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133)
전통주 발전을 위한 협회의 역할은?
명절은 전통주 소비량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과거에 비해 명절에 술을 선물하는 일은 줄었지만 제사를 지내거나 지인들 간의 모임에 술을 마시는 경우들이 많기에 평소보다 소비량이 증가한다. 이번 설에는 명절에 마시면 좋은 전통주들을 소개하는 기사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들은 주류 생산 업체나 몇몇 전통주 홍보 업체들이 만들어서 배포한 것이지 전통주 협회들을 통한 기사는 보지를 못했다.
우리 술 관련 협회는 (사)전통주진흥협회, (사)가양주협회, (사)막걸리협회, (사)전통민속주협회, (사)한국양조과학회, (사)한국와인생산자협회 등이 있으며 이밖에도 몇 개의 협회가 더 있다(일부 협회들은 실제 운영이 안 되는 곳도 있음). 협회나 단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회원사(양조장)들의 이익 창출과 함께 전통주의 발전일 것이다. 지금까지 전통주의 발전을 위해 협회들은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양조인들을 만나보면 협회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지금 우리 술은 술 마시는 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함께 다른 주종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운 시기이다. 이러한 때에 전통주의 발전을 위해 협회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
현재 전통주 관련 협회의 사업화 문제이다. 사업의 대부분이 관(官)주도 사업의 대행 형태가 많다 보니 필요시 협회가 정부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일부 협회는 전통주의 발전보다는 협회의 이익만을 내세워서 전통주의 발전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보았다. 대부분 협회 창립 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려 하지만 자금 및 인력 문제로 인해 사업 진행을 할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하지만 심도 있는 기획을 통해 전통주 업체들의 개별 홍보를 연합해서 진행한다거나 지역의 전통주 소비 홍보 사업을 기획해서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 일본의 니가타 사케 축제는 니가타주조조합이라는 지역 협회가 주관이 되는 행사였으며 입장료와 함께 현장에서 판매되는 사케 수익, 음식 등을 통해 행사를 진행한다. 또 주한일본대사관과 한국지자케수입업협회중앙회가 주최한 ‘서울사케페스티벌’ 역시 사케와 관련된 수입업체가 주축이 되어서 만들어진 행사이다. 일본의 사케 업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할 수 있었던 협회의 노력과 그 행사를 진행 한 기획력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수제맥주는 도심 안에서 맥주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큰 행사를 통한 소비자 접근이 아닌 작은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전통주 협회는 큰 박람회 또는 축제 행사에서 양조장들을 모아서 부스 위주의 행사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행사보다 아이디어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소규모 행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주 관련 협회도 다른 음식 행사들과 함께 양조장 15-20개정도를 모아서 작은 팝업스토어 형태로 전통주 행사를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두 번째로 협회는 평소에도 회원사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해야 한다. 회원사들은 가입시 협회에 들어가면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입을 한다. 협회에서 이러한 회원사들에게 우리 술에 대한 정책, 최신 경향 등에 대한 자료제공을 충분히 했는지 궁금하다. 협회의 활동 내역이나 최신 주류 정책, 우리 술 관련 신문 스크랩 정도를 메일로 보내준다거나 다양한 정부의 지원사업과 관련된 자료들을 공유해 준다면 회원사들이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셋째로 협회들끼리의 협업방안이다. 각자 주종에 따라 처한 입장이 틀리기에 협회끼리의 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필요한 정책에는 조율을 통해 공동의 이름으로 건의 한다면 정부에서도 협회 하나의 목소리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종량제 문제나 온라인 판매 확대들을 공동 협회의 이름으로 의견을 낸다면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들은 협회 내부의 사정을 완벽히 모르기에 쓸 수 있는 글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협회가 해주었으면 하는 일일수도 있다. 이제 협회도 자체적인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과거의 모습을 탈피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지만 협회에 대한 양조인들의 무관심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아직 우리 술들은 발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협회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협회의 발전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전통주의 발전은 협회의 노력에 좌우 될 것이라 믿는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직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