게 식혀) 두었다가 고두밥에 붓고, 고루 주물러서 고두밥 덩어리를 풀어놓는다. ③고두밥에 재차 진말과 누룩 각 3홉을 넣고 고루 버무린 다음, 다시 덧술과 합하여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21간 발효시킨다. ⑤술덧이 가라앉으므로 술덧 가운데를 헤치고 용수를 박아 채주한다.
덧술을 담을 때, 2차 덧술을 담을 때 덧술의 발효기간이 나와 있지 않다. 덧술과 2차 덧술을 따로 담그는 것인지, 아니면 한꺼번에 빚어 덧술로 끝내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본문 중의 덧술 과정에서 ‘술밋 우거든’을 ‘술이 괴어오르거든’으로 이해하면, 2차 덧술을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 삼양주법을 취하였다.
◈ 사절소국주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
◇술 재료:▴밑술 : 멥쌀 2되 5홉, 누룩 3홉, 끓는 물 5되(쌀되)▴덧술 : 찹쌀 1말, 섬누룩 1되, 시루밑물 5~7되, 끓여 식힌 물 3~4되
◇술 빚는 법 : ▴밑술:① 멥쌀 2되 5홉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갔다 다시 씻어 건져 물기 뺀 후) 작말한다. ② 쌀 되던 되로 5되를 오랫동안 끓여 쌀가루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저어 범벅을 만들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 식은 범벅에 누룩가루 3홉을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은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시켜 익기를 기다린다.
▴덧술:① 물 3~4되를 끓여서 차게 식힌 후, 섬누룩 1되를 담가 하룻밤 재워 물 누룩을 만들어놓았다가, 체에 밭쳐(찌꺼기를 제거함) 누룩 물을 만들어놓는다. ②누룩을 불리는 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③ 고두밥을 찔 때 시루에서 한김 나면, 아이 뜬 물을(쌀뜨물) 3~4되 뿌려서 익게 찐 후, 소래기에 퍼낸다. ④ 고두밥을 찌던 시루밑물 5~7되를 고두밥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헤쳐 두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물 먹인 고두밥에 밑술과 누룩 물을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⑦일간 발효시킨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