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수밀도형 술잔 이야기(22)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유방을 닮은 튤립과 플루트의 잔
루이 15세의 두 번째 애첩이었던 마담 뒤 바리(Madame du Barry)는 이에 질세라 보르도의 유명한 와인 ‘샤토 마고(Chateau Margaux)’를 왕실에 소개하게 되고, 이때부터 프랑스 왕실에서는 보르도 와인의 인기가 급상승하게 된다. 프랑스 보르도의 오 메독 지역의 마고마을은 프랑스인의 자존심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샤토 마고’의 생산지이며 가장 많은 그랑 크뤼 와인(Grand Cru wine)을 소유하고 있고 포도 경작 지역도 가장 넓다. 마고는 ‘마고(Margaux)’, ‘캉트낙(Cantenac)’, ‘라바르드(Labarde)’, ‘아르삭(Arsac)’, ‘수상(Soussans)’ 5개의 지자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소(小) 마을 이름까지 라벨에 기재하고 있다. 각 마을의 떼루아 즉 환경과 토양은 다르며, 맛에도 차이가 있는데 캉트냑의 와인은 산과 타닌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라바르드의 와인은 바디감이 무겁고 단단하고, 마고의 와인은 타닌이 풍부하고 깊은 맛의 장기 숙성하여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소설가 헤밍웨이가 평소 즐겨 마신 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칵테일 ‘모히토(Mojito)’이다. 쿠바에 거주하면서 저술하여 노벨수상작이 된 <노인과 바다>를 쓸 때 헤밍웨이는 럼을 베이스로 민트와 라임을 넣은 모히토를 매일 빼놓지 않고 마셨다.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모히토’는 그에게 특별한 행복이었단다.
그렇다면 그를 행복하게 한 다른 술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보르도 와인 ‘샤토 마고(Chateau Margaux)’이다. 헤밍웨이는 보르도를 여행하다가 ‘샤토 마고’에 반한 이후 196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이 와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그에게 손녀가 둘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의 이름을 직접 ‘마고’로 지었을 정도다. 그 손녀가 바로 할리우드에서 모델 겸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마고 헤밍웨이(Margaux Louise Hemingway, 1954-1996)다. 출연작품보다는 헤밍웨이의 손녀로 더 유명세를 탄 그녀는 1996년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슬픈 배우이다. <립스틱(Lipstick)>(1976)이라는 영화에는 동생 마리엘 헤밍웨이(Mariel Hemingway)가 함께 주연을 맡기도 하였다.
샴페인이 전부 샴페인이 아니다. 흔히 탄산가스가 포함되어 알알이 터지는 거품이 있는 발포성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샴페인이란 명칭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나라마다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은 각각 다른 명칭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내 샹파뉴 지역 외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발포성 와인은 ‘뱅 무스(Vins Mousseux)’ 또는 ‘크레망(Cremant)’이라고 불리며 영어권 국가에서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에서는 ‘카바(Cava)’, 독일에서는 ‘젝트(Sekt)’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중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보다 더 넓은 의미를 안고 있어 발포성 와인을 총칭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샴페인에 대한 오해는 풍부한 거품으로 인해 샴페인을 와인과 전혀 다른 종류의 주류로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샴페인도 포도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와인이다. 다만 기존의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의 생산방식과 달리 효모로 인해 생성된 탄산가스를 날려 보내지 않고 병 속에 가두고, 각각의 병이 발효 탱크가 되어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한다.
이러한 샴페인 제조 방식은 거의 300여 년 동안 프랑스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두 번의 발효과정을 거친 샴페인은 한 병에 보통 25억 개의 탄산가스 버블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해진다. 수많은 탄산가스 버블로 병의 내부 압력은 5~6기압을 형성하고 있어 샴페인을 오픈했을 때 폭발력 또한 대단하다. (샴페인 병의 내부 압력은 20도에서 5.5기압이라고 한다. 즉 750㎖ 샴페인 한 병은 4125㎖의 버블을 함유하고 있는 것. 버블 한 개의 직경은 0.5㎜ 정도이고 750㎖ 한 병에는 4900만 개의 버블이 있다.)
언급했듯이 샴페인도 와인의 일종이라면 보통 빈티지가 명확하게 표시될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샴페인의 총생산량 중 85%는 ‘논 빈티지 샴페인(Non-Vintage)’이다. 논 빈티지 샴페인은 여러 해의 빈티지를 섞어 완성되는데, 이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온화한 포도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샹파뉴 지방의 기후로 인해 매년 양질의 포도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 다양한 브랜딩 스타일이 샴페인 하우스의 개성을 만든다.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는 특정한 해 포도의 작황이 매우 좋았을 경우에 한해서 한 가지 빈티지로 생산되는 것으로 품질이 매우 좋다. 또한 ‘프리스티지 뀌베(Prestige Cuvee)’는 각 하우스를 대표하는 최고 샴페인으로 작황이 매우 좋은 해에 좋은 포도밭에서 특별히 선별해 제조하는 최고급 샴페인이다. 보통 투명하거나 연노란 빛을 띠는 샴페인은 청포도로만 만들 것 같지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샤르도네, 레드 와인을 만드는 피노누아와 피노 므뉘에가 블랜딩되어 샴페인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투명한 색상의 비결은 포도껍질에 함유되어 있는 색소가 과육에서 나오는 포도즙을 물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압착과정이 세심하고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데 있다. 샴페인은 진하기와 구조에 영향을 주는 피노누아, 신선하고 우아한 맛과 향의 샤르도네, 꽃·과일의 맛과 향의 피노 므뉘에 포도종이 다양한 비율로 블랜딩되어 ‘브랜딩의 예술’이라고도 하지만, 와인 메이커의 판단에 따라 한 가지 포도만을 가지고도 만든다. 샤르도네로만 만든 샴페인은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 피노누아로만 만든 샴페인은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라고 한다.
샴페인은 당도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 정도에 따라 6단계로 나뉘며, 브륏 네이쳐(Brut nature, 드라이한 맛이 강함)― 브륏(Brut, 약간 드라이하고 단맛이 전혀 없음)―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약간의 단맛과 약간의 드라이함)―섹(Sec, 단맛)―데미 섹(Demi Sec, 단맛이 Sec보다 진함)―두(Doux, 단맛이 진함)와 같다. 함유된 당분에 따라 음식과의 매칭을 조절해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당도가 높은 샴페인은 대개 단맛의 디저트와 함께 식후에 즐기기 좋다. 디저트와 함께 드라이한 브륏 샴페인을 마실 경우 브륏 샴페인의 쓴맛이 달콤함과 상반되어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음식과의 조화가 훌륭하다. 연어·새우·생선 등의 시푸드, 토마토소스를 제외한 파스타, 닭·돼지고기 등과 잘 어울리고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숙성된 샴페인에는 구다 또는 파마산 치즈가 제격이다. 신선한 과일과도 곁들이기 좋은데, 이때에는 적당한 단맛을 함유한 데미 섹 샴페인이 좋다. 다른 와인과 마찬가지로 소스가 진하거나 매운맛이 있을수록 풀바디한 샴페인이 더 잘 어울린다.
최상의 샴페인을 준비하고, 이를 100% 즐기기 위해서는 올바른 잔의 선택과 적정한 음용온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좁고 깊은 플루트 모양의 잔은 오랫동안 거품을 간직할 수 있으며 차가운 온도를 유지시킨다. 이때 잔 밑 부분부터 샴페인의 수면 위로 끊임없이 기포가 올라온다면 최상의 상태인 것. 이 기포를 유지하려면 일반 와인처럼 잔을 돌려서 마시지 않는다. 잔을 빠르게 비틀어 돌리는 트월링(twirling) 후 마셔야 기포가 부서지지 않고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적정 음용 온도는 일반적으로 7~9도의 차가운 온도가 좋지만 프레스티지 뀌베나 오래 숙성된 고급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는 약간 높은 10~12도에서 더욱 좋은 맛과 향이 난다.
와인의 여왕, 샤토 마고
샤토 마고(Chateau Margaux)의 역사는 1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서 깊다. 16세기에는 레스또낙(Lestonnac) 가문이, 17세기에는 샤또 오브리옹(Chateau Haut Brion)의 퐁탁(Pontac) 가문과의 결혼으로 인해 자매 와이너리가 되기도 했다. 1771년 샤토 마고는 색이 맑은 끌라레(Claret)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크리스티(Christie) 경매에 처음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보르도를 상징하는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 건물과 빼어난 향과 맛으로 옛날부터 유명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토마스 제퍼슨이 프랑스에서 미국대사로 머물 때에도 가장 즐겼던 와인이었고, 당시 프랑스에 파견되었던 미국 대사 토머스 제퍼슨은 1784년 빈티지를 시음한 후 “보르도에 이보다 더 좋은 와인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848년 칼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당 선언을 발표했던 프리드리히 앵겔스는 마르크스의 딸이 “행복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샤토 마고 1848년 같은 거야”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부유한 형편으로 마르크스 가족에게 생계비를 대주며 와인도 사주었던 앵겔스는 샤토 마고의 진정한 맛을 알았고 특히 자신과 마르크스가 발표했던 공산당 선언의 해 였던 1848년 빈티지를 좋아했다. 그는 ‘공산당 선언’에서, 역사는 계급투쟁의 과정이며 프롤레타리아가 혁명 계급이라 설명하면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보르도의 명 와인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지역 명을 와인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샤또 마고의 명성은 일찍이 200여년 전 미국의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 샤또 마고를 프랑스의 최고의 와인이라고 극찬한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샤또 마고는 다른 특등급 와인들에 비해 품질의 일관성에서는 뒤떨어지지만 작황이 좋은 해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비로운 맛을 내는 것으로 오래 전부터 그 명성을 떨쳐 왔다.
특히 그 우아한 자태와 완벽한 기품, 결점 없는 고결함으로 와인의 여왕에 줄곧 비견되어 왔으며 한때 경영이 어려워 미국인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프랑스 정부가 반대하여 다시 프랑스의 품에 안겨졌을 정도로 국가적인 사랑을 듬뿍 받는 프랑스의 국보급 와인이기도 하다.(샤또 라뚜르와 샤또 오 브리옹은 외국자본의 소유이다)
현재 샤또 마고의 포도원은 약 75헥타르의 면적에서 카베르네 쇼비뇽 75%, 카베르네 프랑 2-3%, 메를로 20%, 그리고 쁘띠 베르도 2-3%가 재배되고 있으며, 이 포도로부터 매년 3만 상자 정도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샤또 마고에서는 와이너리의 최고 와인인 샤또 마고 이외에도 Second Wine인 빠비용 루즈(Pavillon Rouge)와 메독에서는 매우 드물게 빠비용 블랑(Pavillon Blanc)이라는 이름의 화이트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샤또 마고는 500년 이상 무수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와인이지만 그중에서도 어니스트 헤밍웨이 만큼 샤또 마고를 흠모하고 동경했던 이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그의 딸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로 지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샤토 마고’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보르도의 명 와인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지역 명을 와인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샤토 마고 와인들에 비해 품질의 일관성에서는 뒤떨어지지만 작황이 좋은 해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비로운 맛을 내는 것으로 오래 전부터 그 명성을 떨쳐 왔다. 특히 그 우아한 자태와 완벽한 기품, 결점 없는 고결함으로 ‘와인의 여왕’으로 평가받았고 한때 경영이 어려워 미국인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프랑스 정부가 반대하여 다시 프랑스의 품에 안겨졌을 정도로 국가적인 사랑을 듬뿍 받는 프랑스의 국보급 와인이기도 하다.
4층 높이의 아담한 건물은 1810년 귀-루이 콩브(Guy-Louis Combes, 1757~1818)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현재 프랑스의 국가 중요 기념 건축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심미적 가치를 인정받는 건물이다. 현관 입구에 세워진 네 개의 원형 기둥은 마치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을 보는 듯한 장중함을 느끼게 한다. 은은한 노란빛을 띄는 우아한 성의 모습은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 와인의 맛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샤또 마고’는 알버트(Albert)가의 영국왕 에드워드(Edward) 3세, 후에 몽페랑(Montferrand)가의 소유였었고, 1802년 라-끌로니아(La Clonilla) 후작이 매입할 때까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후작은 요새를 헐어버리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샤또를 건립하였다. 이후 약 200년간 ‘샤또 마고’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977년 앙드레 멘쯔로뿔로스(Andre Mentzelopoulos)가 최종 매입하여 오늘에 이르며, 지금은 그의 부인(Laura)과 딸(Corinne)이 대단한 특급 와인의 산지를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 포도원이 생긴 것은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나, 18세기에 블롱(Belon)이라는 사람의 노력에 힘입어 마고의 와인은 프랑스의 새로운 끌라레(nouveau claret francais)의 기수로 떠오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고 그 후 수백 년간 유지되어온 이 명성은 오늘날 앙드레 멘쯔로뿔로스(Andre Mentzelopoulos)가의 노력에 힘입어 더욱 빛나고 있다.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남대 교수▴중앙대학교 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도서관협회장▴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 필자 남태우 교수 경력:▴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오픈엑세스포럼회장▴한국 문헌정보학교수협의회장▴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한국도서관협회장▴중앙대학교 명예교수(현재)▴현재 건전한 음주문화 선도자로 활동하고 있음
◇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