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 高/ 萬/ 丈

데스크칼럼

氣/ 高/ 萬/ 丈

 

지난 총선에서 176석을 차지한 지금 여당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만큼 위세당당하다. 한 마디로 기고만장(氣高萬丈)하다. 이 같은 기세로 무엇인들 못하랴 싶다. 과거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처리하지 못했다던 법안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일사처리로 가결했다. 소시민들이 보기에도 뭐 이런 국회가 다 있나 싶을 정도다. 기가차고 코가 막힐 일인 것이다.

전 여당 대표는 이 같은 기세를 몰아 50년은 집권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러다가는 나라가 어찌 될 것인가 지레 걱정을 안 할 수없다.

지식백과 사전에 의하면 기고만장(氣高萬丈)은 오만방자(敖慢放恣)와 비슷하다고 했다. 기고만장은 그저 기운이 펄펄 나는 모양을 가리키지만 그 안에는 오만함, 방자함 같은 뜻이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하기야 기고만장에서 장(丈)은 길이 단위로 사람의 키정도의 길이다. 그러니까 만 명의 사람 높이만큼 높으니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국민들이 그렇게 만들어놨으니 모두가 내 탓이다.

어디정치가들뿐이랴. 소인배들도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위인현사(偉人賢士)도 안중에 없다. 가령 평소엔 회사 사장 앞이라면 주눅이 들어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다가, 술 몇 잔 들어가면 “사장 나오라고 해…….”하며 주사를 부리는 사람이야 말로 소인배다.

그런 견지에서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고 선인들은 교훈해 왔다.

정치가나 소인배뿐만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도 때론 기고만장할 때가 있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는『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엄마는 물론 오빠, 올케, 숙부, 숙모가 다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를 해 주었고 나는 속으로 기고만장했다.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에 거뜬히 합격한 뒤였다.”

사람들은 일이 뜻대로 잘 될 때, 우쭐하여 뽐내는 기세가 대단할 때 기고만장해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고만장하다가는 하루아침에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기도 하니까 작은 성공에 너무 도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늘을 찌를 듯 기고만장한 사람에게는 한풀 꺾이도록 도와주는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제어 장치가 없으면 언젠가는 나락(奈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라가 제 것인 양 기고만장 하여 검사 인사 관련 칼춤을 추고 있는 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는 말려 줄 사람이 필요하다. 추 장관을 제어할 사람은 오직 문 대통령인데 문 대통령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올 정도이니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보인다.

청원글(상소문)이 올라오는 이유는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겸손하지 않고 교만한데 기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아니겠는가.

경제정책의 실패, 허접한 부동산 정책, 코로나19방역을 낙관하여 느슨하게 했다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내 탓보다는 남탓으로 돌리려는 생각들이 뭉쳐져 국민들 마음을 화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초기부터 기고만장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10월 야권에서는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을 두고 기고만장해가고 있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가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 기간이었던바 많은 군사지휘관을 대동하고 전방부대를 시찰 한 것을 놓고, 임 실장이 기고만장하다는 평을 했다.

대통령 주변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 그런데 마치 권력이 내손 안에 있다는 식으로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른다면 그 권력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겸손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뽐내기 위해 힘이 잔뜩 들어가 오만(傲慢)하고 방자(放恣)하게 비춰지는 사람들을 좋아할 국민은 없다.

시애틀에서 김충일 씨가 지난 5월 19일 인터넷에 기고만장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이다.

진자는/ 처참한 몰골인데

이긴 자는/ 용감하기 그지없다.

힘을 과시하며/ 힘을 휘돌려고 한다.

힘없는 자를/ 억압하고 억누르며

새로운 법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한다.

지혜와 정의는 무시하고/ 용맹함과 씩씩함을 과시한다.

주어진 힘을 누가 주었는지는/ 벌써부터 잊어가고 있다.

소인배는 술에 취하면 기고만장해지고 대인배는 흥취가 돋는다. 소인배들은 바보들처럼 남 탓만 한다.

현재 여권 인사들 특히 청와대는 정책 실패에 대해 진솔한 사과는 하지 않는다. 야당이나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기야 좌파 적 특성은 내 탓보다는 남탓,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벽창호처럼 듣지 않고, 내말만 하려든다. 잘 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 하려는 특성이 있고, 정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나는 약자”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내 몸에 묻은 오물은 보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에 묻은 겨만 적폐로 보이니 정권에 시시비비를 따지려 들면 가짜뉴스로 치부해 버린다.

경제학자 76%가 “집값 급등은 정부 탓”이라고 해도 실패를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여권이 ‘남 탓’을 하는 동안 민심은 등을 돌리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 든 천도(遷都) 카드에 대한 시선도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미국의 조직 개발 전문가 존 밀러가 쓴 책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에선 “바보들의 대표적 증상은 남 탓으로 돌리는데 있다”고 했다.

이 정권도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남탓만 하다가는 어찌 되겠는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매듭짓고 수습할 것인가. 그 땐 무슨 핑계를 댈 것인가.

현 정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친노는 2007년 ‘폐족’임을 선언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 정권을 잡았다. 왜 폐족이 되었을까. 한 마디로 기고만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잊고 기고만장 하면 다시 폐족이 되지말라는 법은 없다.

현재의 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의기소침(意氣銷沈)해 있다. 한 번 가라앉으면 떠오르기 힘든 법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원하<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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