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침묵하라

데스크칼럼

차라리 침묵하라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봄꽃이 만발했다가 흐느적거리면서 지던 때에 손로원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한 노래 ‘봄날은 간다’의 첫 소절이다. 백설희가 데뷔곡으로 부른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시인 100명이 응답한, 광복 이후 대중가요 중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1위 곡이기도 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들이 바람 불고 비 내리니 추잡하게 져버렸다. 꽃망울이 터질 때쯤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바람이 휘몰아쳐도 잘 버티던 꽃들이건만 맥없이 꽃잎을 날려 보낸다.

이런 자연 현상을 보면서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분홍색을 당색으로 채택한 통합당을 떠올리는 것은 웬일일까. 연분흥 꽃잎들이 마치 통합당 금배지들이 날아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인 66.2%를 기록한 4·15 총선.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선거를 치루고 나서 야당의 참패는 누구 때문에 이길 선거를 망쳤다고 떠들어 대는 사람을 보면서 아직 정신 못 차린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패자는 입이 열 개라도 다물고 있는 것이 났다. 남탓하다가는 그나마 지지했던 세력마저 등을 돌리는 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패장의 말은 아무리 멋있고, 귀감이 될 만한 말이라도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법이다.

코로나19가 무섭다 한들 심장마비만큼 무서울까. 이런 심장마비도 전문의들의 말에 의하면 반드시 전조증상이 일어나나다고 한다. 심장마비의 전조 증으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유난히 두근거리는 느낌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고 한다. 이런 압박감과 통증이 느껴지는데도 방심하면 심장마비가 올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이 참패한 것은 이런 전조증이 도처에서 일어나는데도 정작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당직자들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과거지사는 덮어두더라도 국회의원 입후보자를 공천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위원들은 ‘백락일고’(伯樂一顧)를 간과했던 것은 아닐까.

백락일고는《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명마(名馬)도 백락(伯樂)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말이다.

공천위원들이 백락과 같은 안목이 있었다면 전쟁터에 나가서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패하는 후보자들을 공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긴 자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백락과 같은 공천위원들을 선발하지 못한 당직자가 일차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많은 종편이나 유튜브 방송도 일말의 책임이 크다. 방송에서는 통합당의 승리를 점쳤던 많은 사주가들이나 논객들도 하나같이 보수가 이긴다고 했다. 이들도 자기의 판단이 틀렸다고 고백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일반적으로 소인(小人)은 탓을 남에게 던지고, 대인(大人)은 탓을 자기 안에서 찾는다고 했다. 세상사 살다보면 불평, 불만할 상황이 많지만 그럴 때 남 탓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평, 불만을 늘어놓으며 남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입장에서 이번에 새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당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초심을 잃지 말고 진정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국정에 임해달라는 것이다.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금배지를 오래 단 선배들이 많은 국회에서 그들의 못된 관습을 배울 것이 아니라 참신한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다해줄 것을 바란다.

공천에서 떨어져 당을 뛰쳐나가 무소속으로 당선 된 것을 개선장군이 된 모양 자랑하기에 앞서 자중 자애하는 것이 보기에 좋다. 차라리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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