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술? 장마철 음주 NO!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장마가 이달 중하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한 달 째 장마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에 이어 장맛비로 인해 불쾌해진 기분을 술로 달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한 편의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장마가 이어진 한 달 동안(6월 24일~7월23일) 막걸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의 ‘비 오는 날’과 가장 연관성 높은 음식 1위로 ‘막걸리’가 꼽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보라 원장은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장마철 음주는 흔한 풍경”이라면서 “코로나19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불쾌감과 우울감을 술로 달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에는 불쾌지수가 극에 달한다. 우리 몸은 고온에서 체열을 발산하고 땀을 분비해 체온을 유지하는데 온도와 습도가 상승하면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땀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때 술을 마시면 당장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갈증이 더 심해진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고 혈관이 확장되어 더 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알코올 분해로 수분을 많이 소모한 상태에서 알코올의 이뇨 작용까지 더해지면 탈수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장마로 인한 불쾌감이나 우울감은 술로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다고 술에 의존하면 우울증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사랑중앙병원 우보라 원장은 “장마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장마철에는 일조량이 줄어 기분이 처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라며 “가을이나 겨울에 비해 장마 기간은 짧은 편이라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음주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라고 지적했다.
장마 우울증은 일조량이 부족해지고 습도가 높아지는 장마철 날씨 때문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의 하나다. 계속 내리는 비로 햇빛을 쬐지 못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면서 우울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면 도파민과 엔도르핀 등이 분비돼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알코올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우울해지게 된다. 만약 다시 알코올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더 우울해지게 되고 결국 또다시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보라 원장은 “비 내리는 분위기에 취해 가볍게 시작한 장마철 음주가 관성이 되고 습관적 음주가 되면 알코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길어진 장마로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한 술 한 잔보다는 적당한 활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