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처 裵民植 처장
막걸리 많이 먹으면 쌀 소비 많아지고 결국엔 농민 돕는 일
농협 창고에 쌀이 넘쳐난다. 밥 보다는 빵이나 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을 선호해서 쌀이 남아돈다고 한다. 이런 식생활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넘쳐나는 쌀을 처리(?)하긴 해야 하는데 뾰족한 묘안은 없을까? 있다. 바로 막걸리를 많이 먹으면 된다.
쌀 소비와 막걸리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막걸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쌀은 필수다. 막걸리 한 말(물로 희석하기 전)을 얻기 위해선 쌀 여덟 말이 필요하다. 쌀로 만든 공산품 가운데 술 빚는 것이 쌀 소비가 가장 많다. 쌀이 귀하던 조선시대 금주령이나 공화당 시절 막걸리를 빚는데 쌀 사용을 억제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양조장을 육성 발전시키는 사업은 결국 농민을 위한 일이고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3년부터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시작한 것은 바로 양조장을 육성기켜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남 나주로 가는 날 모처럼 만에 단비가 내렸다. 메말랐던 호남평야가 촉촉해져 올해도 풍년이 들 모양이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 잘 되면 쌀 소비 많아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가 裵民植(56) 식품산업처장이다. 배 처장을 통해 그간의 사업실적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본다.
-개인이든 정부든 사업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해서 성과가 있었나요?
“많은 성과가 있다고 자평합니다. 현재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은 2013년 2개 업체에서 14년 8개, 15년 8개, 16년 6개, 17년 6개, 18년 4개 등 모두 34개 업체가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업체들의 매출액을 보니까 17년 35,860백만 원이던 것이 18년에는 44,493백만 원으로 24%가 증가 했고, 양조장을 찾아온방문자수도 17년 265,576명에서 18년에는 331,226명으로 25%나 늘어났습니다. 이 정도면 장사 잘한 것 아닙니까”
-개인업체가 이 정도의 성과를 냈다면 성공한 것이겠죠. 배 처장님 원래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우리 회사의 목표는 농민들이 잘 살게 하는 것입니다. 농공(農工) 간의 격차완화를 위해 1967년 발족했습니다. 농수산식품소비촉진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여 농어민의 소득증진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입 밀가루가 대거 유입되면서 밥 먹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 해 쌀 소비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쌀 소비가 많은 양조장을 육성해야 갰다는 생각으로 지역 우수 양조장에 대해 6차산업화 컨설팅 및 홍보 등을 지원하여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원래 양조장들은 외부 사람들 출입을 꺼리던 곳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술담그는 자체를 신성시 하여 술을 담글 때는 목욕재계를 하고 술을 담갔죠, 부정 타지 말라고 그런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아마 잡균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요즘 양조장들은 과학적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출입한다고 해서 술이 안 되거나 하는 일은 없죠. 물론 조심은 해야 갰지만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하다 보니 대부분의 양조장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공사에서는 양조장의 6차 산업화 추진으로 지역관광 활성화 및 지역 농산물 사용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하고 있습니다.”
배 처장은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이 활성화 되면 결국 막걸리 같은 전통주가 많이 팔리게 되어 쌀 소비가 증가되고 이로 인해 농민들도 그 만큼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막걸리를 많이 먹자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오늘 저녁 막걸리 한잔 하실래요”

보다 구체적인 컨설팅 통해 매출 신장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면 어떤 혜택을 받는 것일까.
배 처장은 이에 대해 첫째로 양조장 환경개선, 체험프로그램 개발, 홍보 등을 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배 처장은 앞으로 전문지원기관을 통한 종합진단 및 발전계획 수립을 수립하여 보다 구체적인 지원 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선정된 업체에 2년에 걸쳐 환경개선과 홍보비 명목으로 8천만 원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부 업체는 이 지원금으로 환경개선에만 신경을 쓰고, 막상 홍보에는 등하니 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당초 사업 목적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보에 등하니 하는 업체들은 막걸리는 전국주가 될 수 없어 어차피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인데 홍보를 한다고 더 팔리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해 찾아가는 양조장이 올린 매출액과 방문객이 전년 대비 증가하고 있는데 대해 배 처장은 “양조장별 맞춤형 현장컨설팅 지원”이라고 했다.
aT가 지난 한 해 추진 한 사업은 현장컨설팅을 38회나 실시했다. 현장 컨설팅은 전문가를 모집하여 이들이 현장에 나가서 맞춤형 컨설팅을 해주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매출액 및 방문객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또 찾아가는 양조장 워크숍도 실시하고 있는데 이때는 지자체-양조장간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해 워크숍 때는 15개 지자체 담당자 및 25개 양조장이 참석하여 의견을 교류했으며, 우수사례 소개 및 분야별 전문가 강연 실시로 향후 발전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언론인들에 대한 팸투어도 실시하고, 찾아가는 양조장 시음회도 추진하는 등의 홍보에 주력하여 대국민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배 처장은 밝혔다.
대부분의 양조장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찾아가는 양조장 리플렛(스탬프 투어)/스탬프/가이드북, 신규선정 양조장 주물현판, 홍보영상(양조장투어, 워크숍 등)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맞춤형 컨설팅 추진으로 방문객 증가 뚜렷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양조장들이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조장들 마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양조장별 맞춤형 컨설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양조장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연후에 현장 방문을 통한 양조장별 맞춤형 컨설팅을 추진한다.

실제로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2년차 양조장의 사례를 보면 청산녹수(전남 장성 소재, 대표 김진만)의 경우 ▴국내 발효제 도입 신제품 ‘사미인주’ 출시 및 전남일보를 통한 홍보 실시▴과천 축제막걸리 기획 및 홍보→ 3000병 주문 제작▴청산녹수 제품 온라인 판매채널 ‘술팜(soolfarm.com)’오픈, 지역특산주 온라인 판매 쇼핑몰인 술팜을 개설하고 청산녹수 제품 포함, 찾아가는 양조장 전통주면허(지역특산주) 제품의 판매 교두보로 추진▴가족과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 추가개발(옹기를 빚어 이화주 담기)을 통해 지역 소재 옹기제작업체와 연계하여 가족단위 방문객 유입을 실시한 결과 매출도 늘고 방문객들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청산녹수는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5월 새로운 술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밖에 농업회사법인 ㈜술샘은 주류전문채널을 활용한 전략적 SNS노출 및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제품홍보 및 이슈화 추진. 그린영농조합법인은 인플루언서 활용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판매실적이 533%증가 했고, 이원양조장은 체험프로그램 리뉴얼로 소요시간별, 금액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 하는 등 양조장 홈페이지 리뉴얼의 관리자모드 개선, 예약페이지 등을 개선시켰다.
농업회사법인 ㈜한국와인과 울진술도가 역시 체험프로그램 다양화 및 스토리텔링을 통한 관심도를 높이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홍보실장 역임 덕에 찾아가는 양조장 홍보에 도움
배민식 처장은 충남 예산이 고향이다.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은 서울서 경영학과를 공부했다고 했다.
1990년 6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입사해서는 여러 부서에서 일하다가 식품산업처 처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는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홍보업무란 것이 녹록치 않음에도 많은 언론사와 언론인들과 친밀감을 돈독히 하여 현재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 홍보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주량은 남들만큼 마신다고 했다. 요즘은 가급적 소주 맥주는 피하고 막걸리 같은 전통주를 즐겨 찾게 되는데 그의 업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배 처장에게 물었다. “도대체 술이 무엇입니까.”
돌아오는 답은 “술은 술이지 뭐게 씁니까.”
성철스님이 하신 말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를 패러디 한 말인가. 아님 배 처장은 이미 술에 대해 통달 했단 말인가.
“첫 인상이 까칠해서 손해를 많이 본다”고 말하는 배 처장과 반나절을 보내면서 의외로 푸근한 마음씨의 소유자란 것을 느꼈다.
현재 한국전통주갤러리(서울 강남 소재)를 비롯해서 대한민국우리술대축제 같은 전통주에 대해서는 그의 손을 거쳐야 하는 곳이 많다. 따지고 보면 우리 술을 취급하는 실무자급에서는 최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배민식 처장이다. 아무쪼록 우리 술이 더욱 발전하여 농민들이 웃는 날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