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삿술은 단맛이 많은 술이어야만 한다”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전통주 스토리텔링/78번째 이야기

“혼삿술은 단맛이 많은 술이어야만 한다”

혼삿술 예주(醴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예주(醴酒)’는 잔치 술이다. 국가의식을 비롯하여 가정에서의 혼삿술로도 ‘예주’가 사용되었다. <太常志>에 “종묘제사 후에 각 사당의 제사에 ‘예주’로 시작하였는데…, 술의 빛깔과 맛은 본 시(奉常寺)에서 바치는 것과 같이 ‘예주(醴酒)’로 제향(祭享)한다.”고 한 것을 볼 수 있어, ‘예주’가 잔치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사 역시 관습으로서 잔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속담에 “혼삿술이 잘못 되면 여읠 자식의 장래가 불행해진다.”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문화유형의 하나로서 봉제사(奉祭祀)와 손님접대가 중요한 관습으로 뿌리내리면서 각 가정에서는 가양주를 상비해야만 했는데, ‘예주’가 민간의 혼인에 따른 잔치 술로 사용된 것이다.

제주와 반주, 접대 목적의 술을 빚어서 상비해야 하는 여인네들로서는 술을 빚는 일이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술 빚는 일을 기피하게 될 것을 우려한 사대부들이 “술은 천록(天祿)이다”거나 “술이 잘되고 못되는 것으로 집안의 길흉(吉凶)을 점(占)친다.”고 하고, “한 집안의 잘잘못은 장맛으로 알고, 한 고을의 정치는 술맛으로 안다.”는 말을 만들어 가양주 상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솜씨 좋은 여인들은 칭송의 대상이 된 것이 그 배경이다.

특히 “혼삿술이 잘못되면 여읠 자식의 장래가 불행해진다.”고 한 말은, 그렇잖아도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술맛이 쓰거나 시어지게 되면, 그 술맛을 가지고 갖가지 트집을 잡아 험담을 하기도 하는 등 쓸 데 없는 말들을 입에 올리기 때문에 혼주(婚主)로서는 사전에 구실을 주지 않아야 했다.

따라서 일생에 한번 뿐이 혼인잔치에 찾아드는 하객들의 접대에 쓸 술맛이 좋아야만 했던 것이다. 혼삿날이면 일가친척이며 동리 사람들을 대접하게 되는데, 혼주(婚主)가 대접하는 여러 가지 음식 가운데 가장 트집을 잡기 좋은 것이 술맛이었다. 혼삿술(婚酒)로서의 접대 주는 예사 정성을 가지고는 좋은 맛과 향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요, 누구라도 맛 좋고 특히 향기 좋은 술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혼삿술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대접해야 하므로, 그 양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된다. 이러한 경우에 적당한 대책은 맛과 향기가 좋아 트집을 잡을 수 없어야 하고, 한꺼번에 많이 마실 수 없는 술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혼삿술은 단맛이 많은 술이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단맛이 많은 술은 우선 향기가 좋고 부드러우면서 감칠맛도 따르는 까닭에 누구라도 불평이나 험담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맛과 향기는 좋지만 단맛이 많아 한꺼번에 많이 마실 수 없다는 불평은 흉될 일이 아니므로, 이때에 가장 합당한 술이 ‘예주’이다.

‘예주’는 <山家要錄>을 비롯하여 <需雲雜方>, <酒饌>, <太常志>에서 찾아볼 수 있다. <山家要錄>에는 5가지 방문이 수록되어 있고, <需雲雜方>에도 두 가지 방문이 등장한다. 이들 문헌의 ‘예주’ 주방문을 분석해 보면, <山家要錄>의 ‘예주 우방(又方) 20말빚이’와 <需雲雜方>의 ‘예주 20말빚이’의 주방문이 유사한데 <需雲雜方>에서는 밑술에 밀가루가 사용되지 않는 대신 누룩의 양이 많아졌고, 덧술에서도 누룩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山家要錄>의 ‘예주 우방(又方) 15말빚이’와 <需雲雜方> ‘예주 별(別) 15말빚이’의 주방문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山家要錄>에서는 덧술의 발효기간이 5~6일이라고 하였고, <需雲雜方>에서는 단오(5월 5일) 무렵까지 발효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어, 덧술의 발효기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山家要錄>의 오역(誤譯) 인 것 같다. 덧술 쌀 10말의 고두밥으로 빚은 술을 5~6일 만에 발효를 끝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山家要錄>의 ‘예주 우방(又方) 6말 5되빚이’ ‘예주 우방(又方) 2말 빚이’, ‘예주 우방(又方) 9말빚이’와 <酒饌>, <太常志>의 ‘예주’는 쌀과 누룩, 물의 양에서 각각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밀가루의 사용여부에서 각각 차이를 나타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으나, 대개는 밑술을 범벅이나 죽 형태로 하여 빚고, 덧술은 고두밥을 단독으로 사용하는데 냉수를 많이 뿌려서 무른 고두밥을 지어서 사용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예주’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물론, <山家要錄>의 ‘예주’나 <需雲雜方>의 ‘예주 별(別)’에서와 같이 고두밥과 누룩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山家要錄>의 ‘예주 우방(又方) 9말빚이’는 유일하게 밑술과 덧술에 두 차례에 걸쳐 누룩과 밀가루를 함께 사용하는데, ‘고리수(시루밑물)’를 살수물로 사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추측하건데, “여뀌와 닥나무잎, 삼잎을 덮어서 띄운 밀”로 식초 만드는데 사용하는 누룩을 ‘고리’라고 하는데, 이 ‘고리’를 우린 물(고리수)을 가리키는 것 같지는 않고, 고두밥을 찔 때의 시루 밑의 솥에 붓는 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듯 ‘예주’는 문헌마다 또는 주방문에 따라 다양한 원료배합 비율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 문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예주’의 특징은, 밑술을 죽이나 범벅 형태로 하고 덧술은 고두밥으로 하는데, 특별히 살수(撒水)를 많이 하여 무른 고두밥을 지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덧술 과정에서 살수를 많이 하여 무른 고두밥을 짓는다는 사실은, ‘예주’의 양주 목적이 단맛을 강화시켜 술의 향기와 단맛을 살리려는 의도와 함께 일반 ‘감주(甘酒)’ 와 다른, ‘예주(醴酒)’의 비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醴酒 <山家要錄> -쌀 20말 빚이-

◇ 주 원료▴밑술:찹쌀 5말, 누룩가루 1말, 밀가루 5되, 물 (5말)

▴덧술:멥쌀 15말, 누룩가루 2~3되

◇ 술 빚는 법 ▴밑술:①정월 안에 찹쌀 5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세말한 다음 체에 쳐서 내린다. ② 솥에 물 (5말)을 끓여 쌀가루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죽(범벅)을 쑤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차게 식힌 죽(범벅)에 누룩가루 1말과 밀가루 5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단단히 밀봉하여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서 2개월간) 발효시킨다.

▴덧술:①복숭아꽃이 필 무렵인 3월에 쌀 15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잘 무르도록 다시 쪄서 고루 펼쳐 차게 식힌다. ③고두밥의 양이 많으므로 등분하여, 원칙대로 두 번에 나눠서 밑술과 누룩 2~3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밑술에서와 같이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켜 익으면 채주한다.

醴酒 <需雲雜方>

◇ 주 원료▴밑술:찹쌀 5말, 누룩 2말, 물 10사발

▴덧술:멥쌀 15말, 살수물 (1~2말)

◇ 술 빚는 법 ▴밑술:①정월 상순에 찹쌀 5말을 백세 하여 3일간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헹궈) 세말하다(고운 가루로 빻는다). ② 솥에 물 10사발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담(범벅)을 만든 후,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차게 식힌 담에 누룩 2말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단단히 밀봉하여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서 얼지 않도록 하여 3월까지(2개월) 발효시킨다.

▴덧술:①복숭아꽃이 필 무렵인 3월에 쌀 15말을 백세 하여 2일간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물에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시루에 안치고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잘 무르도록 물(1~2말)을 뿌려가면서, 다시 쪄서 뜸을 들여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밑술에서와 같이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고, 단오일에 채주한다.

◈ 醴酒 <酒饌>

◇ 주 원료 ▴밑술:찹쌀 1말, 가루누룩 2되, 밀가루 2되, 물 (2말)

▴덧술:멥쌀 3말

◇ 술 빚는 법▴밑술:①정월 초에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하여 체에 한번 내려놓는다. ②가마솥에 물 (2말)을 붓고 따뜻해지면, 찹쌀가루를 풀어 넣고 팔팔 끓여 죽을 쑨다. ③죽은 넓은 그릇에 나누어 담아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죽에 가루누룩 2되와 밀가루 2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찬 곳에 둔다.

▴덧술:①복숭아꽃이 필 무렵 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킨 뒤, 5월 5일에 채주한다. * 밑술의 물 양이 나와 있지 않아 임의 양을 사용하였다.

◈ 醴酒(旨酒) <太常志>

◇ 주 원료:찹쌀 1말, 엿기름가루 4되, 누룩 1되 5홉

◇ 술 빚는 법:영종 을해년 10월에 지주를 빚어 하늘에 고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종묘제사 후에 각 사당의 제사에 예주로 시작하였는데, 공출미 중 찹쌀로 밥을 쪄서 누룩가루와 엿기름가루를 화합하여 술항에 넣어 안치고, 자루나 저고리로 싸매서 온돌방에 안쳐두고 하룻밤이면 숙성되니, 전대에 담아 압착하여 짜서 청주를 얻는 방법이다. 처음 주모를 빚을 때는 쌀과 누룩과 엿기름가루로 빚은 예주를 사용하여 제사한다. 술의 빛깔과 맛은 본 시(봉상시)에서 바치는 것과 같이 예주로 제향한다. 술 빚는 법은 찹쌀 1말에 엿기름가루 4되 누룩 1되 5홉으로 빚는데, 술 1병 반이 나온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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