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식 시인, 제17회 애지문학상 수상
본지에 ‘빈 술잔에 시 읽어주기’를 연재하고 있는 이영식 시인이 출판사 「지혜사랑」에서 발간하는 시전문지 『애지』(주간: 반경환)가 제정한 제17회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영식 시인은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휴」, 「희망온도」, 「공갈빵이 먹고 싶다」를 상재하였으며 한국시문학상, 2012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작품뿐만 아니라 시낭송, 시퍼포먼스 등 다양한 종합 예술적 재능을 보여 온 이영식 시인은 이번 애지문학상 수상작 「꽃의 정치」를 통해서 ‘가장 아름답고 깊은 말’을 들었다는 평자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심사는 반경환, 이형권, 황정산 비평가가 맡았으며 시상식은 전국의 많은 문인들이 성황을 이룬 가운데 12월7일 유성문화원에서 거행되었다.
꽃의 정치
이영식
불, 질러놓고 보는 거야
가지마다 한 소쿠리씩 꽃불 달아주고
벌 나비 반응을 지켜보는 거지
그들의 탄성이 터질 때마다
나무에서 나무로 번지는 지지 세력들
꽃의 정부가 탄생되는 거라
꽃은 다른 수단의 정치
반목과 대립이 없지
뿌리는 흙속에서 잎은 허공에서
물과 바람
상생의 손 움켜쥐고
나무마다 꽃놀이패를 돌리네
봄날 내내 범람하는 꽃불을 봐
꿀벌은 꽃이 치는 거지
벌통으로 키우는 게 아니야
코앞에 설탕물을 풀어놓은 들
그게 며칠이나 가겠어
검증되지 않은 수입 교배종으로
벌 나비의 복지를 시험하지 마
같은 꽃 같은 향기더라도
오는 봄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행복해 하는 거야
봄날은 간다
꽃의 정부가 다하더라도
후회는 없어
튼실한 열매가 뒤를 받혀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