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류시장도 저 성장기의 출현이 예상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건강중시 습관과 정부의 통제정책 강화가 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순알코올소비량 정체와 함께 저 도주 선호도 증가도 그 예고지표가 된다. 아직은 순알코올 소비량의 정체 보다 매출액 증가경향이 유지되고 있지만 그 추락이 곧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웃 일본은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주류시장이 축소되기 시작했으며 10년이 넘은 시장축소의 역사를 보이고 있다. 폭음하는 음주습관과 술과 친숙한 문화적 상황이 우리와 유사한 측면이 많아 음주와 관련된 편익과 비용도 우리와 유사하게 발생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들의 시장위축 상황에 우리가 예외일 것이라고 외칠 수 있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 자료는 주로 일본의 업계와 협단체 및 정부부처 등에 대한 현지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산업과 정책의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그러한 현지 조사결과를 통한 정보들을 보면 연초에 과연 우리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과연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업체간의 경쟁은 물론 해외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규제정책이 급히 변화하였고, 거론되고 있는 TPP(범태평양경제협력파트너십)등 제도변화의 경의 이의 추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주류업계를 전통적으로 관장하고 있던 행정소관부터가 다양화 되었고, 시장에서 주류다양성의 필요와 시장적 상황에 대해 논의가 거듭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시장상황이다.
국내 주류업계는 이 같은 환경변화 속에서 경영정책과 전략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윤율 저하 상황 속에서 시장관리 문제는 업계와 정부 모두의 과제가 되고 있다. 시장구조와 제품의 구성, 규제와 공정거래, 산업진흥방안, 알코올정책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의 대상이다.
일본은 주류산업의 국내·외에서 경쟁적 상황을 일찍 경험한 나라다. 정책적 입장 또한 유사하게 전개 되어온 일본은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정보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의 시장, 산업 및 정책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주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독자들은 이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 본 후 자신의 의견과 필자의 의견을 비교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이 다를 경우 함께 논의의 자리를 만들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① 일본시장은 성장하는가? 정체되고 있는가? 축소되고 있는가?
② 일본의 주류산업은 어떤 구조 하에서 행동하고, 그 성과는 어떠한가? 또한 기업들의 시장대책은 어떠한가?
③ 일본의 주류협회는 어떻게 조직되어 있으며, 사업방향은 어떠한가?
④ 일본 정부는 시장과 산업의 환경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⑤ 일본의 행정체계는 어떻게 갖추어져 있으며, 여러 부처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하고, 정책상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⑥ 일본의 주세체계와 수준 및 규모는 어떠한가? 또한 최근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가?
⑦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⑧ 일본정부는 주류산업에 대해 어떠한 진흥책을 펴고 있는가?
⑨ 일본의 주류산업에서 공정거래에 관한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
⑩ 일본의 알코올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⑪ 일본 주정산업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
⑫ 이 같은 자료들을 통해 볼 때 우리나라 업계와 정부에 대한 종합 시사점은 무엇일까?
1. 주류시장 : 일본시장은 성장하는가? 정체되고 있는가? 축소되고 있는가?
일본의 주류시장은 사실 13년 전인 2000년부터 감소세를 이미 보이고 있다. 최근 자료만을 살펴보면 2007년 3조 9,100억 엔에서 2012년 3조 5,500억 엔으로 2007년 대비로도 90.8%로 위축되었다.
그 원인으로 지적되는 요인들은 주로 불경기에 따른 외식수요 감소, 젊은 층의 소비량 감소 등이다. 이 요인들은 당장에는 추세의 변화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상당기간 계속된 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서구의 많은 국가들에서 주류소비가 꾸준한 변화 이후 시장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자료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선진국들의 변화는 대체로 대동소이한 것이다.
◇일본주류시장규모추이(2007년 – 2012년) 단위: 억 엔
※출처:일본주류식품통계월보2012년 12월호
일본시장의 특징적 변화는 무엇보다도 주류업체들의 경쟁이 심해진 것이다. 그 결과 즉각 나타난 변화는 소비자와 상품의 변화다. 이른바 소비자 중시경영이 출현하고 이에 따라 업체들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여행을 가보면 누구나 볼 수 있듯이 일본에는 실로 술의 종류가 다양하다. 즉, ‘다양화’라는 코드를 주류시장 전반에서 확인가능하다.
젊은 층이나 여성층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상품, 집과 여성모임에서의 음주 가능한 독특한 상품 등의 출시도 시도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술의 도수, 용기, 첨가물, 주종 등 가능한 한 세분화된 고객 카테고리를 대상으로 개발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또한 경쟁의 영향으로 원가 이하까지 가격을 낮추는 출혈적 가격하락 현상까지 나타난 적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행정지도가 해소되고 자율경쟁상태가 될 때 언젠가 경험하게 될 현상일 수 있다. 이때 공정거래의 문제가 가격을 중심으로 불거지게 된다. 이에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실무인력을 상시 파견하는 등 세부적인 업무협조를 추진하게 된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호 파견관을 두고 있다.
또한 경쟁제고로 인한 유통력의 강화 또한 당연한 현상으로 수반되어 나타나게 된다. PB( Private Brand:유통업체가 기존에 출시된 상품에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독점 판매하는 상품)제품의 등장이 이를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PB제품에 참여하지 않던 일본의 대기업들도 최근에는 PB제품의 생산에 나서게 되었다. 일본의 주류제조업들이 자존심을 버리는 모습일 수도 있어 의미심장한 일이다. PB제품 전략은 대기업은 대체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삿뽀로 맥주가 타사의 명의를 사용한 적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타사로도 충분히 전염가능한 방법이다.
일본의 주류시장은 이대로 축소경향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축소되어 2020년경에는 10년 전과 비교할 때 대략 7%-10%까지의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 출산과 고령화의 진전이라는 사회변화가 시장축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에서도 술소비의 다과는 인구의 다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종별로는 전 주종에서 수요가 감소할 것이 예측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부침이 주종별로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감소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시장축소 문제는 특정 주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주종의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중요한 대비책으로 국내시장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고 주로 수출의 증대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관측된다.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인 일본주류업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출에 초점을 맞추어 선진국은 물론 후발국 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성장속도가 빠른 신흥국가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TPP(범태평양경제협력파트너십)가 추진될 때 일본주류업계의 시장 예측결과가 해외시장에 보다 주력하는 것이고, 그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미 일본 주류업계가 해외시장 경험이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이어서 관련기사는 삶과술 178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